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위하여 잔을!
  • 로사 전 | 아일랜드 UCD 마이클 스머핏 경영대학원 ()
  • 승인 2013.12.3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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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유럽 경제에 잔인한 해였다. 아일랜드·그리스·포르투갈 등은 2010년 유럽공동체(EU)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짜리 ‘구제(bail-out) 패키지’를 받은 후 허리끈을 바짝 졸라맸다. 그 결과 일단 아일랜드는 12월에 졸업했다. 2014년에도 높은 실업률(그리스 27.3%, 스페인 26.7%), 세금 인상, 긴축 재정 등으로 고난의 행군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은 안녕하지 못하다.

첫째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이 50년 넘게 늘려온 사회복지 예산을 깎고 더불어 공기업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소유권과 통치권 없이 경제적·사회적 책임감이 가중되는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활발하다. 프랑스는 부채 해결을 위해 55년 만에 처음으로 사회복지 예산 삭감과 세금 증가를 골자로 한 2014 예산안을 12월에 통과시켰다. 영국은 경찰·간호사·교사 등 공무원들의 월급 동결 그리고 공무원 14만5000명 감축안을 선포했다. 호주는 최소 5000명의 공무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도 국가 안보기관의 예산을 제외한 공공기관 예산을 삭감해왔다.

이들이 귀감으로 삼는 곳은 바로 1990년대 말 금융 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온 나라, 7년도 안 돼 소니·애플 같은 세계 굴지의 기업들을 누르고, 글로벌 위기가 한창이던 2007~2012년에도 공공 예산을 가장 큰 폭으로 늘리며, 2014년에도 공공예산을 늘릴 몇 안 되는 OECD 국가 중 하나인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복지나 경제 규모에서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 한국은 안녕하지 못한 나라가 아니다. 안녕하지 못하다고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바로 안녕한 한국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에는 모방하기 힘든 두 가지 경쟁력이 있다. 바로 스피드와 일체성이다. 숨어 있는 양면성이 행복과 연결된다. 휴일이나 저녁 시간에도 끊임없이 일하고 앞으로 뛰쳐나가는 한국을 따라올 나라는 없다. 판단도 실행도 빠르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소문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온갖 풍문이 주요 일간지 인터넷판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며, 그에 따라 정책과 재판 결과가 우왕좌왕하는 독특한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일체성(또는 단결력)은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고 조직력과 충성심을 높여 경쟁 우위를 생성한다. 구성원들은 공동의 적과 공동의 친구와 공동의 목표를 갖게 된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이 속한 조직의 득과 실에 따른다. 큰 조직 안에 존재하는 하부 그룹들 사이의 경쟁은 끼리끼리, 왕따 문화, 청탁 문화에 좌우된다. 사회 곳곳에서 과격한 파업, 자살, 부패, 분열 등이 일어난다. 멤버십 없이는 교실에서도 사회에서도 살아남기 힘들다. 스피드와 일체성의 양면성에 대한 묵과는 결국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며 미래의 안녕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보다 훨씬 더 안녕하지 못한 국가가 많지만 이들 중 많은 나라는 행복지수에서 한국을 앞지르며 자살률도 낮다. 행복은 주관적이고 전염성이 강하다. 2014년에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인사 대신 ‘행복하세요!’라고 인사하면 어떨까.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하고 ‘우리’가 아닌 ‘그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행복한 성장과 복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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