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도 ‘빅브라더’에 겁먹었나
  • 김승열│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 ()
  • 승인 2013.12.11 14: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 관련 소송에서 구글 손 들어줘…도서관 책 스캔해 검색 서비스 가능

최근 미국 연방법원이 구글의 전자도서관 프로젝트, 즉 도서관의 책을 모두 스캔해 검색이 가능하도록 한 서비스에 대해 미국작가조합(Author’s Guild)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은 구글이 도서 검색 서비스를 위해 진행한 ‘옵트아웃(OPT-OUT)’ 방식이다. 옵트아웃은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일단 스캔을 하되 저작권자의 명시적인 이의가 있으면 이를 제외하는 것이다. 미국 연방법원은 스캔 문서 일부를 도서 검색에 제공하는 행위는 ‘공정 이용 행위’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구글 도서 검색 놓고 미국과 프랑스 판결 갈려

이번 저작권 관련 법적 공방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미국출판사협회와 미국작가조합은 각각 구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출판사들은 2012년 구글과 가까스로 화해했다. 우선 출판사가 자신의 저작물을 디지털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만약 디지털화를 허용할 경우 구글이 디지털 복제본을 출판사에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용자는 도서의 20% 분량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되는데, 온라인으로 도서를 구입할 때 출판사가 이에 대한 수익 분배권을 갖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동안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던 미국작가조합의 손해배상 청구 또한 결국 구글의 뜻대로 돌아가게 됐다. 법원은 구글의 도서 검색 서비스 제공 행위가 ‘공정 이용’으로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즉, ‘구글 북스 프로젝트’가 비영리적이고 주로 비소설적인 서적이 대상이 되며 그 내용 중 일부만 제공된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나아가 책의 구매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허용돼야 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법원의 판결에 미국작가조합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구글이 저작권 소송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와 유사한 최초의 판결은 2009년 프랑스 지방법원에서 나왔다. 프랑스의 출판사인 라마르티에르사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프랑스 지방법원은 프랑스에서 검색이 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프랑스 저작권법을 적용했고, 구글의 행위는 무단 복제 내지 전송 행위로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미국 법원의 판결이 프랑스 법원과는 전혀 달랐던 핵심에 ‘공정 이용’이란 개념이 작용하고 있다. 공정 이용 법리는 영국의 판례법을 통해 도입된 후 1976년 미국 저작권법의 개정을 통해 확립됐다. ‘공정 이용’이란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으면서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공정 이용인지 여부는 저작물 이용의 목적, 이용된 저작물의 성질, 이용된 부분의 양 및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나아가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된다.

이번 저작권 관련 소송의 또 다른 쟁점은 옵트아웃 방식의 스캔 작업이다. 구글은 저작권자와는 사전 계약도 없이 도서관과의 계약 체결만으로 도서관의 소장 도서에 대한 스캔 작업을 해 도서의 일부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했다. 반면 국내 포털 사업자의 경우, 이와 유사한 도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출판사 등과 이용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달리 법적 문제가 없었다.

그동안 구글은 옵트아웃 방식의 복제 행위에 대해 공정 이용 법리를 근거로 타당성을 주장해왔다. 이에 법원은, 도서 검색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있으며 공익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나아가 도서 검색 서비스에 광고가 없다는 점도 구글의 승소에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도서 검색 서비스에 있는 도서 이미지가 광고 수입과 연결된다는 점과 향후 이 서비스에 따라붙을 광고, 또 서비스 자체를 유료화할 가능성이 없는지 등에 대해서는 검토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실 이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공정 이용의 법리는 공공성에 대한 충분히 ‘객관적인 담보’가 전제된 상태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아 저작물’이 문제가 될 가능성도 크다. 고아 저작물은 저작권은 존재하나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거나 소재 불명인 저작물을 이른다. 이 경우에는 옵트아웃 방식을 적용해 저작권자가 이용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은 고아 저작물 등의 경우에는 주무 부처의 승인을 받은 후 일정한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공탁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법정 허락 제도’를 두고 있다. 또 외국 저작물은 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번 미국 판결은 고아 저작물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없기 때문에 특정 사업자에 대해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는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므로 마땅히 재검토돼야 할 부분이다.

그 밖에 후발 경쟁 사업자의 진입이 어렵다는 것 또한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독점적인 사업자를 생성할 위험성이 있다. 도서 검색 서비스나 전자도서관 영역에서 독과점이 아니라 많은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또 사업자가 향후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하지 않고 도서 검색 업무의 공공성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광고·서비스 유료화 가능성 등 검토 ‘미흡’

디지털 환경에서 공정 이용 법리의 확대 적용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공정 이용의 전제가 되는 공공성 등에 대한 판단은 좀 더 신중하고 냉철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국의 사회 및 문화 여건 등이 미국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이번 판결의 법리 분석 및 적용 가능성 여부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향후 디지털 도서관 및 도서 검색 서비스 분야에서 특정 사업자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독과점 내지 ‘빅브라더화(化)’ 가능성과 관련한 대응책 마련도 절실하다.

구글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결로 한국에서도 디지털 환경에서의 공정 이용에 대한 법 이론 및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물론 이에 앞서 도서 검색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 경쟁 체제로 들어선 만큼 이에 대응할 저작권 등 지식 재산 관련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