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방선거] 서울 - 안철수가 풀 죽은 새누리당 살렸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1.2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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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대던 정몽준·김황식, “3자 구도면 해볼 만” 등판 준비

또 한 번의 ‘아름다운 양보’는 당장은 불가능해 보인다. 오는 6·4 지방선거 최대의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 판세는 1998년 지방선거 이후 16년 만에 다시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3월 창당을 선언한 ‘안철수 신당’ 측이 후보를 반드시 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중진 차출론’과 ‘외부 인사 영입론’까지 나오면서 다급한 모습을 보였던 새누리당은 반전의 기회를 찾았다. 민주당 소속의 박원순 현 시장과 안철수 신당이 대립각을 세우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시장 출마에 미온적이던 여권 인사들이 갑자기 출마를 적극 저울질하는 정황이 나타나는 점도 새누리당을 고무시키고 있다. 당 내외의 거물급 정치인이 참가하는 경선을 통해 흥행몰이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선두 주자 박원순 시장의 대항마를 찾는 새누리당과 안철수 신당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서울시장 선거의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박원순 현 시장의 독주 체제가 아직 견고하다는 것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인되고 있다. CBS 노컷뉴스가 1월22일 여론조사 기관인 포커스컴퍼니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박 시장의 시정 활동 평가와 관련해 응답자의 66.1%가 ‘잘한다’고 답했다. ‘잘못한다’는 부정 평가는 19.6%에 그쳤다. 60%대의 긍정 평가 응답률은 박 시장이 3년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얻은 득표율(53.4%)보다 높은 것이다.

2011년 10월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장 보궐 선거 투표소에서 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탄탄대로’ 박원순, ‘신당’ 암초로 흔들

박 시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배경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데다, 현재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중 중랑구(3선 연임)와 양천구(직무대행)를 제외한 나머지 23곳의 구청장 중 19명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도 박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박 시장을 대체할 적절한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도 재선을 향한 박 시장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다. 현재 서울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민주당 내 인사는 신계륜(성북을)·이인영(구로갑)·추미애(광진을) 의원 정도다. 지난 2011년 박 시장과 야권 단일 후보를 놓고 경쟁했던 박영선 의원(구로을)은 차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 서울시장 출마 예상자
안철수 신당의 서울시장 후보 공천은 박 시장의 재선 가도를 흔드는 가장 주요한 변수다. 앞서 소개한 조사에서 박 시장과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맞붙는 양자 구도를 설정해 지지 후보를 물은 결과, 박 시장은 51.9%를 얻어 정 의원(31.3%)보다 20%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하지만 박 시장과 정 의원 그리고 안철수 신당 측 후보가 대결하는 3자 구도에서는 박 시장의 지지율이 36.9%로 떨어졌다. 박 시장 지지율의 상당 부분이 안철수 신당 측 후보(22.0%)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박 시장과 정 의원(24.3%)의 지지율 격차는 12.6%포인트로 좁혀졌다. 안철수 신당이 서울시장 선거판을 흔들 가장 큰 변수라는 관측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안철수 신당의 서울시장 후보로는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계안 전 민주당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윤여준 새정추 의장은 1월17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제3의 후보’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새로운 카드가 있다는 뜻이다.

“정몽준·김황식 경선 나서면 흥행몰이”

표류하던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 물색 작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장 선거의 여권 후보로는 정몽준 의원(동작을)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원희룡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 등이 거론돼왔다. 그러나 이혜훈 최고위원 정도만 출마를 공식화하며 박 시장의 ‘대항마’를 자청했을 뿐,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등 거물들은 미온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런데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이들 사이에서 입장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행을 결행해 불출마설이 제기된 김 전 총리는 1월 중순 일시 귀국한 후 돌연 “당으로부터 출마 제안이 오면 답변을 하겠다”며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역시 불출마 의사를 내비쳤던 정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는 중요하고 어려운 선거”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중대 결단’이 있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당내에서는 설 연휴 이후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잇달아 출마를 선언하고 경선 구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지금의 열세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내 전략통인 한 관계자는 “그동안 출마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 정 의원과 김 전 총리가 약속한 듯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중요한 시그널(신호)”이라며 “양측 모두 이혜훈 최고위원이 당내 경선을 거듭 주장하는 당내 기류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 입장에서는 경선만큼 선거 전 흥행몰이 수단으로 좋은 것은 없다”며 “추대론으로 불협화음을 내기보다는 경선을 통해 서울시장 선거의 주도권을 거머쥐는 게 최상의 선택”이라고 반겼다. 강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무성 의원도 1월2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는 이기기 위해서 한다. (지방선거에 당이) 총차출령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정 의원이) 나가야 한다”며 사실상 정몽준 의원을 압박했다.

정의당에서는 노회찬 전 의원과 천호선 대표, 이정미 당 대변인 등이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보수 성향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출마 선언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활빈당 홍정식 단장과 KBS 앵커 출신인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상임대표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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