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10명 중 5명은 ‘SKY’ <서울대·고대·연대> 출신
  • 조은혜 인턴기자 ()
  • 승인 2013.12.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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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분석…‘고졸 신화’는 4명

500대 기업을 이끌고 있는 CEO는 어떤 사람들일까. 시사저널은 500대 기업 CEO를 분석했다. 그들이 어떤 배경으로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는지 알아본 것이다.

500대 기업 CEO는 공동대표이사·단독대표이사 등을 포함해 총 651명이었다. 기업당 많게는 4명까지 대표이사가 있다. 학력이 파악되지 않는 43명을 제외하고 총 608명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출신이 154명으로 가장 많았다. 100명 이상의 CEO를 배출한 학교는 서울대뿐이었다. 다음은 고려대 84명, 연세대 56명 순이었다. 한양대 출신은 40명으로 4위에 올랐고, 5위인 성균관대는 26명의 CEO를 배출했다. 한국외국어대·서강대·영남대·중앙대·부산대·경북대 출신이 각각 11~17명이었다.

ⓒ 이이주 제공·시사저널 임준선·뉴시스
한양대·성균관대·한국외대 출신도 많아

분석 결과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CEO가 48.3%에 달했다. 여기에 10명 이상 최고경영자를 배출한 한양대·성균관대·한국외대·서강대·중앙대를 합치면 전체의 66.7%를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이 차지했다.

지방 소재 대학 중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영남대(15명)였고, 그 뒤를 부산대(12명)와 경북대(11명)가 이었다. 전남대 5명, 전북대 3명, 관동대 2명 등 다른 지방 대학에 비하면 영남 지역 출신 CEO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이사가 2명 이상인 기업에선 대학 동문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포스코의 정준양·박기홍·김준식 대표이사(서울대)가 대표적이다.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나온 경영자도 있다. 한라건설의 정몽원·최병수 대표이사(고려대 경영학과), 팜스토리의 편명식·유태호 대표이사(건국대 축산학과)가 바로 그 경우다.

고졸 출신도 4명 있었다. 코원에너지서비스 조민래 대표이사, 삼동 이이주 대표이사, 화승네트웍스 배태균 대표이사, 서원 조시영 대표이사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경력을 쌓거나 창업을 통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흔히 얘기하는 입지전적인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조민래 대표는 1973년 체신부 공무원으로 시작했다가 통신 서비스 민영화로 1988년 SK텔레콤에 둥지를 틀었다. 이이주 대표는 전기기기 소재업체인 삼동을 창업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명광사에서 일하다가 1977년 창업했다. 그는 창업 4년 만인 1981년 회사가 부도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남다른 뚝심으로 매출 1조원대의 중견 기업을 일궈냈다. 화승네트웍스 배태균 대표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은행에서 부행장까지 지낸 금융 전문가로 2010년 4월에 화승네트웍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비철금속 제조업체인 서원의 조시영 대표는 대창의 창업주이자 서원의 최대 주주다. 고등학교 졸업 후 비철금속 일에 종사하다 1974년 대창을 창업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위기를 맞았으나 외국 자본을 유치해 고비를 넘겼고 지금은 대창·서원·에센테크 등 3개 계열사를 둔 중견 기업으로 일으켜세웠다.

500대 기업 CEO를 분석한 결과 경영·경제학(상학 포함) 전공자는 모두 3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의 53%로 절반을 넘었다. 다음으로는 공과대학 전공자가 많았다. 모두 158명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한다. 세부 학과를 보면 화학공학이 36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속공학 32명, 기계공학 27명 등이다. 행정학을 전공한 CEO는 31명이었다. 그다음은 법학(30명), 무역학(23명), 정치·외교학(21명), 영어·영문학(15명) 순으로 집계됐다.

경영대·공대 출신 80% 달해

회사 업무와 전공 간의 관계를 보면 학사 학위보다는 석·박사 학위 전공과 직무 간 연관성이 더 컸다. 직무 전문성을 높이고 더 나은 경영을 하기 위해 공부를 더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석·박사 과정 전공은 경영학(MBA)이 우세했다. 현대오일뱅크 권오갑 대표는 대학에서 포르투갈어를 전공했지만 석사는 산업경영학을 전공했다. 한국철도공사 최연혜 대표는 독어독문학을 전공했지만 박사 학위는 경영학으로 땄다.

공학 계열을 전공한 CEO의 경우 대부분 전공과 직무의 상관성이 컸다. LG화학·SK종합화학·금호석유화학 등 대표적인 화학 계열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대부분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한 회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오른 이가 스카우트돼 최고경영자가 된 사람보다 많았다. 입사 방식과 경력이 파악된 612명 가운데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에 올랐거나 창업해 대표이사가 된 사람은 376명이다. 스카우트 등 경력직으로 영입된 사례는 236명이었다.

평사원으로 입사했거나 창업해서 최고경영자가 된 376명 중 많은 사람이 여러 계열사를 돌면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현대·SK·LG·CJ·롯데·STX 등 그룹 계열사가 500대 기업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러 계열사를 돌다 능력을 인정받아 최고경영자에 오른 이가 많은 것이다. 포스코의 경우 포스코건설·포스코에너지 등 12개 계열사가 있다. 이들 계열사 대표는 모두 포스코에서 일하다가 최고경영자가 됐다. 삼성SDI·삼성카드 등의 대표이사도 처음에 삼성 계열사에 입사한 후 지금 회사로 옮겨 CEO가 됐다.

재벌 시스템에서 크지 않고 창업해서 500대 기업에 입성한 곳은 NHN·성동조선해양·뉴옵틱스·모뉴엘·하이호금속·파트론·유라코퍼레이션·지오영·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디아이디·네오위즈게임즈·엔씨소프트·넥슨코리아 등 13개 사다.

경력직으로 입사해 CEO에 오른 236명 가운데는 동종 업계에 있다가 스카우트된 사람이 다수였다. 고시에 합격한 후 정부 부처에서 일하다가 준정부기관으로 옮겨 CEO가 된 사람도 14명이나 됐다. 한국전력공사 조환익 대표, LH 이재영 대표 등이 꼽힌다. 조환익 대표는 산업자원부에서 근무했고 이재영 대표는 건설교통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재벌가 2·3세 경영인의 경우 대부분 계열사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LG 구본무 회장은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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