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올해의 인물] 올해 정치권 화두는 ‘기춘대원군’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3.12.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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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청와대 입성 후 권력의 핵으로 부상

기춘대원군. 이 말을 빼놓고 2013년 대한민국 정치권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대원군 하면 조선 시대 고종의 부친인 흥선대원군을 떠올릴 정도로 절대 권력을 상징한다.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 때 각각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와 이상득 전 의원을 가리켜 ‘봉하대군’ ‘영일대군’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대군이나 대원군은 임금의 형이나 부친을 일컫는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무런 인척 관계가 없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는 것은 사뭇 이채롭다. 김 실장은 시사저널이 매년 말 발표하는 ‘올해의 인물’ 2013년도 정치 분야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지난 8월5일 허태열 비서실장 후임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김기춘 실장은 등장부터 무시하지 못할 존재감을 과시했다. 9월,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김 실장은 임명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대통령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를 차지했다. 10월, 정치학 교수와 정치평론가 등 국내 대표적인 정치 전문가 20인을 상대로 한 시사저널의 긴급 설문조사에서도 김 실장은 압도적인 차이로 ‘현 정국을 주도하는 인물’ 1위에 선정됐다. 11월, 시사저널과 소셜 미디어 분석업체인 ‘트리움’이 공동으로 진행한 청와대 인적 네트워크 공동 분석에서도 김 실장은 독보적인 위상을 드러냈다.

김 실장은 청와대의 정무와 인사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례로 김 실장 취임 후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 없어졌던 청와대 당무보고가 부활했다는 얘기도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청와대를 한 번씩 찾아 김 실장에게 당내 상황과 현안 등을 직간접적으로 보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이 박근혜정부 인사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 현 직제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인사위원장을 겸직하게 되어 있다. 김 실장이 인사 전반을 챙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워낙 권한이 집중되다 보니 갖가지 구설에 휘말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검찰 수뇌부 인사를 앞두고 김 실장에게 줄을 대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공식 브리핑에서 “김 실장이 이러한 보도에 대해 강력 부인했으며 매우 불쾌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 실장 권한 평가 과장됐다는 얘기도

김 실장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불통·권위주의’에 대한 비판도 함께 따랐다. 특히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사퇴 에 김 실장이 연루됐다는 국민일보 보도가 나오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김 실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와대 측은 국민일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또 김 실장 취임 후 매주 열리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가 한동안 열리지 못하면서, 김 실장의 ‘대리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도 여권 주변에서 나왔다.

‘기춘대원군’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김 실장의 권한에 대한 평가가 과장됐거나 가혹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차피 김 실장 또한 조언자에 불과할 뿐 모든 열쇠는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 역시 기춘대원군 논란에 대해 “더 낮게, 더 겸허하게 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기춘 비서실 체제가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데는 청와대나 여권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다. 2014년에도 김 실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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