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법률’은 국민의 삶 밝게 한다
  • 이승욱 기자·홍완식 한국입법학회장(건국대 법학전문 ()
  • 승인 2013.12.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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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우수 법률 베스트 10

시사저널과 한국입법학회가 제정한 대한민국 입법대상은 19대 국회가 개원한 이래 1년간 국회를 통과한 제·개정 법률 420여 건을 주요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엄밀한 심사를 통해 전체 평가 대상 법률안 10개를 우수 입법으로 선정했다. 해당 법률과 관련한 법안을 대표 발의 하면서 우수 법률 입법화에 기여도가 높은 국회의원 5명을 우수 의원으로 시상했다.

이번 입법대상에 선정된 우수 법률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나타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법률이라는 점과 변화하는 시대 상황을 제때 반영하고, 다가올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강조된 법률이었다는 점이다. 제1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10대 우수 법률을 소개한다.

 

7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정 금융 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가결됐다. ⓒ 연합뉴스
공사 중단 장기 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제정)

국토해양부의 2012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걸쳐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돼 있는 10층 이상 건축물은 800여 곳이 넘는다. 10층 이하 건축물은 무려 500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공사 중 방치된 건물이 전국 각지에 널려 있다. 이처럼 무리하게 건물 신·개축 공사를 하다 방치된 건축물은 범죄 장소로 악용돼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한편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나아가 국토와 건축 경제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하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유발한다.

민주당 신계륜 의원이 대표 발의해 제정한 ‘공사 중단 장기 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이와 같은 국민의 생활과 가까이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공사 중 방치된 건물의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됐다. 이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공사가 중단된 후 2년 이상 방치된 건축물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종합 대책을 세우는 한편, 지자체와 함께 체계적으로 정비 작업을 추진한다. 또 지자체의 정비 의지를 높일 수 있도록 정비 기금을 조성토록 하고 보존 필요성이 있는 건축물은 공사가 신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공사비를 저리로 지원 또는 융자한다. 대신 건물 또는 수익의 일부를 도서관이나 주민 복지 공간, 사회적 약자 배려 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전 국토에 걸쳐 사장되고 있는 경제 자원을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오랜 기간 방치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증대될 문제점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적 성과로 평가됐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제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은 2012년 9월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과 2013년 4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률안을 통합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제안한 대안을 바탕으로 제정됐다. 화평법은 일정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려는 자가 제조·수입 전에 환경부장관에게 등록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환경부장관은 해당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위해성을 평가해 체계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평법은 제정 과정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화평법이 지나친 규제 법률로서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경영자 단체의 반발이 컸다. 기업 측은 화학물질 등록 제도가 영업 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특히 사업장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한 ‘화학물질 관리법’의 개정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뜨거웠다.

그러나 화학물질에 대한 사고 예방과 환경권 보장, 건강 보호를 위한 입법은 세계적인 추세다. 이미 유럽연합(EU)은 화학물질 등록·평가 제도인 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 법률을 두고 있고, 일본도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 강화를 법률에 반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구미 불산 누출 사태 등 사업장의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 국민의 불안감이 높았다. 논란 끝에 화평법의 제정과 통과는 화학물질 누출 사고에 대응하는 선제적 입법으로서 국민 건강과 환경 보호, 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법률로 평가받았다.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 안정 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개정)

12월18일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이사가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시상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김우남 민주당 의원과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해 개정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법률은 애초 1993년 6월 제정됐다. 19대 국회 들어 두 번의 개정 절차를 거쳤다. 2012년 12월 개정 당시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등에 대한 소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국가가 피해자들의 법률 상담과 소송 대리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았다. 2013년 5월28일 개정된 법률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 법인 등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담았다. 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호시설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복지에 기여하려는 목적으로 개정됐다.

해당 법률의 개정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국가적 보상이라는 관점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과 이들을 돕는 일부 시민사회에만 맡겨져 있던 명예훼손과 손해배상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보호 시설의 설치 및 운영까지도 국가적 책무로 인식해 법제화한 것이다.

 

고용보험법(개정)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쌍용차 사태를 계기로 마련된 입법이다. 그동안 고용보험법상 사업주가 경영 악화로 정리해고 등 고용 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고용 조정 대신 휴업과 휴직을 실시하면 고용 유지 지원 제도를 통해 국가가 사업주에게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사업주가 휴업이나 휴직을 무급으로 하면서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이 없어 별도로 지원금을 지급할 규정이 없었다. 쌍용차 사태 때도 무더기 정리해고 대신 무급 휴직을 하는 안이 노사 간에 합의됐지만 지원금 지급 규정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영 악화를 이유로 사업주가 무급 휴업 내지 무급 휴직을 실시하면 노동자는 사실상 정기적인 소득이 끊긴다. 고용보험법 개정 법률은 이러한 법 제도의 미비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 법률로 국가가 해당 무급 휴업 내지 무급 휴직 대상자인 노동자에게 직접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노동자와 가족의 생활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생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취약 계층에게 법적 보호 수단을 마련한 우수 사례로 꼽혔다.

 

도시 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제정)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과 민주당 양승조·안민석 의원, 무소속 박주선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4건의 도시 재생 관련 법률안을 통합해 국토교통위에서 제안한 대안을 바탕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도시 재생 관련 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된 이후 19대 국회에서 입법화됐다. 도시 재생 지원 특별법은 도시의 주거·경제·사회·문화적 환경을 건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고 재생하는 것을 목표로 제정됐다. 특히 그동안 난립했던 도시 재건축·재개발·재정비 촉진 사업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도시 재생 정책을 반영한 입법이다. 아직 기존 제도로부터의 원활한 전환과 성공적인 정착이라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지만 입법의 정책적 타당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우수 입법으로 선정됐다.

 

고용상 연령 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개정)

1991년 12월 제정된 고령자 고용 촉진법은 수차례 개정됐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그동안 근로자 정년과 관련해서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임의 규정을 법률 제19조에 두고 있었다. 이에 19대 국회 들어 해당 근로자 정년 규정을 강행 규정으로 개정했다. 또 사업자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보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해 법의 효과성을 높였다. 법률의 시행과 관련해 상시 300명을 기준으로 2016년과 2017년부터 시행하도록 하면서 정년 연장을 위한 준비 기간을 둠으로써 법률 시행의 충격을 완화했다.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개정)

2010년 4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분리된 ‘성폭력 방지 법률’은 2012년 12월 개정됐다. 개정 법률은 성범죄 예방을 위한 사회 전체의 인식 제고를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단체에서도 실시하도록 했다. 이를 위한 성폭력 예방 교육 지원 기관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법률 개정을 통해 마련했다. 또 성폭력 예방 홍보 영상을 제작해 지상파 공익광고에 송출할 수도 있게 되었다. 성폭력 방지 법률의 개정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 보호 시설의 종류를 세분화하고 입소 기간을 연장하는 한편 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원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훈련 시설의 설치·운영과 위탁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성폭력 피해자를 좀 더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최근 성폭력 관련 법률이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성폭력 범죄 발생 이후의 제재 위주로 입법화되는 추세와 달리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예방적인 조치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 개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변호사법(개정)

법조 비리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이면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사안 중 하나다. 2013년 5월 개정된 변호사법은 이러한 법조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법조윤리협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조윤리협의회는 법조 비리를 조사하고 법조 윤리를 정비하는 기구지만 권한이 약하고 업무 처리 결과가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법률 개정으로 법조윤리협의회가 제시한 법조 비리 관련 자료 요구에 대해 관계 국가기관이 응해야 할 의무가 부과됐다. 반대로 법조윤리협의회는 관련 활동 자료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해 활동의 객관성을 키웠다. 특히 법조윤리협의회는 인사청문회나 국정조사와 관련해 국회로부터 관련 인사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받을 경우 반드시 자료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번 개정 법률은 법조 윤리를 강화하는 한편 국민의 법조계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개정)

지난 6월12일 개정된 농어업인 특별법은 정부가 그동안 5년마다 수립하는 ‘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 개발 기본계획’과 실태 조사에 농어업인의 사회안전망 확충과 고령 농어업인에 대한 소득 안정화 및 작업 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을 추가했다. 또 농어업인의 복지 증진 및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위한 다양한 시책 시행과 예산 지원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국가가 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법률 취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해당 법률의 개정을 통해 농어촌의 경제적 활성화를 도모하면서 향후 식량 자급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 수단을 입법화했다는 점에서 우수 입법으로 평가했다. 

 

아이 돌봄 지원법(개정)

2012년 2월 제정된 ‘아이 돌봄 지원법’은 가정에서의 아이 양육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고 획일적인 아이 돌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질 또한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여성계와 복지 분야의 지적에 따라 지난 5월28일 개정된 법률은 아이 돌봄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맞벌이 가정의 자녀 등에 대한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이 돌봄 지원법 개정은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른 맞벌이 부부의 증가에 부응하면서 경제적 계층 격차를 해소하고 안정에 기여하도록 하는 입법 취지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향후 집행 과정을 통해 법률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게 나쁜 입법…‘워스트 5’ 


옥에는 티가 있는 법이다. 제1회 대한민국 입법대상을 평가·선정하는 과정에서도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과 관련한 부실 법률(법률안)이 상당수 드러났다. 입법대상 제정의 취지는 이런 부실 법안의 양산을 줄이기 위함이다. 유형별로는 법안 발의 남발, 과다한 특별법, 일관성과 체계성이 부족한 법률, 법령 체계가 결여된 법률, 비현실적 법률안 제출 등이다.

 

■법안 발의 남발 

고질적인 입법 활동의 병폐로 드러난 법안 발의 남발 현상은 19대 국회에서도 여전했다. 19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1년 6개월 동안 8200건의 법률이 발의됐는데, 이 중 약 7700건의 법률안이 국회의원이 발의한 의원 입법이다. 법안의 공동 발의자가 수백 명에 달하는 기현상은 18대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2월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이한구 의원과 152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해당 국회의원들은 공동 발의 남발 지적에 대해 당론으로 정해진 법률안이라고 해명하지만, 전문가들은 국회법이 발의 의원과 찬성 의원을 구분하는 만큼 공동 발의 남발은 법안의 발의 실적을 높이기 위한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과다한 특별법 

특별법과 특례법, 특별조치법 등이 과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를 들어 ‘2015년 물포럼 지원 특별법’ ‘새만금 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 오염 사고 피해 주민의 지원 및 해양 환경의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 등이다. 또 처분적 법률 내지는 개별 사건에만 국한한 법률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일관성·체계성 부족

일관성과 체계성이 없는 법률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설치·폐지·분합 등에 관한 법률들이 꼽혔다. 19대 국회에서 제정된 ‘충청북도 청주시 설치 및 지원 특례에 관한 법률’ ‘경기도 여주시 도농복합 형태의 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 등이다. 지자체 관련 법률은 지방자치법 등 일반법의 개정을 통해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법령 체계 결여 

법률의 필요성 여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데도 발의되거나 아예 법령의 수직적 체계 내지는 수평적 체계를 결여한 법률안이 제출된 사례도 있었다.

 

■비현실적 법률안 

법률안의 문구나 형식에 충분한 검토가 없는 경우나 명확성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법률도 있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일명 ‘게임중독법’처럼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항을 규제하고자 하는 법률(법률안)도 이러한 사례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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