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 대학 수석 졸업한 야심가의 도전
  • 김중태│IT문화원 원장 ()
  • 승인 2013.12.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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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아마존으로 세계 출판시장 점령하다

아마존(www.amazon.com)은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이다. 지금은 책 말고도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종합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기업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아마존은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창업했다. 베조스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이며 인텔의 영입 제안을 거부하고 무명 벤처를 선택할 정도로 도전 의식이 강한 사람이다. 그는 이후 월스트리트로 가서 펀드매니저로 전직을 감행해 그곳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며 26세 젊은 나이에 부사장직까지 오른다.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 ⓒ EPA 연합
닷컴 붕괴 시련 딛고 더 단단해진 아마존

그러나 그는 1994년 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거액의 연봉을 미련 없이 뿌리친 채 창업을 결심한다. 그는 뉴욕을 떠나 시애틀로 가서 인터넷 서점을 창업 아이템으로 잡고 주변 사람을 통해 200만 달러를 모아 사업을 준비한다. 1995년 7월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7년에는 147억8350만 달러 매출에 4억76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한다. 2012년 아마존의 매출은 610억 달러로 북미 전체 전자상거래 1위를 기록했다. 2013년 3분기 매출의 경우 2012년 3분기보다 24% 증가한 171억 달러로 지칠 줄 모르며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아마존도 그동안 많은 시련을 겪었다. 2000년 초 ‘닷컴 붐’ 붕괴 때 리먼브러더스가 1년 안에 아마존닷컴이 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주가는 하락하고 적자는 불어났다. 100달러에 이르던 주가가 6달러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2001년 1300명에 이르는 직원을 해고하고, 책만 파는 서점에서 장난감·전자제품을 파는 종합 쇼핑몰로 변신하면서 마침내 위기를 극복하고 흑자로 전환했다.

2008년 11월 아마존은 킨들(Kindle)이라는 전자책 단말기를 무기로 전자책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킨들은 2008년에만 50만대 이상 팔리면서 시장에 안착했다. 2010년에는 전자책이 양장본 판매량을 넘어서면서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전 세계 언어로 된 모든 책을 60초 안에 제공하겠다”던 아마존의 꿈이 공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마존의 킨들은 큰 성공을 거뒀다.

킨들이 성공하게 된 요인은 많다. 킨들의 장점 중 하나는 이동통신업체(이통사)인 스프린트와 제휴를 맺고 이동통신망을 통해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통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나 책을 검색하고 내려받을 수 있는데, 이용자는 책 가격만 지불하면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통신 사용료는 아마존에서 지불한다.

2009년에는 화면이 2.5배로 커진 ‘킨들 DX’를 출시했는데, 기존보다 성능과 외양이 크게 개선됐다. 2013년 새롭게 선보인 ‘뉴 킨들 페이퍼 화이트’는 종이책처럼 하얗고,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며, 어두우면 안 보이는 전자책의 주요 약점을 개선해 깜깜한 곳에서도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태블릿PC인 킨들파이어는 컬러로 된 전자책을 보는 데 최적화됐다. 적어도 전자책 분야에서 아마존은 끊임없이 새로운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미국의 전자책 시장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본격 진출,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뉴스 등 각종 구독 서비스, 아마존의 킨들 출시가 맞물리면서 전자책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당분간 전자책 시장은 아마존·구글·애플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아직까지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책 출판사인 북토피아가 2010년 파산 선고를 받았다. 북토피아는 1999년에 120여 개 출판사가 자본금을 모아서 설립한 전자책 회사다. 2001년에는 전자책 제작 판매사인 와이즈북과 합병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가 됐다. 2007년 매출은 약 1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과 저작권료 미지급, 부채 증가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한국 전자책 1위 북토피아는 파산 선고

북토피아는 경영이 방만했다. 지금까지 제작한 12만권의 전자책 중에서 저작권 문제 및 기타 사유로 겨우 50%만이 매장에 진열된 상태다. 진열된 책 가운데 한 권 이상 팔린 책은 20%도 되지 않는다. 코스닥 상장 등을 위해 자금 조달에 집중했던 것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정책 혼란이 이유다.

북토피아가 파산함으로써 전자책을 구입했던 수많은 고객이 피해를 입었고, 한국의 독자들은 전자책에 대한 불신을 안게 됐다. 오피엠에스(OPMS)의 전자책 서비스 ‘메키아’가 북토피아 콘텐츠 12만종을 인수해 그 명성을 잇는 전자책 판매 사이트로 다시 시동을 걸고 있지만, 한번 쌓인 불신은 독자와 출판계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이 때문에 2013년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여전히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자책 단말기 시장도 좋지 않다. 네오럭스의 누트 시리즈가 고객 대응 실패로 시장에서 참패를 당한 뒤 철수했다. 삼성 또한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꾸준히 기술력을 키워온 소규모 업체들이 조금씩 한국의 전자책 시장 수요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2013년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열린책들 세계문학> <열혈강호> <식객> 등 앱북이 10만부 이상, 퍼블스튜디오의 <옆집 아이>가 5만부 이상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옆집 아이>의 경우 국내에서 2만5000부, 영미권에서 2만5000부가 팔린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전자책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전자책이 몰락해가는 출판사·신문사·잡지사를 구할 구원투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해외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기에 이런 것이 성공을 거둔다면 새로운 유형의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에서는 전자책 구독 무제한 정액제를 시험 중이다. ‘Oyster’와 ‘Scribd’가 무제한 정액제 모델로 전자책 시장에 진출했는데, 매달 10달러도 안 되는 돈만 내면 10만권 이상의 책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독서층의 전자책 유입 장벽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출판 시장의 중심은 종이책 등 오프라인 서점에서 아마존이 만든 온라인서점으로 이동했다. 이제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변화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북미 시장에선 아마존이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에선 종이책 시장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으나, 전자책 시장으로 중심이 옮겨갈지조차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출판 시장에서 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독서 인구 자체가 소멸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2014년에 출판계와 서점계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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