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은 ‘철강왕’, 사위들은 M&A ‘큰손’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01.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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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태준 사위 윤영각 PSG·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들이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굵직한 M&A가 진행될 때마다 명함을 내밀고 있다. 우선 맏사위인 윤영각 파인스트리트그룹(PSG) 회장이 주목된다. 윤 회장은 박 명예회장의 큰딸 박진아씨의 남편이다. 그는 1991년 6명의 회계사와 변호사를 데리고 삼정KPMG를 설립했다. ‘삼정’이란 상호는 박 명예회장이 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삼정KPMG를 국내 빅3 회계법인 중 하나로 키우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조건호 전 리먼브러더스 아시아 부회장과 함께 사모펀드(PEF)인 PSG를 설립했다.

PSG는 설립 초기부터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창업한 지 1년도 안 된 회사가 리딩투자증권과 더커자산운용의 인수전에 잇달아 참여했다. 지난해 말에는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우리투자증권 매각은 우리금융지주(우리금융) 민영화의 핵심이었다. 우리투자증권은 자산 29조8000억원의 대형 증권사이기 때문에 인수에 성공하면 시장 선두 업체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우리금융의 3개 자회사(우리자산운용·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를 패키지 형식으로 끼워 팔았기 때문에 금융권의 관심이 컸다.

(왼쪽부터)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 윤영각 파인스트리트그룹 회장. ⓒ 뉴스뱅크 이미지
넷째 사위가 인수한 17개사 매출 22조원대

최종 인수 후보자는 NH농협지주·KB금융지주·PSG 등 3개 그룹으로 압축됐다. 입찰 초기만 해도 자금력이 있는 NH농협과 KB금융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점쳐졌다. 하지만 PSG가 1조1500억원의 입찰가를 써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각각 1조1000억원과 1조원을 써낸 NH금융과 KB금융보다 PSG의 입찰가가 500억~1500억원 정도 많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PSG의 인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기 시작했다. 윤 회장도 당시 우리투자증권의 인수를 낙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윤 회장을 만난 한 인사는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하면서 대주주인 우리금융과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다”라며 “윤 회장은 입찰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인수를 낙관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지난해 12월24일 이사회를 열고 NH농협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차기 협상자도 KB금융이 맡았다. 윤 회장은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내고도 입찰에 실패하면서 실망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PSG는 이번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을 통해 적지 않은 유명세를 타게 됐다. 향후 예정된 LIG손해보험이나 동양증권 인수 후보로도 벌써부터 윤 회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박태준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역시 M&A 시장의 ‘큰손’이다. 김 회장이 인수전에 등장하면 경쟁사들이 한 수 접고 들어갈 정도다. 그는 2000년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한국 대표를 맡으면서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칼라일은 사모펀드였기 때문에 국내 은행 인수가 불가능했지만 김 회장은 세계적인 투자은행(IB) JP모건을 끌어들여 한미은행을 손에 넣었다. 이후 3년 정도 흘렀다. 김 회장은 한미은행을 시티그룹에 되팔아 짧은 기간에 7000억원 상당을 남겼다.

정부는 2004년 토종 사모펀드 육성 방침을 밝혔다. 김 회장은 칼라일을 떠나 2005년 독자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을 기준으로 MBK파트너스의 운용 규모는 6조3734억원에 달한다. 국책 기관으로 구조조정 딜을 위해 사모펀드 설립이 많은 한국산업은행(5조9156억원)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1조9235억원)보다 운용 규모가 크다. 그동안 인수한 국내외의 굵직한 회사만도 17곳에 달한다. HK저축은행을 비롯해 한미캐피탈(현 우리파이낸셜), 씨앤앰(C&M), 두산테크팩(현 테크팩솔루션), 네파, ING생명, 웅진코웨이 등 인수한 사업 분야도 다양하다. 올해는 보안업계 2위인 ADT캡스 인수전에도 나섰다. 김 회장은 일본 유니버설스튜디오와 고메다, 타사키, 중국 루예 제약, 타이완 갈라TV 등에도 투자했다. 이들 회사의 매출을 합하면 22조원에 달한다. 두산그룹이 올해 매출을 22조4008억원으로 전망한 점을 감안하면 규모 면에서 재계 12위권에 육박한다.

김 회장은 최근 우리금융 민영화에도 참여했다. 울산과 경남 지역 상공인으로 구성된 경남은행인수추진위원회와 손잡고 경은사랑컨소시엄을 구성해 경남은행 인수전에 나섰다. BS금융지주(부산은행), DGB금융지주(대구은행), 기업은행 등이 경쟁자였다.

주목되는 것은 경은사랑컨소시엄에 자베스파트너스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자베스파트너스는 박근혜 대통령과 연결돼 있다. 박신철 자베스파트너스 대표의 작은아버지가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이다. 박 회장은 박 대통령의 조카사위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자베스파트너스와 대유신소재는 여러 차례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2년에는 작은아버지와 조카가 잇달아 예금보험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자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김주현 예보 사장의 관계에 관심을 보였다. 두 사람이 중앙고 동기로 평소 왕래가 잦았던 만큼 예보의 우선협상자 선정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소문이 금융권에 파다했다.

이런 이유로 경은사랑컨소시엄은 경남은행 입찰 초기부터 금융권에서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초창기만 해도 BS금융과 DGB금융이 유력 인수 후보자로 꼽혔다. 하지만 DGB금융이 지난해 12월 단독 입찰을 포기하고 경은사랑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경은사랑컨소시엄이 유력 인수 후보자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DGB금융 측은 “경남은행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지역 갈등이 확산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 단독 입찰 대신 재무적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은 달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DGB금융 역시 BS금융과 마찬가지로 경남은행의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하나였다. BS금융 역시 경은사랑컨소시엄의 참여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며 “입찰을 코앞에 두고 DGB금융이 갑자기 노선을 바꾼 것은 자베스파트너스의 위세 덕을 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고 말했다.

1월2일 경남은행 노조가 BS금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데 반발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경남은행 인수전에 MBK-자베스 연합 전선

MBK파트너스-자베스파트너스-DGB금융 연합 작전에도 불구하고 경남은행을 손에 넣는 데 실패했다. 우리금융은 12월31일 경남은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BS금융을 선정했다. 하지만 여러 문제가 남아 있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우리은행은 경남은행 등을 매각하며 6000억원 이상의 세금 부담을 안게 됐다. 조특법 개정안은 공적자금 투입 은행에 대해 예외적으로 면세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이 개정안 통과가 예상됐지만 정부와 여야는 2월 임시국회로 처리를 미뤘다. 경남 지역 의원들이 현재 조특법 처리를 완강히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최악의 경우 지방선거 이후로 개정안 통과가 연기될 수 있다. 우리금융도 최근 “조특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경남은행 매각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천억 원의 세금을 내면서까지 경남은행을 팔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경남은행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경남은행 노동조합과 지역 정치권의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BS금융은 2월 초부터 5주간 경남은행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로 실사 일정을 한 달 정도 연기했다. 노조는 BS금융이 실사를 나올 것에 대비해 본점 출입구를 막고 전산 자료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동안 경은사랑컨소시엄을 지지했던 경상남도는 경남은행과 도 금고(경상남도가 예산을 맡겨 두고 관리하는 금고) 계약 해지 의사까지 밝혔다. 향후 경남도의 18개 시와 군에서도 금고 계약 해지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꼬인 실타래를 푸는 과정에서 김병주 회장이 다시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먹튀 논란’에 사위들 진땀 


금융권 일각에서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들이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신 것에 주목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론스타 먹튀 논란에 대한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실제로 박 회장의 사위들은 그동안 기업 인수전에 나설 때마다 뒷말에 시달려왔다. 론스타가 그랬듯 사모펀드 자체가 주식 가치를 끌어올린 후 되파는 ‘바이아웃(Buy Out)’ 투자 전략을 즐겨 쓴다. 이로 인해 “박 회장 사위들 역시 ‘먹튀’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럴 때마다 윤 회장과 김 회장은 “먹튀가 아니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ING생명을 인수하면서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김기준 의원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투자금을 외국에서 끌어다 쓰는 회사가 보험사를 인수할 자격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외국 법인이 한국 보험사의 대주주가 되려면 보험업을 영위하고 있어야 한다. 윤종하 MBK파트너스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MBK는 국내 펀드이며 법적으로 외국인 출자자가 경영에 간섭할 수 없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말 진행된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PSG가 탈락한 것도 같은 이유로 꼽힌다. PSG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NH금융보다 입찰가를 500억원 높게 써냈다. 2순위 협상자로 선정된 KB금융과는 15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인수전에서 실패한 것을 두고 PSG 내부에서는 “론스타 ‘먹튀 논란’에 따른 부정적인 심리가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보고 있다. 윤영각 회장도 최근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전 PSG 부회장은 1월16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미 입찰 결과가 발표된 상황에서 코멘트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은 발표 직전까지도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낙관해왔다”며 “우리금융이 이사회를 연기하는 과정에서 인수자가 바뀐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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