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조선·IT·자동차 ETF 유망하다
  • 정은호│금융투자연구원 대표 ()
  • 승인 2013.12.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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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전체 투자 효과…개별 기업 리스크 피할 수 있어

펀드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수익률 정보다. 내가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뿐 아니라 최근 수익률이 좋은 펀드는 어떤 것일까, 어떤 펀드가 지속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낼까 같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펀드평가사 홈페이지나 금융투자협회 사이트를 찾는다. 어떤 시기든 상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펀드들이 있다.

12월12일자 펀드평가사 수익률 상위 펀드들의 면면을 보면 우선 ‘삼성KODEX은행 상장지수’ ‘미래에셋TIGER은행 상장지수’ 등이 눈에 띈다. 바로 ‘섹터 ETF’라고 불리는 펀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상장지수 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는 거래소에 상장된 인덱스 펀드다. 복수의 종목으로 구성된 펀드를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이 중 ‘섹터 ETF’는 거래소에서 산출하는 ‘KRX 섹터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는 펀드를 말한다. 거래소에서는 17개의 섹터를 대상으로 지수를 산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20개 기업으로 구성된 자동차지수(KRX Autos), 10개의 은행 종목으로 구성된 은행지수(KRX Banks)다.

ETF는 한 번 거래로 지수에 포함돼 있는 다수의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며, 일반 주식처럼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으로도 거래할 수 있는 편의성과 함께 증권거래세가 면제되는 장점이 있다.

ⓒ 일러스트 박재형
ETF 시장 규모, 10월 말 기준 19조원

최근 1년간 17%의 수익률을 보인 ‘삼성KODEX은행 상장지수’ 펀드와 ‘미래에셋TIGER은행 상장지수’ 펀드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거래소의 은행지수를 추종하도록 운용되고 있는 섹터 ETF다. 이 외에도 은행·조선·반도체·IT 등 다양한 지수에 기초한 섹터 ETF들이 상장돼 있다. ETF 시장 규모는 지난 10월 말을 기준으로 19조원에 이르고 있다.

섹터 ETF는 특성상 수익률 상위 펀드에 항상 이름을 올리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수익률이 좋은 업종이 있고, 섹터 ETF가 대다수 업종을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일반 펀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활용하면 개별 종목 분석에 고민할 필요 없이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각 업종에 대한 전망에 따라 섹터 ETF만 잘 갈아타면 항상 최고 수익률의 펀드를 골라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이른바 ‘섹터 로테이션’ 전략이다.

물론 업종에 대한 전망이 개별 기업에 대한 전망보다 용이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 부담해야 하는 기업 고유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피해갈 수 있는 전략이 된다. 섹터 ETF는 특정 산업에 대한 전망에 기초해 투자할 때 편리하다. 자동차 업종에 대한 전망이 좋을 때, 개인 투자자들은 완성차 업체에만 주목하지만 그 수혜는 부품 업체에도 돌아간다. 이럴 때 자동차ETF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다. 자동차ETF가 추종하는 ‘KRX Autos’에는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 등의 타이어 업체, 세방전지·아틀라스BX 같은 배터리 업체 등 자동차와 관련된 20개 업체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ETF 하나로 이들 종목에 동시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자동차 업종이 호황을 맞으면 개별 기업의 움직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업종의 성과를 수익률로 연결시킬 수 있다.

각 증권사들의 내년 증시 전망은 ‘상고하저(上高下低)’가 유력하다. 대략 주가지수 2300포인트 정도가 고점 예상치의 평균인 듯하다. 이 경우에도 모든 업종이 그만큼 오르지는 못한다.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는 다양한 섹터에 시가총액을 고려해 분산하기 때문에 주가지수 상승분 정도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밋밋함 때문에 부지런한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마땅치 않게 느껴진다. 다양한 종목에 대한 분산은 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주지만 분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 경우 섹터 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다양한 종목에 분산하는 효과와 함께 업종에 대한 집중력을 발휘해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편의성 때문에 무작정 ETF 투자는 금물

예를 들어 자동차와 반도체 두 개의 ETF만 매수해도 그 안에 속한 40여 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업종 선택이 효과적이라면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이 쉬워지는 것이다.

ETF의 편의성 때문에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만을 대상으로 하는 섹터 ETF뿐 아니라 채권·원자재·부동산·해외지수를 따라가는 다양한 ETF가 출시돼 있고 최근에는 국내와 해외 시장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는 합성 ETF도 도입됐다. 최근 상장된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합성-AC 월드 ETF’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MSCI All Country World Index’를 추종하며 전 세계 약 45개국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당연히 우리나라 주식도 포함된다. 이 펀드 하나로 전 세계 주요국 모두를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고위험 채권이나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도 HTS를 통해 간단히 할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합성-선진국하이일드(H) ETF’와 ‘KINDEX합성-미국리츠부동산(H) ETF’를 일반 주식처럼 매수하면 된다.

현재 상장돼 있는 140여 개의 ETF 이외에 자산 결합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ETF의 조합은 무궁무진하다. 결국 향후에는 ETF만으로 주식·채권·원자재 등 모든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자산 배분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편의성 때문에 무작정 ETF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거래소의 섹터 ETF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종목으로 구성돼 있어 수익률을 이해하기 쉽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나오게 될 ETF는 좀 더 복잡한 투자 대상이나 구조를 가지게 될 것이다. ETF는 주식이 아니라 펀드이기 때문에 어떤 지수를 따라가는지, 혹은 어떤 종목을 편입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혼자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라면 가장 간단한 섹터 ETF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개인 투자자들이라면 화려하고 복잡한 ETF보다는 섹터 ETF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산 관리에서 펀드 투자는 피해갈 수 없는 선택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거래가 편리한 ETF는 매력적인 펀드다. 증권사들은 2014년 우리나라 증시의 유망 업종으로 IT·자동차·조선 등을 지목하고 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이 어렵다면 섹터 ETF를 통해 간단하게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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