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올해의 인물] 메이저리그 정복한 ‘대한민국 에이스’
  • 배영은┃스포츠동아 기자 ()
  • 승인 2013.12.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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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즌에 내셔널리그 다승 10위·방어율 8위 눈부신 활약

여론조사 전문 기업인 한국갤럽은 최근 ‘2013년 한 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스포츠 선수’를 조사했다. 1위는 미국 LA 다저스의 류현진(26). 전국의 만 13세 이상 남녀 170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51.4%) 응답자가 류현진을 꼽았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8위에 올랐던 선수가 1년 만에 ‘피겨 여왕’ 김연아와 ‘산소 탱크’ 박지성을 모두 제쳤다. 이제 대한민국 스포츠의 시계는 류현진을 중심으로 돈다. 그리고 2013년은 그 출발을 알리는 한 해였다. 이러한 여론은 시사저널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 스포츠 분야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다저스와 6년에 최대 4200만 달러 계약

1994년 한국의 야구팬들은 처음으로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한국인 투수가 서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LA 다저스에서 데뷔한 박찬호는 이후 빅리그 정상급 투수로 이름을 날리며 미국과 한국에 ‘코리안 특급’ 열풍을 몰고 왔다. 박찬호의 1승, 1승에 한국이 울고 웃던 시기였다. 류현진은 그 후 20년 가까이 흐른 2013년의 대한민국에 다시 한 번 한국 야구의 자부심을 일깨웠다.

대학 재학 중 미국으로 향했던 박찬호와 달리,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가 7년간 아껴 품었다가 세상에 내놓은 대한민국 에이스였다. 그래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 선수이기도 하다. 일단 출발부터 남달랐다. 한국의 수많은 스타 선수가 늘 고배를 마셨던 메이저리그 포스팅에서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라는 엄청난 이적료를 따냈고, 다저스와 6년에 최대 4200만 달러(약 445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물론 류현진에게 처음부터 ‘아군’만 있었던 건 아니다. 현지 관계자들은 미지의 리그에서 온 덩치 큰 선수에게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달리기 능력과 몸무게는 물론, 흡연 문제까지 현지 언론에 언급됐다. 등판 이틀 전 불펜 피칭을 하지 않는 훈련 방식에도 물음표를 달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처음부터 “한국에서 하던 대로 하겠다”며 “전혀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은 ‘야구’라고 생각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긴장하거나 위축되는 대신 류현진은 ‘실력’이라는 가장 확실한 무기로 정면 돌파했다. 그는 4월3일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6.1이닝 3실점(1자책점)으로 잘 던졌지만 아쉬운 첫 패배. 그러나 시즌 두 번째 등판인 4월8일 피츠버그전에서는 6.1이닝 2실점으로 순탄하게 첫 승리를 따냈다. 그 1승이 신호탄이었다. 이후 한 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총 14승(8패)을 올렸고, 3.00이라는 수준급 방어율로 시즌을 마감했다. 다승은 내셔널리그 공동 10위, 방어율은 공동 8위.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수많은 투수는 한국에서 온 신인 투수에게 앞 순위 한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한국인 투수로서는 사상 첫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승리를 따냈다.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한국 야구의 어깨가 으쓱거렸다.

과정뿐 아니라 결과까지, 모든 게 한국이 알던 ‘류현진’ 그대로였다. 큰 공백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고, 나갈 때마다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해냈다. 약점을 지적받기가 무섭게 곧바로 극복했고, 라커룸에서는 늘 웃음으로 동료들과 화합했다. 대한민국 에이스는 그렇게 바다 건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도 변함없이 당당하고 힘찼다. 더 무서운 사실은 그가 이제 고작 첫 시즌을 마쳤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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