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8일 법무부의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가 열렸다. 한동안 뉴스의 초점이 됐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며 이른바 ‘외압 및 항명’ 파동을 일으킨 그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윤 지청장과 그의 변호인인 남기춘 변호사는 장시간에 걸쳐 “외압성 지시는 부당한 명령이었고, 이를 거부한 것은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적극 소명했다. 결론은 1개월 정직 처분이었다. 물론 중징계지만 처음보다는 2개월이 줄었다. 그 이튿날엔 관심을 모았던 검찰 인사가 발표됐다.
그래서일까. 처음 강경 일변도였던 윤석열 지청장의 행보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읽힌다. 당초에는 윤 지청장이 징계안에 승복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리란 예상이 나왔다. 기자는 12월20일 윤 지청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 행정소송 의향에 대해 그는 “고심 중이다”라고만 밝혔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압을 폭로하던 때에 비해 누그러졌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윤 지청장을 향해 검찰 주변에서 “아마도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들을 내놓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지청장은 (이번 사건으로) 검찰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항명’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그가 다시 징계위의 결정에 반발해 이번 사건을 법정까지 끌고 갈 수 있겠는가. (외압 당사자로 지목했던) 조 전 지검장이 이미 사임한 마당에, 새로운 김진태 총장 체제를 흔들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남기춘 변호사와 윤 지청장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남 변호사는 징계위를 마치고 나온 뒤 징계위 과정을 설명한 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대해 윤 지청장이 “방금 배포한 자료는 내 뜻과 무관하게 변호인이 상의 없이 뿌린 자료”라는 상반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남 변호사는 12월20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 지청장이 ‘징계 혐의자인 내가 회의 끝나고 나오면서 입장 자료를 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일 뿐, 기본적으로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는 모두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즉, 윤 지청장과의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쪽은 외압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우리 입장에서는 외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소송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건 전적으로 (윤 지청장) 본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남 서울지검장, 이석기 사건으로 주목
19일에 발표된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는 향후 김진태 총장 체제를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시금석이었다. 야당에서는 여전히 김 총장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최측근’으로 규정하고 있어 ‘검찰 빅2’ 중 한 명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어떤 인사가 오느냐 하는 문제는 첨예한 관심사였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는 김수남 수원지검장(사법연수원 16기)이 임명됐다. 김 지검장은 대검 중수3과장·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지내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공안 성격을 지닌 미네르바 박대성씨 사건을 처리하는 등 공안 수사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수원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일찌감치 서울중앙지검장에 내정됐다는 설이 검찰 안팎에서 돌았다.
대검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 아들 보도 배후 사건 수사 등을 진두지휘하게 될 것이다. 이들 사건은 모두 청와대와 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그런 상황이어서 유난히 김 지검장과 청와대와의 정서 교감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 인사 단계에서부터 외풍이 너무 심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2년 연속 바람 잘 날이 없었던 검찰의 내년 행보 또한 심상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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