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 쇄신, 언제까지 미룰 건가
  • 김재태 편집위원 ()
  • 승인 2014.02.12 10: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연휴 고향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설 명절은 푸짐한 말의 성찬을 안겨주었을 것입니다. 집안 대소사부터 정치 얘기까지 갖가지 말들이 가족·친지들의 밥상을 채웠겠지요. 자기 지역의 살림을 맡을 단체장과 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선거 얘기도 빠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큰소리를 내게 만든 화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전대미문의 금융 정보 유출 사건이 그것입니다. 3개 회사에서 빠져나간 고객 정보 건수가 1억개를 넘고 피해자만 1700만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국민 대다수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사건입니다. 설에 고향에서 만난 사람들도 서로의 ‘금융 안부’를 묻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폭발성이 큰 사건에 아무 잘못도 없이 연루되었다는 억울함의 하소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사건의 파장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유출된 내 정보가 어떤 흉기가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미래를 모른다는 사실보다 더 큰 공포는 없습니다.

사건이 이처럼 중차대한 마당에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대표 인물이 불길을 끄기는커녕 기름까지 끼얹어 원성이 더 커졌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사태를 수습하는 일이다.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라고 한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가뜩이나 심란한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할퀸 것입니다. 한 나라 경제 수장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운 발언이 태연하게 튀어나온 것입니다. 얼마 후 대국민 사과를 하긴 했지만 한번 상한 국민들의 마음은 이미 돌처럼 굳어 있습니다.

이 부적절 발언 사건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오석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장들과 관련해 그동안 부정적인 평가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처신 문제는 둘째 치고 그들의 역량이 중대한 고빗길에 들어서 있는 한국 경제를 감당할 정도가 되느냐는 반문이 잇따릅니다. 박근혜정부가 외치는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에 부합되는 조합인지 의문스럽다는 평도 나옵니다. 최근 결과가 공개된 박근혜정부 국정 과제 평가에서도 경제 분야는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문제는 이런 부정적 반응을 모른 척하고 넘어가도 좋을 만큼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한가롭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아르헨티나 등 신흥 국가의 경제 위기 파고가 언제 어떤 형태로 우리 경제를 덮칠지 알 수 없습니다. 외환보유고나 경상수지는 사상 최고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고공비행 중이지만 정작 서민들의 가슴까지 적셔주는 단비가 되어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 경제를 떠받쳐줄 내수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습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에게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면, 조직에는 분위기 쇄신이 약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경제 부처에 절실한 것이 바로 분위기 쇄신입니다. 국정 책임자에게는 그 사람이 아무리 좋고 믿을 만하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하면 오히려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지금은 실물 경제뿐만 아니라 정부 인사에도 ‘창조경제’가 필요할 때입니다. 분위기 쇄신에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새 술은 새 부대에’입니다. 이젠 바꿀 때가 됐습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