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아니면 쪽박? 그래선 안 되지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4.01.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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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6개월 ‘코넥스’ 평가 엇갈려…개인 투자자 신중하게 접근해야

2013년 7월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코넥스 시장 개장식에서 “코넥스를 다른 나라에서 부러워하는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코넥스 출범 6개월. 코넥스 시장은 신 위원장의 바람대로 안착하고 있을까. 정부와 시장에선 엇갈린 평가를 내놓는다. 하루 거래 대금이 평균 4억원을 밑돌아 활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상장 기업 수가 개장 때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한 증시 전문가는 “코넥스 시장을 냉정하게 평가하기엔 좀 이르지만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했는데도 거래가 부진한 것은 문제다. 개인 투자자도 대박 아니면 쪽박이란 투기적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2013년 7월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 개장식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 “상장 업체 두 배 증가” 후한 점수

코넥스는 박근혜정부가 강조해온 ‘창조경제’의 실례다. 벤처기업이 ‘곤궁기’인 창업 후 5~10년 정도에 코넥스 상장을 통해 운영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중소기업이 코스닥에 입성하는 기간이 평균 14년 3개월이었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유가증권(코스피), 코스닥에 이어 제3의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포석이었다.

출범 당시 코넥스에 상장한 회사는 총 21개였다. 첫날 시가총액은 4689억원이었다. 2013년 말 기준 상장 업체 수는 45개로 확대됐다. 6개월 동안 두 배 넘는 24개 기업이 새로 상장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역시 91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출범 때 목표로 내세웠던 상장 기업 50개, 시가총액 1조원엔 못 미치지만 당국이 내부적으로 ‘안착에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배경이다.

코넥스에 새로 진입한 기업은 바이오 업체(9개 사)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6개 사), 반도체 장비 업체(4개 사), 자동차 부품 업체(3개 사), 친환경 에너지 저장 장치 개발 업체(2개 사) 순이다. 코넥스 상장 업체의 연평균 매출액은 250억원으로 코스닥 기업(평균 517억원)의 48.4% 수준이다.

특히 2013년 9월 이후부터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상장 업체의 자금 조달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란 평가다. 테라셈·랩지노믹스·스탠다드펌·이푸른 등 7개 중소·벤처기업이 총 155억8000만원의 증자를 실시했다.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중소기업이 코넥스란 직접 금융 시장에서 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가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코넥스의 신규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종전 11개였던 지정 자문인 증권사 수를 16개로 확대했다”며 “코스닥에서도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돼 있는데 코넥스 상장 업체들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코넥스의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는 시장은 영국의 ‘AIM’(대체 투자 시장)이다. 1995년 10개 사가 상장됐는데 현재 1100여 개 기업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1999년 탄생한 캐나다의 ‘TSX-V’(토론토 스톡 익스체인지-벤처) 역시 상장 기업 수가 2230개에 달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3억원 넣어야 투자 가능, 거래량 적은 게 흠

시장 일각에선 정반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실상 실패한 ‘프리보드’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경고한다. 프리보드는,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도록 금융투자협회가 2005년 출범시킨 시장이다. 벤처기업 소액주주에 대해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까지 주고 있지만 코스닥 부실기업 진입 등의 문제로 거래가 부진하고 우량 기업도 상장을 기피하고 있다.

코넥스의 거래량이 지지부진한 게 프리보드의 뒤를 좇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넥스의 하루 평균 거래 금액은 3억9000만원에 불과하다. 거래량은 하루 6만주 정도. 출범 당시 상장한 21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6개월간 5.7%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만 코넥스 1~5위 기업의 시가총액 상승률만 평균 86.4%로 높았다.

증권 유관 기관 공동 펀드의 투자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당국이 사실상 주도하는 펀드로 시장 투자자의 자발적인 참여가 부진하다는 것이다.

코넥스의 투자 주체별 매매 동향을 보면 기관의 매수 금액은 2013년 말 기준으로 367억1000만원에 달했다. 올 1분기 중 250억원가량을 코넥스에 투자할 상장사다리펀드 역시 정책 금융기관이 조성하는 펀드다.

개인 투자자는 93억원을 매수하는 데 그쳤다. 개인들은 최소 3억원을 예탁해야 코넥스 기업 주식을 살 수 있도록 만든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위험·손실 감내 능력이 미흡한 소액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투자 금액 에 제한을 두고 있다. 다만 개인이 코넥스 주식을 매입했다 팔면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서처럼 양도세를 면제한다. 기타 법인과 외국인의 코넥스 매수 금액 역시 각각 6억7000만원, 9억3000만원으로 많지 않았다.

매매 비중을 살펴보면 기관투자자가 42%로 집계됐다. 반면 외국인 비중은 단 1%에 불과했다. 코넥스 매도가 많았던 개인의 비중은 51.9%로 절반을 조금 넘었다.

코넥스에 대한 전망을 놓고도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다. 지금으로선 정부가 주도해서 만든 시장인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당국은 코넥스 활성화 대책을 줄줄이 대기시켜놓고 있다. 이르면 2월 중 코넥스에 투자하는 중소형주 공모 펀드를 내놓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개인이 코넥스에 직접 투자하려면 목돈이 필요하지만 이 공모 펀드를 활용하면 소액으로도 코넥스 투자가 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조만간 5~6개의 코넥스 펀드가 나올 것”이라며 “펀드 유입액이 늘면서 거래량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하이일드 펀드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 과세(14%) 혜택을 주는 점도 코넥스 시장엔 긍정적이다. 하이일드 펀드는 신용등급 ‘BBB’급 이하의 비우량 채권이나 코넥스 상장 주식을 30% 이상 편입한 펀드를 말한다. 정부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2013년부터 2000만원으로 낮춘 데다, 올 들어 소득세 최고세율 기준을 1억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하이일드 펀드와 같은 분리 과세 상품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됐다.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코넥스 상장 주식을 취득할 때 법인세를 비과세하는 세법 개정안도 최근 통과됐다. 벤처캐피털이 상장 회사에 투자할 때 총 투자금의 20% 이내만 넣도록 제한하는 규제도 코넥스 상장 기업에 대해선 예외로 한다. 당국 관계자는 “상장한 지 1년이 지난 코넥스 기업이 코스닥 이전을 추진할 때 거래량 및 거래 금액 유지 요건을 3년간 유예해주는 방안 등 다양한 코넥스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3개월간 하루 평균 거래량 1만주 또는 5000만원 이상’이란 코스닥 이전 상장 규제를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넥스의 하루 거래량이 지극히 적기 때문에 자칫 투자금 회수가 원만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코넥스 시장의 일평균 거래 금액이 4억원을 밑도는 상황에서 한 종목에 거액을 투자했다 한꺼번에 회수할 수 없는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예탁금 기준을 현행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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