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보수단체에 지원금 몰아줬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1.1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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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2013년 국무총리실 정부보조금 지원 내역 단독 입수…편향성 논란 커질 듯

정부가 시민·사회단체(비영리 민간단체)에 지원하는 정부보조금은 ‘동전의 양면’성을 띠고 있다. 정부보조금이 건강한 시민사회를 육성하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반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친(親)정부’ 단체를 양산해 시민사회의 여론을 왜곡하는 독약이 되기도 한다. 이는 정권 성향에 따라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논쟁을 빚는 이유다.

노무현 정권 당시 보수 진영은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정부보조금의 편향성을 공격했고, 이어 들어선 이명박(MB) 정권에서는 이와 정반대 양상이 빚어졌다. 특히 2008년 광우병 사태로 인한 촛불 집회를 거치며, 보수 성향 단체에 대한 MB 정권의 정부보조금 지원이 급증해 편향성 논란이 가열됐다.

ⓒ 일러스트 김세중
보수단체가 3분의 2…대북 관련 단체도 9곳

그렇다면 보수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집권한 현 정부의 1년 차 지원 경향은 어땠을까. 박근혜정부 역시 보수 성향 단체에 대한 편향 지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사저널이 최근 단독 입수한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총리비서실의 시민·사회단체 보조금 지원 내역 자료에서 드러났다.

시사저널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의원(민주당)을 통해 국무총리비서실 산하 시민사회비서관실에서 작성한 ‘2013년도 공익 활동 지원 대상 사업 유형별 선정 내역’ 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에는 총리실이 ‘정당 및 시민사회 등 국민과의 소통 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2013년 한 해 동안 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지원한 민간 경상보조사업비 내역이 적시돼 있다. 해당 사업은 MB 정권 마지막 해인 2012년까지는 특임장관실이 지원 대상 단체를 선정하고 정부보조금을 지원했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특임장관실이 폐지되면서, 총리실이 공익사업선정위원회를 통해 지원 대상 단체를 선정·지원하는 등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2012년의 경우 상·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 공모를 했지만, 2013년에는 업무 이관 등에 시간이 걸려 8월 한 차례만 공모를 했다. 같은 해 9월 최종 지원 대상 단체가 선정됐다는 게 총리실의 설명이다.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1년 차인 지난해 지원한 예산은 총 30개 단체에 8억70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MB 정권 마지막 해인 2012년 특임장관실이 총 30개 단체에 5억6660만원(상반기 4억2000만원, 하반기 1억4660만원)을 지원한 것과 비교해 1.5배 증가한 액수다. 단체별 평균 지원액은 2012년 1900만원에서 2013년에는 2900만원으로 늘어났다. 2012년의 경우 최소 9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이던 단체별 지원 규모도 2013년에는 최소 20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으로 증액됐다.

무엇보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시민·사회단체의 대다수가 보수 성향이거나 대북 관련 단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시사저널이 2013년 국무총리실로부터 지원을 받은 30개 단체를 자체 분석한 결과, 3분의 2에 달하는 20개 단체가 보수 성향 단체로 나타났다. 이들 단체를 보수 성향으로 구분한 기준은 △보수 성향 시민·사회단체의 연합체인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소속이거나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한 보수 성향 인사가 대표 또는 고문 등을 맡고 있거나 △보수 성향의 논평을 내거나 관련 활동을 한 점 등이다.

(왼쪽)2013년 12월26일 서울 조계사에서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회 회원들이 극락전에 은신하고 있는 철도노조원들을 내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오른쪽) 2013년 11월2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미래를여는청년포럼 등 청년단체 소속 대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 미사와 관련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당한 심사 거친 것” 반박

‘세금바로쓰기학교운영 및 대국민캠페인’ 사업으로 2000만원을 지원받은 선진화시민행동은 보수 진영 인사인 서경석 목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선진화시민행동은 대선 전인 2012년 10월24일 대한민국 선진화 전진대회를 열었는데,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의 박근혜 후보가 이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은 ‘자유민주주의적 통일과 북한 인권에 대하여 토의, 확산 소통과 공감 형성의 기반 조성’이라는 사업명으로 총리실로부터 4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단체는 박관용 새누리당 상임고문이 이사장으로 있다.

녹색환경포럼은 ‘산업화와 더불어 시작된 환경보호 운동의 업적 정리와 환경 역사 바로잡기 연구’라는 사업명으로 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김 아무개씨는 녹색성장전국연합 상임대표를 맡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전국연합 소속 단체 대표 80명과 함께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인물로 알려졌다.

뉴라이트 계열인 자유교육연합도 지난해 ‘G·KOREA 토크먼스 프로젝트 지원’ 사업으로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전교조의 정치 편향 교육을 비판하는 좋은학교만들기학부모모임은 ‘국가수호전적지 답사를 통한 청소년 애국심 고양 프로그램’ 사업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사랑회는 ‘건국 다큐멘터리 위대한 기적의 시작’ 사업으로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미래를여는청년포럼(세대 및 지역 통합 프로젝트 청년 두잇, 4000만원)과 북한인권학생연대(세계인권선언 기념 대학생 모의유엔대회, 3000만원)도 포함돼 있다. 이 두 단체는 2013년 11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시국 미사에서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발언이 논란이 되자 명동성당 앞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보수 성향 단체에 대한 편향 지원 논란에 대해 관련 단체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선진화시민행동의 박찬우 사무총장은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우리 행사에 참석한 적은 있다. 야당 후보에게도 참석을 요청했지만 불참한 것”이라며 “우리는 친정부 단체도 아니고 특혜를 입어서 보조금을 지원받은 게 아니라 정당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학교만들기학부모모임 관계자는 "(우리 단체는) 전교조의 이념 편향을 비판할 뿐만 아니라 교총 등 다른 교원 단체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면서 "(국무총리실 보조금 지원 사업은) 엄정한 공모절차를 거쳐 선정된 비정치적인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일 뿐"이라고 밝혔다.

북한 인권 단체나 탈북자 단체 등 대북 관련 단체에 대한 집중 지원도 지난해 두드러진 현상이다. 2013년 국무총리실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대북 관련 단체는 전체 30개 단체 중 9곳이다.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4000만원), 겨레얼통일연대(4000만원),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3000만원),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2000만원), 북한인권학생연대(3000만원), 북한민주화네트워크(4000만원), 남북청소년교류연맹(2000만원), 열린북한(2000만원), 남북언론연구회(2000만원) 등이다. 이들 단체에 대한 보조금은 총 2억6000만원, 전체 보조금 중 29.9%를 차지한다. 2012년의 경우 대북 관련 단체는 단 한 곳(2000만원)뿐이었다.

총리실 “진보단체는 지원을 안 해서”

국무총리실의 시민·사회단체 정부보조금 지원 편중 현상은 부문별 사업 유형을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총리실은 보조금 지원 대상 단체를 공모하면서 4개 지원사업 유형을 제시했는데,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 통합에 기여하는 사업’이 3억8000만원(13건)으로 가장 많고, ‘건국, 산업화, 민주화 등 대한민국의 발전 역사를 알리는 사업’이 3억2000만원(12건)으로 두 번째다. ‘국내외 인권 신장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발전에 기여하는 사업’(3건)은 1억1000만원, ‘국민의 생명과 안전 관련 공익 희생자를 기리는 사업’(2건)은 6000만원에 그쳤다. 이는 다문화 관련 지원, 학교폭력, 사회적 멘토 양성, 에너지 빈곤층 보호 지원 등 비정치적인 사업을 여럿 포함시켜 다양한 주제의 사업을 선정했던 2012년과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국무총리비서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첫해인 만큼 새 정부의 국정 과제와 부합하는 지원 부문을 정한 것”이라며 “정부가 역점을 두는 주제에 맞는 사업을 선정하다 보니 특정 주제에 많은 사업이 채택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편향성 논란에 대해 “우리도 (선정하고 보니)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공모에 지원한 단체들이 대부분 보수 성향 단체라서 어쩔 수 없었다”며 “국무총리비서실에서 주관하는 사업을 보수와 진보 성향 단체로 나눠 특정 성향의 단체에 편중되게 선정했다면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편파성 지적을 할 것이 분명한데 그렇게 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민행동 좋은 예산센터’ 오관영 상임위원은 “MB 정부 들어 촛불 집회 관련 단체들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진보 성향 단체들은 정부보조금을 아예 신청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좌우 이념 논쟁과는 상관없이 정부의 국정 과제, 철학에 따라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지원 방향이나 방침이 바뀌는 것은 시민사회에 대한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일당” 주장 담은 극우 강사 강연도 


국무총리실의 지원을 받은 보수 성향 단체가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익적 사업 취지와는 걸맞지 않은 행사를 연 사실도 드러났다.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대불총)은 ‘현대사 재조명 전국 강연회’ 사업을 명목으로 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대불총은 지난해 11월24일 부산의 한 사찰에서 창립 7주년 기념행사를 겸해 현대사 재조명 시국 강연회를 열었다. 대불총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당시 강연회에서 강사로 참석한 양 아무개 예비역장군은 “NLL 포기로 국법 질서를 어지럽힌 노무현 일당의 죄를 엄하게 (벌)하여 국가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다른 강연자인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는 현대사 교과서 논란과 관련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현대사 교과서의) 내용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현재 검인정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꿔야 하며, 내년(2014년)부터 교육할 교재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8종의 교과서 중 대한민국의 정신을 가장 잘 설명한 교학사 교과서 하나뿐”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강연자는 5·18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로 규정하고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대불총 박 아무개 회장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월 이 단체가 주최한 신년법회에서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6년간 (우리가 해온) 호법호국의 총결산이라 생각한다”며 현 정부를 노골적으로 편드는 주장을 펼쳤다. 대불총은 국무총리실이 공모 당시 내건 4개 지원사업 유형 중 ‘건국, 산업화, 민주화 등 대한민국의 발전 역사를 알리는 사업’으로 보조금 지원을 받았다.

 


 
 

총리실 ‘버티기’…자료 못 내놓는 사정 있나 


보수 성향 단체에 대한 편향 지원 논란을 빚고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 비서실의 시민·사회단체 정부보조금 지원 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총리실은 야당 측으로부터 사업 관련 세부 자료 제출 요구를 받고도 한 달째 버티기로 일관한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이 예산 사용의 사후 검증을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을 묵살하는 총리실의 행태를 두고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김기식 의원 측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국회 정무위의 예산결산심사 전체회의에서 김 의원은 총리실을 상대로 총리실(2013년도)과 이명박 정부 당시 특임장관실(2012년도 이전)에서 수행한 ‘정당 및 시민사회 등 국민과의 소통 강화 사업의 민간 경상보조사업’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서, 예산 사용 내역, 정산서 등을 요구했다. 당초 전체회의를 앞두고 총리실이 예산 지원을 받는 시민·사회단체의 사업명과 보조금 액수, 단체명 정도만 제출했기 때문에 김 의원이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2013년도 사용 예산의 경우, 지원 단체들이 올해 1월까지 사업 정산과 보고서 작성을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사업계획서만 요구했다.

세부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했던 이호영 국무총리비서실장도 제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리실은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고 있다. 김기식 의원실 관계자는 “이호영 실장이 국회에서 직접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답변해놓고 총리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담당 행정관은 처음에는 ‘2012년도 이전 자료는 특임장관실 소관이어서 국가기록원에 있어 자료를 찾아봐야 한다’ ‘찾더라도 줄지 여부는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거듭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그제야 ‘특임장관실 자료는 외부에 공개한 전례가 없고 이미 예결산 심사가 끝났으니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자체 종결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며 “보수단체 지원이 자칫 대선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논란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는 예산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좋은 예산센터’의 오관영 상임위원은 “정부 예산을 사용하고도 국회의 정보공개 요청마저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처사”라며 “과거 특임장관실의 업무였다고 사후 검증을 할 정보도 제출하지 않는 것은 총리실이 사업 자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은 총리실의 해명을 듣고자 했다. 하지만 총리실 관계자는 편향 지원 논란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하면서도, 국회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 전화번호를 남겨주면 다시 전화하겠다”고 한 이후 1월10일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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