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동차가 대화를 나눈다
  • 김중태│IT문화원 원장 ()
  • 승인 2014.01.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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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최대 이슈 ‘사물 인터넷’…10년 후 시장 규모 19조 달러

스마트폰 보급 이후 빠르게 떠오르는 이슈는 초연결(Hyper-Connection)이다. 초연결은 IT 기술 발달로 사람과 사물이 촘촘하게 연결된 상태를 뜻한다. 스마트폰과 같이 24시간 가지고 다니면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의 보급이 초연결 급증에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인터넷·SNS·시계·자동차·냉장고·빌딩과 연결해 소통이 가능해지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또한 빠르게 증가한다. 건물이나 현장의 장비·시계·자동차 등 다양한 ‘사물 간 통신(M2M)’을 통해 자동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되는 사물 인터넷은 초연결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IT업계의 가장 큰 이슈이기도 하다. 시스코의 존 챔버스 최고경영자는 사물 인터넷 시장이 향후 10년 동안 19조 달러(약 2경24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올해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4’에서도 주요 화두는 사물 인터넷이었다. 그래서 가전쇼라는 CES에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아우디·BMW·메르세데스벤츠·크라이슬러·포드·제너럴모터스(GM)·토요타 등 9개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참가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BMW는 삼성전자의 스마트 시계인 갤럭시기어를 이용해 전기차를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벤츠는 페블의 스마트 시계를 이용해 차양 상태와 주차 위치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내놓았다. 아우디는 LTE를 탑재해 초고속 데이터통신이 가능한 ‘아우디 커넥트’ 기술을 선보였다. 기아차는 스마트폰으로 차량 상태를 조회할 수 있는 ‘유보 EV’를 선보였다. 모두 사물 인터넷을 활용한 기술들이다.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4’에서 관람객이 스마트홈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초소형 칩과 네트워크가 사물 인터넷 기반

‘CES 2014’의 또 다른 공간에서 경쟁 중인 스마트홈 시스템도 사물 인터넷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LG전자는 홈챗(Homechat) 서비스를 선보였다. 홈챗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이용한 스마트폰 채팅으로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로봇청소기·냉장고 등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스마트 가전제품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사물 인터넷 기술 도입으로 가전제품과 네트워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가령 사용자가 메신저를 통해 휴가를 떠난다고 메시지를 남기면 냉장고가 ‘파워세이빙 모드로 바꿀까요?’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물론 냉장고 안에 어떤 식품이 있고, 유통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는 일도 가능하다. 삼성도 갤럭시기어로 집 안의 에어컨과 조명을 미리 작동시킬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선보였다. 결국 기기끼리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 인터넷 시대는 모든 만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만물 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 시대로 진화하는 중이다.

사물 인터넷이 급부상한 주된 요인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네트워크가 모두 발전했기 때문이다. 사물 인터넷이 가능해지려면 하드웨어가 더 작아지고 고성능화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CES 2014’에서 인텔이 선보인 ‘에디슨(Edison)’은 사물 인터넷을 위한 칩이라고 할 수 있다. 에디슨은 SD카드 형태의 PC로, 스마트 시계와 안경 등에 사용되는 초소형 프로세서 ‘쿼크(Quark)’를 기반으로 한다. SD카드 크기에 불과하지만 펜티엄급 성능의 듀얼코어 CPU(Central Processing Unit)와 내장 그래픽, 램(RAM), 블루투스,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한 온전한 컴퓨터다. 과거에 책상 한 귀퉁이를 차지했던 PC가 SD카드 크기로 줄어들면서 아주 작은 사물에도 PC와 무선 네트워크 기능 탑재가 가능해진 것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위한 하드웨어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13년에 LG디스플레이가 플렉서블 OLED 패널 생산에 돌입했고, 인텔은 52년 만에 2D 전류 제어 방식을 3D로 바꿔 3D 반도체 기술을 적용한 아이비브릿지 칩셋을 내놓았다. 이처럼 PC와 네트워크 기능이 온전하게 작동하는 초소형 크기의 칩들이 사물 인터넷의 하드웨어적 기반이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에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성능과 보안, 가격 면에서 유연성을 제공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SDx(Software Defined Anything)’는 하드웨어적인 자원마저 가상화시키려 한다. 모두가 쿼티 키보드를 달아 스마트폰을 판매할 때, 스티브 잡스는 “하드웨어 방식의 키보드는 변형이 불가능해 유연성이 떨어지지만 소프트웨어 방식의 가상 키보드는 언제든지 키를 변형시킬 수 있다”며 멀티터치 방식의 아이폰을 소개했다. 잡스가 주장한 것처럼 무수한 기기가 서로 연결돼 소통하려면 하드웨어 표준의 제정보다 소프트웨어를 통한 유연성 있는 대응이 효과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픈스택(OpenStack)’과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으며 여기에는 AMD·Intel·시스코·델·HP·IBM 등 150개 이상의 회사가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네트워크의 발달도 사물 인터넷 발전의 주요 기반이다. 개인이 가진 수십 가지 사물이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되려면 각 기기마다 IP가 필요한데, IPv6(Internet protocol version6; 차세대 인터넷 주소 체계)가 도입됨으로써 주소 자원의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와이파이, 블루투스, LTE 등 초고속 무선통신망의 발달이 선 연결 없이도 사물끼리의 통신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시스코의 전망에 다르면 이러한 기술적 기반 덕분에 2020년까지 500억개 이상의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물 인터넷 시대엔 보안 위협도 커져

사물 인터넷은 새로운 분야인 만큼 개선해야 할 점 또한 많다. 네트워크의 가장 큰 문제인 보안은 사물 인터넷 시대에도 중요한 이슈다. 스마트폰만 해킹하면 여기에 연관된 사물과 함께 오고 간 정보도 모두 해킹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훔쳐 해킹하면 차 주인이 근처에 세워둔 자동차도 손쉽게 찾아내 언제든 시동을 걸고 훔쳐갈 수 있는 것이다.

웨어러블 컴퓨팅의 확산도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가트너의 전망에 따르면 2017년까지 기업의 50%가 개인 용도의 단말기에 보안·기업용 소프트웨어만 설치해 업무에 그대로 활용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를 쓸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이 소형화되고 다양해진 단말기를 일일이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웨어러블 컴퓨팅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같은 초연결 확산에 비례해 신종 보안 위협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빅데이터의 폭발적 증가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크기·속도 등에서 일정 스케일 이상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웹 스케일 IT(Web-Scale IT)가 주목받을 전망인데 현재 한국 기업은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빅데이터의 수집·분석·활용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풀어가야 할 숙제다.

궁극적으로 사물 인터넷이 확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승패는 어떤 하드웨어를 만들고 제공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어떻게 분석해 고객의 욕망을 만족시키느냐가 핵심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고객의 욕망을 측정하고 이를 만족시키는 기업이 새로운 인터넷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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