‘안 보이는 돈’ 내고 빵을 산다고?
  • 인천=조현주 기자·조은혜 인턴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3.12.1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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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에서 비트코인 결제…한국에서 하루 평균 5억원 거래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미지의 개발자에 의해 처음 고안된 디지털 가상 화폐로 그해 1월부터 발행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 처음으로 비트코인 거래소가 개설돼 온라인상에서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최근 비트코인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12월4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을 찾았다. 매장에 들어서기 전 출입문에 붙은 ‘비트코인 1호 거래처’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 매장은 12월1일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고, 지난 3일 비트코인을 사용한 첫 일반 구매자를 맞이했다.

12월4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국내 비트코인 가맹점 1호인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에서 고객이 비트코인으로 빵을 구입하고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10초 안에 비트코인으로 결제 ‘뚝딱’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의 이종수 사장이 매장에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설치한 까닭은 뭘까. 이 사장이 최근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 사장은 “11월 중순경 투자를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구입했다. 그 가치가 벌써 처음 산 금액에서 70~80%나 뛰었다”며 “은행 적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편이라 더 관심을 두게 됐다. 매장에 결제 시스템을 마련하게 된 것은 두 아들이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에게 비트코인을 알려준 이는 미국에서 금융학을 전공한 둘째 아들 찬우씨다. 찬우씨는 매장에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아버지에게 제안했고, 이에 IT회사 부설연구소에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이씨의 큰아들 진우씨가 직접 비트코인 결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틴곡스의 환율을 적용해 비트코인의 시세를 한화로 계산한다.

현재 가상 화폐 비트코인을 얻는 방식은 두 가지다. 자신의 컴퓨터에서 난해한 수학 문제를 풀어 직접 생산하거나, 코인베이스·블락체인·마운트곡스 등 온라인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현금을 주고 구매할 수 있다. 한국에는 비트코인코리아 혹은 코빗이라는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이용자가 거래소에서 KRW 포인트를 충전해 간편하게 비트코인을 구입할 수 있다. 거래소에서 구입한 비트코인은 개인의 웹 지갑(Web Wallet)에 보내진다. 은행 계좌번호가 있듯이 웹 지갑에도 고유의 지갑 주소가 주어진다.

이종수 사장의 매장 내 비트코인 결제는 매장 안에 설치된 태블릿PC의 앱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손님이 매장에서 물건을 고른 뒤 자신이 산 물건의 결제 금액을 비트코인으로 환산한다. 매장의 태블릿PC에 설치된 환전 앱을 통해 결제 금액을 실시간 시세로 조회하면 손님이 결제해야 할 비트코인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손님은 ‘코인베이스’와 같은 스마트폰 앱을 실행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점장의 웹 지갑 주소로 이체하면 된다. 결제는 손님의 비트코인이 점장의 웹 지갑 주소로 전송되면서 마무리된다. 계산이 끝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초 안팎이다.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이 사장은 “지난 12월1일 처음 도입한 이후 지금(4일)까지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사간 손님이 4명 정도 된다. 그런데 손님이 직접 트위터에 이 소식을 올리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굉장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다른 체인점의 점주들로부터 비트코인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해 조만간 비트코인 거래처 2호점, 3호점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비트코인 실물 거래가 비교적 늦게 도입된 편이다. 비트코인 첫 실물 거래는 2010년 5월 미국에서 이뤄졌으며 이후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상점이 속속 등장하면서 전 세계 비트코인 결제 상점 정보를 모아둔 ‘코인맵’ 사이트도 생겼다. 12월4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이 통용되는 상점과 가맹점은 1373곳에 달한다.

치솟는 가격에 투기 우려도

게다가 최근 비트코인의 가치가 치솟기 시작하면서 관련 거래 및 투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에 따르면 1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월3일 224달러 선에서 한 달 후인 12월3일에는 1155달러로 5배 가까이 뛰었다. 한국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의 김진화 이사는 “비트코인 가치가 뛰면서 거래액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11월 한 달 동안 코빗을 통한 비트코인 거래액은 하루 1억원 정도였는데 이번 달에는 하루 5억원 선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상용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비트코인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데다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투기 우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의 조병원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은 1년 동안 8615%의 수익률을 안겨준 믿기 어려운 성과를 기록한 주인공”이라면서도 “가상 화폐이기 때문에 화폐의 본질적인 가치가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태생적으로 익명성이라는 특성을 가진 만큼 자금 세탁 용도나 불법 거래 채널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코빗의 김 이사는 이에 대해 “개인 간 비트코인 거래는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거래소에서 거래할 때에는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현재 1인 입출금 한도를 900만원 선으로 정해두었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거액의 자금을 세탁하는 용도로 쓰기엔 오히려 불편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은 비트코인 거래 규모가 워낙 작아 지금 당장 우려를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곳곳에서 비트코인으로 새로운 화폐 혁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비트코인을 어떻게 산업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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