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고, 술 먹고, 뚱뚱하고… “곧 출석 부르겠군”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12.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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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습관 4가지만 바꿔도 20개 암 예방 흡연·음주·비만·감염 피해야

40년 전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김 아무개씨와 이 아무개씨는 최근 연말 동창회에서 만나 회포를 풀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뚱뚱한 체격인 김씨는 담배를 피우며 술을 마셨고, 자신의 나이에 맞는 체중을 유지하는 이씨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1~2잔만 마셨다. 5년 후 김씨는 암으로 유명을 달리하고, 이씨는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생활 습관으로 볼 때 같은 나이인 두 사람의 운명은 갈릴 수 있다.

이런 추정이 가능한 배경에는 네 가지 요소(흡연·음주·비만·감염)가 있다. 국제암연구소가 밝힌 암의 여러 원인 가운데 이 네 가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88%에 달한다. 유전적 요인은 5%에 불과하다. 특히 국제암연구소가 이런 결과를 발표한 10여 년 전만 해도 비만은 주요 암 요인이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비만과 암의 연관성이 밝혀지고 있다. 즉, 식이조절 실패로 뚱뚱해지면 암에 잘 걸린다는 것이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전문의는 “암 환자 100명 가운데 30명은 생활 습관만 개선했어도 암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예컨대 담배와 술을 끊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B형 간염 예방접종을 하는 것만으로도 암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치료받기 고통스러워 차라리 죽고 싶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암은 예방 대상이 아니었다. 원인이 불분명해 예방법이 없었다. 암에 걸렸다 하면 사람이 죽어 나가니 어떻게든 빨리 암을 발견해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그나마 암으로부터 몇몇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세월이 지나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진단·치료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그렇지만 ‘암=죽음’이라는 공포는 여전하다.

실제로 현대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암 선고를 받으면 심리적인 불안감에 휩싸인다. 건강해 보이던 사람도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환자는 생업을 포기하고 각종 진찰을 받느라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어야 하고, 검사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순간을 참아내야 한다. 치료받을 때의 고통도 극심하다. 폐암 수술을 받은 한 환자는 “수술을 받아도 몇 년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고, 현재는 항암제를 맞고 있는데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차라리 죽고 싶다”고 말했다.

수술은 그 자체가 우리 몸에 부담을 주는 행위다. 멀쩡한 피부를 절개하는 것이나 장기를 외부로 들어내는 일은 신체에 극심한 통증·합병증·감염을 유발한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받아도 부작용과 합병증에 시달려야 한다. 방사선과 항암제는 암을 죽이지만 정상 세포도 망가뜨린다. 여러 가지 치료로 암을 제거하더라도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일부는 평생 약을 먹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생명을 건져도 암의 재발과 전이의 공포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하고 연명한다. 암이 생긴 후 삶의 질은 그 이전보다 말도 못할 정도로 떨어지는 것이다.

한국, 예방보다 조기 검진에 집중

암에 걸리면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2008년 국립암센터가 조사한 바로는 암에 걸리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치료비에 대한 부담을 걱정하는 사람이 전체의 67.5%에 달한다. 한 폐암 환자는 3개월 치료비로 3000만원을 썼다. 국내 암 환자의 치료 비용은 연간 2조원 이상이고, 암 치료에 드는 국가보험 등 사회적 비용은 14조원에 이른다.

5년째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한 암 환자는 대장암을 처음 발견했을 때 이미 4기였다. 값비싼 표적 항암제를 맞아 완치 단계에 이르렀지만 지금까지 치료비로 나간 돈이 2억원을 넘는다. 말기 암 환자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싼 신약을 사용할 경우 치료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만일 이 환자가 1기에 대장암을 발견했다면 치료비는 수백만 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지난해 국립암센터가 5년간 암 치료 비용을 분석했더니, 말기 대장암 치료비는 평균 3000만원이지만 조기에 발견했을 때는 1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암을 일찍 발견하면 치료비도 3분의 1 정도로 줄어드는 것이다.

치료 효과도 높이고 경제적 부담도 덜기 위해서는 암 조기 발견이 필수 조건이 됐다. 환자는 암을 잘 발견하는 병원을 찾았고, 병원들도 경쟁적으로 고가의 첨단 진단 장비를 갖췄다. 비싼 검진 장비를 들여놓은 만큼 비용을 뽑기 위해 환자 유치 경쟁을 벌였다. 정부도 예방보다는 암 조기 진단에 역점을 두었다. 국민 세금을 들여 모든 국민에게 주요 암 검진을 받도록 했다. 모든 보험도 일단 암에 걸려야 보장을 해준다.

정부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자 국민들의 관심도 조기 검진 쪽으로 쏠린다. 담배와 술을 많이 하는 한 비만 환자는 매년 건강검진을 충실히 받는다. 조기에 암을 발견하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조기 검진은 예방과는 다른 문제다. 검진은 암을 발견할 뿐이다. 이찬화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장은 “조기 검진 자체가 암을 예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도 검진을 잘 받으면 된다고 믿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그런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고 조기 검진만 받는 것은 암 예방에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암 검진도 꺼리는데 암 예방을 위해 의사와 상담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암 예방에 대해 의사와 상담했다고 진료비를 내려는 사람도 드물다. 의사가 상담료를 청구하면, 돈독이 올랐다며 환자로부터 손가락질 받기 일쑤다. 기계로 몸을 진단하고 약 처방을 받거나 수술대에 올라야 비로소 그 값을 치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암 예방

의사도 암 예방에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환자의 요구대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게 편하고, 병원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분위기 탓에 한국 의료는 암 예방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영식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 예방에 사용할 만한 약이 있는데, 보험 혜택을 적용받지 못하는 탓에 비싸서 환자가 선뜻 이용하지 못한다”며 “보험 혜택을 보려면 병원에서 암으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일단 암에 걸린 후에 어떻게 해보자는 식으로는 암 예방이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기 암 검진으로 전체 진료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지만, 암 예방에 힘쓰면 지금의 30% 정도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개인이나 사회적 비용 부담도 훨씬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건강할 때 의사와 상담하는 게 좋다. 필요하다면 약 처방을 받을 수도 있다. 또 검진 주치의 제도를 둔 병원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고 생활 습관을 고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암은 예방이 어렵다고 한다.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기 진단이 대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기에 암을 발견해도 진료의 고통과 경제적 압박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는 암을 예방하는 의료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또 비싼 진료비를 내면서도 고통스러운 암 투병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손쉬운 방법으로 암을 예방해 건강한 삶의 질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몫이다. 손쉬운 네 가지 방법이란 흡연·음주·비만·감염을 피하는 것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비만

하루 섭취 음식을 적어보라

비만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문찬 울산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2차례 이상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사람 가운데 대장암 전 단계인 용종이 생긴 사람을 조사한 결과, 비만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6%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뚱뚱해야 암에 잘 걸리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암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BMI 계산 공식은 ‘체질량 지수 = 몸무게(kg) ÷ 키(m)²’이다. 예를 들어 163cm의 키에 몸무게가 68kg인 사람은 68kg을 1.63m의 제곱 값으로 나눈 25.59가 체질량지수다. 대한비만학회가 제시한 진단 기준은 BMI가 23일 때 정상으로 보고, 그 이상이면 비만으로 진단한다.

또 한 가지 살펴볼 점은 복부 비만이다. 전체적인 몸매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배만 볼록 튀어나온 사람이 있다. 복부 비만 정도는 허리둘레를 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남성은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을 복부 비만으로 진단한다.

얼마나 적게 먹어야 할까. 자신이 매일 먹는 음식의 열량을 일일이 계산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방법이 있다. 자신이 하루에 먹는 음식을 적어보는 것이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이런 사람은 식사를 마친 후 카페라떼를 습관적으로 즐기는 경우도 있다. 카페라떼는 밥 한 공기보다 열량이 많다.

운동하지 않기 때문에 뚱뚱해지고, 비만이므로 운동을 게을리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 현대인은 하루에 30분씩이라도 걸으라고 한다. 하루에 30분을 따로 떼기도 어렵다면 출퇴근 시간과 점심 시간을 이용하면 된다. 지하철역까지 10분 동안 빠르게 걷거나 점심 후에 10분을 걷는 식이다.

 


●  비만 예방

- 젊었을 때 하던 몸매 관리를 50~60대까지 이어갈 필요

- 하루에 먹는 음식을 종이에 적어보면 자신이 얼마나 많이 먹는지 파악

- 청소년기에 체육 활동 충분히 해야

● 비만 방치하면

-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장암·직장암·간암·담도암·전립선암·신장암·갑상샘암·폐암·림프종·흑색종(피부암) 등의 발생 위험 증가

- 체질량지수 30(kg/m²) 이상의 고도비만은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암에 걸릴 가능성 크게 증가

-비만한 사람은 운동에도 제한

-비만은 고혈압과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의 원인

 


ⓒ 시사저널 이종현
흡연

X선 검사는 예방에 도움 안 돼

김 아무개씨는 몇 해 전 감기인 줄 알고 가까운 의원에서 감기약 처방을 받았으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증세가 사그라지지 않아 큰 병원을 찾아 진단한 결과 폐암 판정을 받았다. 폐암이 이미 혈관을 침범한 상태여서 수술은 불가능했다. 항암 치료를 받았으나 발병한 지 1년 6개월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매년 건강검진을 받았음에도 폐암에 걸려 사망한 것이다. 김씨는 흉부 X선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폐는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X선 검사로는 조기 폐암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 검사로 폐암을 발견할 정도라면 폐암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다.

흡연자가 담배를 끊으면 3개월 이내에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폐 기능이 향상된다. 금연 1년 후에는 심장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흡연자보다 절반으로 줄어든다. 금연 10년 후에는 폐암 사망률이 흡연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구강암·후두암·식도암·방광암·신장암·췌장암의 발생 위험성도 작아진다.

 

 

● 흡연 예방

- 청소년기에 흡연하지 않도록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

- 금연 힘들면 보건소·병원에서 상담하고 항갈망제나 금연보조제 등을 이용

 

●  흡연 계속하면

-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흡연과 연관성이 증명된 암은 폐암·위암·식도암·구강암·후두암·췌장암·신장암·방광암·백혈병·자궁경부암 등

- 그 밖에도 간암·유방암·대장암이 흡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

- 암 발견 늦을수록 사용할 치료법도 묘연

- X선 검사 등으로 방사선 노출 위험 증가

- 일부 암 환자, 생명 유지 위해 평생 약 복용

 

 

 

ⓒ 시사저널 전영기
음주

금주 어려우면 항갈망제 도움 받길

수십 년 동안 자연스럽게 몸에 밴 생활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특정 물질에 중독되면 더욱 그렇다. 중독이란 의지의 한계를 벗어났음을 뜻한다. 대표적인 중독 물질인 니코틴(담배)과 알코올(술)을 떨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40대인 이 아무개씨는 2년 전부터 고혈압을 조절할 목적으로 혈압약을 먹었다. 평생 하루에 소주를 1~2병 마신 사실을 안 의사는 그에게 술을 끊으라고 제안했다. 혈액검사와 중독 검사를 했더니 그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이씨는 항갈망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다. 항갈망제는 중독 물질에 대한 갈망을 차단하는 약이다. 이 약을 먹으면 뇌는 이미 술을 마신 것으로 인식해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을 들지 않게 한다. 이씨는 3개월 후 술을 완전히 끊었고 혈압이 안정돼 고혈압 약을 안 먹어도 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간염은 간암의 발병 원인이다. 간염이 있거나 간수치가 높은 사람은 아예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  음주 예방

- 금주가 최선이나 사회생활에서 금주할 수 없다면 매일 마시는 건 피해야

- 다른 종류의 술 섞어 마시지 않기

- 술 마시기 전에 식사

- 물 많이 마시기

- 알코올 중독이라면 보건소·병원에서 상담하고 항갈망제 등을 이용

 

● 음주 계속하면

- 음주로 발병률이 높아지는 암으로는 간암·유방암·위암·식도암·대장암·구강암·췌장암 등

-알코올 중독에 따른 치료에 드는 사회적 비용 23조원

 

 

 

ⓒ 시사저널 포토
감염

백신 접종으로 자궁경부암·간암 예방

감염으로 생기는 암은 간암과 자궁경부암이 대표적이다. 간암은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일수록 발병 위험도가 증가한다. 간염의 70%는 B형간염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한 것이다. 1980년대 중반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B형간염 치료는 쉽지 않았다. 1990년대 초부터 광범위하게 예방접종을 하면서 인간이 B형간염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후부터 간암 발병이 줄어들었다.

자궁경부암은 특정 바이러스(HPV)가 자궁 입구에 감염되면서 시작된다. 역시 백신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게 되면서 자궁경부암이 줄어들고 있다.

 

 

● 감염 예방

- B형간염 백신 접종

-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 감염 방치하면

- 간암, 자궁경부암 발생

- 간 수술 후 생명 유지 위해 평생 약 복용

- 자궁경부암 심하면 임신, 출산 등에도 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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