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북한과 은밀히 무기 거래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4.01.1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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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방산 대국들 군침…전통적으로 중국 영향력 커

“포탄 제조 기술이 북한으로 유출될 수도 있다.” 검찰이 1월5일 발표한 ‘국내 포탄 제조 기술의 미얀마 불법 수출 사건’이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무기 기술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 때문이었다. 검찰도 이 부분을 명시했다. 우선 미얀마 측 계약 상대방인 국방산업소의 떼인떼흐 장군은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또 수출입 계약을 직접 맺은 업체인 아시아메탈은 미얀마 군부가 무기를 들여오기 위해 내세운 위장 회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포탄 제조 관련 기술이 언제라도 북한으로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때 미얀마와 북한이 돈독한 동맹 관계를 유지했던 만큼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얀마(당시 버마)는 1962년 네윈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후 1987년까지 버마식 사회주의 독재가 펼쳐졌다. 네윈은 남북한과 등거리 외교를 폈으나 1977년 북한을 공식 방문하는 등 정치적으로 북한과 가깝게 지냈다. 1983년 10월 북한의 아웅산 폭탄 테러 이후 공식적인 외교 관계가 단절됐다가 1988년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의 독재 정권 시절인 2007년 다시 수교를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2013년 5월20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 AP 연합
미국 정부, 북한과 무기 거래한 업체 제재

2011년 3월 선거를 통해 테인 세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민정 이양이 이뤄진 미얀마는 외부적으로 북한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한 세인 대통령은 “북한과 군사 관계는 전혀 없으며 외교 관계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미얀마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을 때 국방 분야에서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북한과 관계를 수립할 수밖에 없었지만,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로 군사 관계는 없다는 것이다.

세인 대통령이 ‘군사 관계’를 강조한 것은 미얀마 지원을 검토 중인 미국이 아직도 미얀마가 북한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상원은 미얀마의 민주화를 촉진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면서 지원 조건 가운데 하나로 북한과의 군사 관계를 종식하려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내걸었다. 앞서 2012년 11월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미얀마에 북한과의 군사 관계 단절을 요구한 바 있다.

미국이 의심을 갖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얀마 군부와 북한과의 불법 무기 거래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17일 북한과의 불법 무기 거래에 관여한 미얀마 장교와 기업체 3곳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추가했다. 미국 재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추가된 대상은 미얀마 방위산업국(DDI) 소속 조 뉜 우 중령과 서 민 타이크, 엑설런스미네랄, 아시아메탈 등 기업 3곳이었다. 이 중에서 아시아메탈은 DDI 공장 시설에 건물을 지어주고 건설 물자를 공급하기도 했는데, 현재도 약 30명의 북한 주민이 여기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출입 계약을 한 미얀마 업체로 지목한 바로 그 회사다.

그렇다면 한국의 포탄 제조 기술이 과연 북한으로 넘어간 것일까. 아시아메탈이라는 회사가 남북한 양쪽을 동시에 접촉하고 있었던 만큼 그럴 의도가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수 있다. 다만 북한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미얀마 입장에서 굳이 넘길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무기를 팔아 돈을 벌려고 나선 북한이 포탄 기술을 사들일 여유가 있었을까. 한 군사 전문가는 “포탄 기술은 우리보다 북한이 더 앞선다. 북한이 포탄 정도를 탐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미국이 미얀마에 북한과의 관계 단절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도 북한이 무기 판매를 통해 얻은 수입을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미얀마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얀마는 전통적으로 국경이 접한 중국과 가깝게 지내왔다. 지구상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얀마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7년 9월14일 평양에서 김영일 북한 외무성 부상과 카우 투 미얀마 외교부 차관이 양국 외교부 간 협조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미얀마 국방비 지출, 동아시아에서 상위권

장기적으로 볼 때 산업 측면에서도 이득이 클 수 있다. 당장 천연가스를 비롯한 미얀마의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력적이다. 또 하나가 방위산업(방산) 수출이다. 민선 정부가 출범했다고 하지만 미얀마의 실질적인 권력은 여전히 군부가 쥐고 있다. 새 정부의 각료 대다수가 군정 시절의 장성 출신들이며, 군 총사령관이 국방장관 등 3개 부처 장관 지명권과 국회의원 임명권도 일정 부분 쥐고 있다. 군 지휘부가 권력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는 130여 개 민족으로 구성돼 있어 무력 충돌 위험이 상존하고, 5개 국가와 긴 국경선을 접하고 있어 국경 분쟁도 잦다. 정권 입장에서는 대규모 군사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실제 미얀마는 동아시아 국가 중 국방비 지출 부문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2012년 국방 예산이 전체 국가 예산의 17%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전인 2003년 예산과 비교하면 10배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정규군 병력 또한 많은 편이다. 2013년 기준으로 40만명이 넘는다. 이 중 3만여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력이 육군이다. 평시에는 지원병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보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미얀마와 같이 전쟁이 없는 국가에서 국방비 지출이 증가했다는 것은 방산 물자를 조달하는 데 재정 대부분을 쏟아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자체 방위산업은 상당히 부실하다. 20여 개 정도의 군수 공장이 있으며 미사일을 포함한 신무기 개발도 추진 중으로 알려졌지만, 중화기 등 많은 군수품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이 절대적 수출국이었다. 1988년부터 40억 달러 이상의 군수 물자를 미얀마에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 러시아가 약 4억 달러어치를 팔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손이 닿지 않은 새로운 무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세계의 유력 방산업체들이 전통적인 무기 시장이 침체 추세를 보이자 진출 기회를 엿보는 신흥 시장 중 하나가 바로 동아시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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