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대구시장 선거는 일찌감치 후끈 달아올랐고, 경북도지사 선거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일부 인사들이 대구시장직에 도전장을 던지며 김범일 대구시장을 압박했다. 결국 일이 벌어졌다. 김 시장은 지난 1월17일 대구시장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경북도지사 선거는 여전히 수면 아래 머무르고 있다. 김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김관용 경북도지사에게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 대구시장
김 시장이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무주공산(無主空山)을 향한 도전자들의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후보군 내 우열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김 시장의 불출마 선언 직후인 1월17~18일 실시된 경북매일신문 여론조사에서 서상기 의원과 주성영 전 의원, 조원진 의원이 선두군을 형성했다. 17일 1차 조사에서 서 의원(12.3%)과 주 전 의원(12.1%), 조 의원(12.0%)이 각각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응답이 39%나 됐다. 김 시장의 지지층이 어디로 가느냐가 승부의 관건으로 떠오른 셈이다. 18일 2차 조사에서는 여권의 ‘빅3’가 야권 후보로 거론되는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과의 가상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부겸 전 의원은 아직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출마 여부를 타진 중이다. 대구에서 출마 요구 여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일각에선 김 전 의원이 야권 단일 후보로 대구시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의원은 “야권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나 혼자 앞서 나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안 한다’ 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안철수 신당이 대구시장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신당의 대구시장 후보로는 함종호 전 ‘체인지 대구’ 공동대표가 거론된다.
■ 경북도지사
김범일 대구시장이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1월17일 김관용 경북도지사 측은 잔뜩 긴장했다. 측근들 일부는 “대책 회의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 시장의 불출마 선언 불똥이 자칫 김 지사에게 옮겨 붙을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일부 지지자들이 전화를 걸어와 ‘지사님이 어떤 이유로든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시위를 벌이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더라”고 전했다.
경북 지역 의원들의 반응도 대체로 김 지사에게 호의적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장인 김태환 의원은 “지지율을 비롯해 경북 지역 주민들의 여론이 나쁘면 물러나야겠지만, 김 지사의 지지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3선 도전을 하지 말라고 할 이유가 없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단체장 3선 금지를 논의하고 있지만, 이것은 앞으로의 문제”라며 역시 김 지사를 옹호하고 나섰다.
실제 김 지사의 지지율은 높다. 그에 맞서 도전장을 던진 여권 인사도 아직 한 명밖에 없다.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3선 출신의 권오을 전 의원이 유일하게 출마를 선언했다. 영남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의 지지율은 42.4%를 기록했다. 권 전 의원(9.7%)과의 격차가 크다. 잠재적 후보군인 새누리당 경북도당위원장 이철우 의원(김천)은 ‘포스트 김관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지사 체제에서 정무부지사를 지낸 이 의원은 인간적인 도리상 김 지사에게 직접 도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김 지사의 3선 가도에 이상 기류가 보이지 않는다. 야권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중기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만이 출마를 선언한 정도다. 안철수 신당 측도 인물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