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롯데 오너 일가 비자금 잡았다”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4.02.18 10: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계 일각에서 소문 돌아…‘세무조사 융단 폭격’ 계속돼

지난해 2월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 당국 안팎에서는 “대대적인 대기업 사정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과거 정권에서 각종 특혜 의혹을 받으며 승승장구해온 몇몇 재벌이 사정 당국의 1차 타깃이 됐다는 것이다. 해당 재벌들의 실명까지 거명됐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5월 검찰이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뒤숭숭하게 나돌던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의 CJ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사정 당국과 재계 안팎에서는 “‘제2의 CJ그룹’이 어디일까”에 관심이 쏠렸다.

그때 자주 지목됐던 곳이 바로 롯데그룹이다. CJ그룹과 마찬가지로 과거 정권에서 크게 성장했다는 점이 롯데를 지목하게 된 배경이다. CJ는 과거 정부 시절 영상·문화 콘텐츠 사업에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 이명박 정부는 서울공항의 활주로 방향을 변경하면서까지 롯데의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를 내줬다. 당연히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 일러스트 김세중
“CJ 수사 다음 타깃은 롯데” 관측 무성

특히 검찰이 CJ·롯데 등에 대해 이미 내사를 상당 부분 진행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 정권에서 검찰이 CJ·롯데 관련 의혹에 대한 자료를 상당히 축적했지만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롯데를 정조준한 곳은 국세청이었다. 지난해 2월22일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호텔롯데는 호텔·면세점·롯데월드·골프장·여행사 등을 운영하고 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정(司正) 무풍지대’였던 롯데그룹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였기에 롯데뿐 아니라 재계가 크게 긴장했다. 조사를 마친 국세청은 호텔롯데에 3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보다 앞선 2009년 롯데쇼핑·롯데제과 등에 대한 세무조사 때 12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던 것에 비해 세무조사 강도가 훨씬 세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호텔롯데 세무조사 당시 재계와 사정 당국 안팎에서는 “롯데그룹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 단순히 호텔에 국한하지 않고 그룹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호텔롯데 측은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전체 조사설’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씩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해 7월16일부터 넉 달 동안 롯데쇼핑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조사4국은 일반 세무조사가 아닌 ‘특정 혐의’를 포착한 후 조사에 착수한다. ‘기업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세무조사 때 롯데의 로비력 통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시네마 4개 사업본부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국세청에서 탈탈 털어도 큰 먼지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해 11월 세무조사 기간을 80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당시 롯데 관계자는 “80일 연장한다고 해도 더 나올 것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렇게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이상 진행된 조사는 지난 2월5일 종료됐다. 국세청은 4개 사업 본부 가운데 롯데시네마의 매점 사업권과 시네마 사업에 대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적발해 65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폭탄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적발한 일감 몰아주기 등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국세청은 이미 알려진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조사를 마무리한 셈이다.

자연스럽게 “국세청 조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강도 조사였음에도 또 다른 의혹이었던 조세회피처를 활용한 역외 탈세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경우 내부 제보자가 없는 상태에서 조사4국 직원 6~7명이 7개월 동안 주말에도 강도 높게 조사를 벌였다”며 “삼성전자가 (2012년 4월) 4000억원대 세금을 추징당하고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에게 소득세 2000억원을 부과한 경우가 있어서 롯데가 추징당하는 650억원대가 별게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세청이 롯데쇼핑을 검찰에 고발할지도 주목된다. 재계에선 최근까지 “국세청이 신동빈 롯데 회장의 비자금을 포착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만약 국세청이 롯데 비자금의 꼬리를 밟았다면 검찰 고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검찰은 탈세 혐의뿐 아니라 지난 정권 시절 축적한 내부 비리 의혹들을 모두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월13일 “국세청으로부터 추징금 규모와 검찰 고발 여부 등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2월5일 종료했기 때문에 이달 말인 2월28일까지 세무조사 결과를 공식 통보할 것이다. 롯데 측이 과세 전 적부심사를 청구하지 않으면 3월 말까지 추징금을 전부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국세청에 대한 롯데의 로비력이 통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지난 1월 말 기자와 만나 “‘여권 핵심 실세’와 ‘롯데 계열사 사장’ ‘국세청 고위 간부’ 등은 ○○고등학교 동문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동문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을 줄여서 ‘○국모’라 부른다. 이 ○국모 회원의 지연과 학연으로 롯데 세무조사가 무뎌졌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롯데를 과녁으로 한 세무조사 융단 폭격은 계속되고 있다. 롯데쇼핑 조사가 끝나자마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은 2월10일 사상 초유의 고객 정보 유출 사태를 빚은 롯데카드 본사에 들이닥쳤다. 국세청은 3개월 동안 세무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의 마지막 세무조사는 2010년 1월에 있었다. 따라서 평균 4~5년마다 실시되는 정기 조사로 받아들여진다. 롯데그룹 관계자도 “롯데카드는 정기 세무조사이기 때문에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정기 세무조사라 해도 고객 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진 상황이어서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이어지고 있는 롯데가(家)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 융단 폭격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