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숙청’ 6개월 전에 예측했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12.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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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익 전 정무장관 소설 <서른 살 공화국> 화제

북한 권력의 제2인자로 군림했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숙청과 처형은 충격적이다. 국내외 정보기관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 일이다. 그런데 장성택의 실각을 정확하게 맞힌 사람이 있다.

지난 6월에 출간된 장편소설 <서른 살 공화국>을 집필한 김동익 전 장관이다. 중앙일보 사장과 노태우 정부 시절 정무장관을 지낸 그는 장성택이 군부 강경파와 갈등을 빚으면서 권력에서 밀려나 실각하고 베이징행 비행기를 탄다고 묘사했다. 최종 목적지는 상하이에 있는 푸단 대학의 동북아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가는 것으로 설정했다. 평양 순안공항에 장성택을 배웅 나온 세 명 중에는 공교롭게도 불륜설이 떠도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도 있다.

<서른 살 공화국>에 나오는 북한의 실상은 대부분 객관적 자료에 입각했다. 또 가상이 아닌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실명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북한의 권력 지형 변화가 실감난다.

김동익 전 정무장관 ⓒ 시사저널 박은숙
이번 ‘장성택 실각’은 북한 체제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급변 사태가 어떻게 올 것인가를 보여주려고 했다. 북한처럼 통제가 심한 곳에서는 쿠데타나 민중 봉기는 기대할 수 없다. 변화가 생긴다면 ‘정책 변화’밖에 없는데, 그 중심에 설 수 있는 사람은 장성택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 황장엽 조선로동당 비서도 ‘평양에는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장성택이 중심에 설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장성택은 김일성대학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대학에서 유학했으며,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누구보다 바깥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장성택의 실각과 처형을 어떻게 볼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놀랐다. 장성택이 누구인가. 북한에서 어버이로 떠받드는 김일성의 사위다. 그런 사람을 그렇게 총살하는 것은 극단적인 조치인데, 그만큼 장성택을 견제하는 세력의 목소리가 컸다고 본다. 이번 숙청은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의사가 반, 군부의 의사가 반이라고 본다.”

그는 김정은이 장성택 숙청을 결심한 이유로 “비위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래선 안 된다’ ‘저래선 안 된다’며 사사건건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군부는 군부대로 장성택을 견제해왔고 못마땅해했다. 그가 광산 개발권과 무역회사를 갖고 있는 등 정부 재정권 일부를 소유한 데 대해 군부의 반감을 산 것도 실각의 원인이 됐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항간에는 장성택 실각에 대해 부인 김경희가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설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장성택 처형으로 공포 정치의 서막이 올랐다고 분석한다. 특히 ‘장성택 일당’으로 분류되는 장성택 계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으로 이어지면서 당분간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동익 전 장관의 시각도 비슷하다. 그는 “김정은도 지금쯤은 꿈자리가 사나울 것”이라며 “북한은 이번 사건으로 분위기가 굳어지고, 내부 통제는 강화되고, 남북 관계도 긴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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