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럽에서 주머니 좀 채워볼까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4.02.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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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 조짐 뚜렷…기업의 배당 성향도 높은 편

해가 바뀌면 두툼한 서류 뭉치를 들고 어김없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있다. 향후 1년간의 글로벌 및 역내 증시를 전망하고 투자 전략을 조언하는 대표급 펀드매니저들이다. 수백 명에 달하는 전 세계 전문 인력의 분석을 토대로 각국 경제 흐름을 예측하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가 참고할 만하다.

연초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한 해의 투자 시장 전망을 발표한 자산운용사는 세계 최대인 블랙록자산운용을 비롯해 JP모간자산운용,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 UBS글로벌자산운용, 베어링자산운용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곳이다. 대표 매니저들은 제각기 다양한 시각을 드러냈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조언을 내놓았다. “올해는 유럽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에드워드 방 UBS 글로벌운용 대표(왼쪽, ⓒ 연합뉴스)와 타이 후이 JP모간 (ⓒ 뉴스뱅크이미지) 아시아 시장 전략가는 “올해는 유럽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JP모간의 타이 후이 아시아 수석 시장전략가는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유럽은 실업률, 정부 부채 등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지만 지금은 경기 회복 조짐이 뚜렷하다. 유럽 기업의 배당 성향도 강한 편이기 때문에 유럽 주식이나 관련 펀드로 눈을 돌릴 때다.” 블랙록의 마크 데쉬미트 아시아·태평양 전략상품팀 대표는 “유럽 경제는 수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방 UBS글로벌운용 대표 역시 올해 신흥 시장의 위상 변화와 함께 유로존 경기 회복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 대표는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시작된 세계적인 채권 사재기가 2012년 여름에 정점을 찍고 마감됐다.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대이동(그레이트 로테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팀 스콜필드 베어링운용 글로벌주식부문 대표는 “선진국 증시가 고평가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주가의 평균 가치를 역사적으로 따져봤을 때 이 시장의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지난 1년간 꾸준히 회복세를 보여왔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후 시장의 신뢰를 되찾았고 주요 경제 지표도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노먼 보어스마 템플턴 글로벌주식운용그룹 사장은 “기초 체력이 강한 데다 해외 진출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북유럽 은행들이 특히 긍정적이다. 올해 유럽 금융주에 투자하면 분명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미국 정부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한 후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으로 향할 텐데 미국·일본 증시는 지난해 급등했으니 유럽이 상대적으로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달리 유럽은 양적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경기 회복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됐다.

물론 전문가라고 해서 꼭 들어맞는 건 아니다. 댄 로버츠 미국 매케이실즈자산운용 대표는 “투자자로부터 미국이 언제쯤 기준금리를 올릴지, 이에 따른 주식 및 채권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는 오직 신만이 아는 문제다. 우리는 다양한 자료를 분석해 최선의 답을 구할 뿐”이라고 고백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고 있는 데다 투자 상품은 갈수록 복잡·다양해지고 있어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특정 부동산이나 예금, 주식 등에 ‘몰빵’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주식과 같은 투자 상품 부문만 떼놓고 봐도 그렇다. 국내 투자자의 상당수는 여전히 직접 투자 아니면 국내 주식형 펀드만 고집하고 있다. 펀드 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가입액은 총 60조원 규모다. 국내 채권형(9조원)의 6~7배, 해외 주식형(20조원)의 3배다.

자산 배분이 답…투자 시야 넓혀야

수익률은 어떨까. 국내 주식형 펀드의 지난 1년간 수익률(1월23일 기준)은 평균 -0.29%로 부진했다. 올 들어 기록한 수익률은 -2.36%로 더욱 저조했다. 중·장기 수익률 역시 2년 0.75%, 3년 -7.05% 등으로 별반 다르지 않다.

반면 선진국 투자형 펀드의 수익률은 월등했다. 북미 지역 펀드 수익률은 1년 37.49%, 2년 43.01%, 3년 43.60%다. 일본 지역 펀드 수익률은 1년 38.31%, 2년 61.06%, 3년 38.11%다. 유럽 지역 펀드 수익률은 1년 18.62%, 2년 39.3%, 3년 28.94%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일본만 -1.07%로 마이너스일 뿐 북미 1.59%, 유럽 2.14%로 선전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설정된 유럽 주식 투자형 펀드는 총 25개, 4353억원어치이며 북미·일본 펀드도 비슷한 규모다. 오현석 삼성증권 주식전략팀 이사는 “투자의 지평을 굳이 우리 증시 내부로만 국한시켜선 안 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요즘처럼 증시의 변동성이 클 때는 헤지펀드 전략을 사용하는 롱쇼트 펀드를 적극 활용하는 게 좋은 전략이란 조언이다. 롱쇼트 펀드는 향후 오를 것 같은 주식 종목을 현물로 사고 떨어질 것 같은 종목에 대해선 공매도하는 식으로 항상 일정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연간 8%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진성남 하이자산운용 마케팅전략팀 이사는 “지난해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그나마 안정적 수익을 내는 롱쇼트 펀드에 돈이 몰렸다”며 “올해 역시 고위험·고수익을 좇는 대신 안정적인 자산 배분형 상품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장 생활을 막 시작했거나 연급여가 50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라면 ‘소득공제 장기 펀드’(소장 펀드)에 가입할 만하다. 월 50만원(연간 600만원)씩 5년 이상 적립하겠다고 약속하면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소장 펀드 가입자는 펀드 수익과 별개로 소득공제를 통해 매년 40만원가량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직장인은 오는 3월부터 증권사·은행·저축은행 등에서 이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하반기엔 비과세 ETN 주목할 만

올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인 상장지수증권(ETN)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ETN은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의 뒤를 잇는 차세대 금융상품이 될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기대다. ETF는 현재 19조원, ELS는 46조원, DLS는 21조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ETN은 증권사가 계약 만기 때 기초 자산 가격 및 지수 수익률과 연동해 미리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ELS나 DLS와 비슷하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1월23일 발표된 세법 개정안 후속 시행령에 따라 국내 주식형 ETN의 매매 차익에 대해선 전액 비과세된다. 해외형 및 채권형 ETN, 분배금(배당)에 대해서만 배당소득세를 부과한다.

거액 자산가라면 오는 3월께 선보일 하이일드 펀드(고위험·고수익 투자신탁) 가입도 고려할 수 있다. 하이일드 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인 비우량 회사채 및 코넥스 상장 주식을 30% 이상 편입한 상품이다. 이 펀드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선 분리과세 혜택을 준다. 1인당 투자 금액은 5000만원까지다. 최고 41.8%의 세금을 떼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합산되지 않아 유리하다. 다만 편입 자산 중에 해외 채권이 섞여 있다면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

2월21일에 시행되는 세법 개정안 시행령에선 장기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요건이 명확하게 마련됐다. 절세 차원에서 보험 상품을 선호했던 사람은 꼭 살펴봐야 한다.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요건 중 ‘계약 변경 땐 변경일로부터 10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수정됐다. 앞으로 계약자 이름을 바꾸거나 보장성에서 저축성으로 변경할 때 총 납입 기간이 5년 이상, 기본 보험료를 증액할 때 변경일로부터 5년 이상 납입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재곤 한화투자증권 매니저는 “별도로 계산해보니 연간 약 7700만원까지의 금융소득에 대해 종합과세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며 “금융소득이 많은 사람이라면 가족 소득을 철저하게 파악하는 한편 비과세·분리과세 상품에 최우선적으로 가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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