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올해의 인물] "최룡해·김원홍 2인자 다툼…사냥개처럼 도구로 쓰일 수도”
  • 엄민우 기자·이혜리 인턴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3.12.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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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가 10인이 분석하는 2014년 김정은 체제

김정은은 홀로 서 있었다. 그의 좌우에 항상 서 있었던 고모 김경희도, 고모부 장성택도 사라졌다. 12월17일 김정일 사망 2주년 추도대회 때 김정은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2인자’로 불리던 장성택의 충격적인 처형 이후, 김정은의 옆자리는 누가 차지할까. 또 향후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어디로 갈까.

시사저널은 북한 전문가 10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2014년 김정은 체제를 전망했다. 전화 인터뷰는 12월18일부터 20일 사이에 이뤄졌다.

‘2인자’ 후보로는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다. 최룡해는 17일 추도대회 때 김정은의 바로 왼편에 자리 잡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일성과 빨치산 활동을 함께한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10인의 전문가 역시 최룡해가 핵심 권력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룡해는 군부의 충성심을 이끌 뿐 아니라 김정은이 생각하는 경제 강국 구상에 군을 동원해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김정은 특사로 중국을 방문하는 등 외교 분야에서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7월27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60주년 전승절에서 김정은과 최룡해(왼쪽)가 밀담을 나누고 있다. ⓒREUTERS
최룡해와 김원홍도 안심할 수 없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장성택이라는 큰 축이 사라졌으니 최룡해가 주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혁명 3·4세대, 즉 새로운 신진 통치 엘리트들과의 유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동맹과 유대를 맺어왔고 그 세대들을 관리하면서 김정은을 떠받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최룡해는 사실상 당 관료이면서 군대를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책임자다. 김정은의 군부 통제는 최룡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최룡해가 2인자라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신중한 의견도 나왔다. 최룡해가 현재 2인자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향후 그 입지가 얼마나 탄탄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설명이다. “지금까지의 장성택과 비교해볼 때 과연 최룡해가 당·정·군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김정은에게 가기 전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본인이 최종 결정하기 전에 상의하고 조율할 수 있는 파트너가 없어진 김정은은 결국 많은 문제를 본인이 직접 떠맡게 될 것이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는 “최룡해가 당분간 2인자 역할은 하겠지만 ‘로열패밀리’가 아니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 연합뉴스
조직지도부가 핵심 기구로 입지 굳힐 것

최룡해와 더불어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거론한 또 한 명의 인물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다.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던 그는 최룡해를 견제할 수 있는 인물로 거론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인자라고만 하면 최룡해가 맞지만, 장성택 제거를 주도하며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핵심 인물은 김원홍”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위원은 “김원홍은 북한 엘리트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최룡해 등 엘리트들도 딴마음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이상 징후가 없는지 철저히 통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임을출 교수는 “김원홍은 국가안전보위부 수장으로서의 역할이지 그 이상의 롤을 언급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반박했다. 정영태 위원 역시 “김원홍이 맡은 일을 볼 때 상대적 중요도가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결국 그도 당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새로운 권력 기구로 당 조직지도부가 다시 부각될 것이란 의견도 주목할 만하다. 조직지도부는 김정일 시대에 최고 권력기관이었다. 따라서 현재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인 조연준과 김경옥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성장 위원은 “조연준과 김경옥은 당 조직과 인사권을 통해 모든 분야의 엘리트들을 통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복수의 전문가도 조연준과 김경옥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러나 대부분 최룡해의 위상과 역할에는 비할 바 아니라는 의견이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은 “최룡해나 장성택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으로서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김원홍·조연준 같은 인물은 사냥개처럼 도구로 쓰일 수 있는 정도의 위상”이라고 평가했다.

홍현익 위원은 “장성택이 갖고 있던 권한이 조직지도부로 흡수될 것이다. 원래 그 권한도 조직지도부에 있던 걸 떼어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조직지도부에서 모든 인사와 당 고위 간부들을 검열하고 통제한다고 보면 된다. 국가안전보위부 자체도 조직지도부 휘하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희관 교수는 “사회주의 정당에서 제일 중요한 게 조직과 선전인데 그런 의미에서 당 조직지도부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없다. 향후 당원들을 크게 물갈이하기 위해 당원증 재교부 사업 등을 할 가능성이 큰데 이 역할을 수행할 곳이 바로 당 조직지도부”라고 설명했다.

군부가 힘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일단은 군부가 부상할 것이다. 조직지도부가 약화되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엔 총정치국이 당의 지시를 받았는데, 이제는 최룡해 때문에 거꾸로 총정치국이 공안 기구나 조직지도부에 영향을 주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향후 대외 정책에서 기본적으로 유화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그동안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동남아 쪽에 공을 들였는데 성과가 없었다. 그렇다면 외교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대화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유화 정책 이후에는 내부 단속 등을 위해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은 “핵 무력 건설을 완성하려면 대외 투자를 받아야 하니까 처음에는 대중·대미 유화책을 펼 것이다. 그러나 내부 결속을 위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승열 위원은 “대외 관계에서 선군정치를 내세우면서 강경하게 나갈 가능성이 크다. 외부 긴장을 통해 내부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김정은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과정을 한번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전문가 10인(가나다 순)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영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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