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경 모녀 ‘1000억 슈퍼 리치’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02.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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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의 여인’, 유원실업 등 사업체 3곳과 알짜 부동산 보유

재계 최고령 회장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3)은 재산 승계의 큰 틀을 어느 정도 그려놓은 상태다. 큰딸 신영자 롯데쇼핑 전 사장(73·롯데문화재단 이사장), 두 아들인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61)과 신동빈 한국 롯데 회장(60)에 대한 상속 구도를 어느 정도 잡아놓고 있다. 하지만 막내딸인 신유미 롯데쇼핑 고문(32)에게 어느 정도의 몫이 돌아갈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유미씨와 그의 생모인 서미경씨(56)는 롯데 후계 구도를 바꿀 정도의 지분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신유미씨는 1970년대 인기 탤런트였던 서미경씨와 신격호 회장 사이에서 태어났다. 베일에 가려졌던 유미씨 모녀의 존재는 유미씨가 20대를 넘기면서 서미경씨를 중심으로 롯데의 지원을 등에 업은 사업 활동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드러났다.

유미씨는 현재 롯데그룹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롯데쇼핑 지분 0.1%와 롯데삼강 지분 0.33%, 코리아세븐 지분 1.40%를 보유하고 있다. 유미씨의 생모인 서미경씨도 롯데쇼핑 지분 0.1%를 갖고 있다. 롯데쇼핑 지분 0.1%는 유미씨의 큰언니인 신영자 사장 다음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미 주요 지분을 두 아들 위주로 정리했고 신영자 사장에겐 상징적인 정도의 지분만 물려준 상태다. 향후 유미씨에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서미경씨 모녀가 갖고 있는 대학로 공연장 유니플렉스, 신씨 모녀가 사는 서울 방배동 롯데캐슬벨베데레(오른쪽 위), ⓒ 시사저널 박은숙·구윤성
극장 매점 운영권 쥔 유원실업, 연 200억 매출

현재까지 밝혀진 것으로만 유미씨 모녀는 서울 시내에 알짜 부동산과 세 개의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음식점 사업을 하는 유기개발과 롯데쇼핑 산하의 롯데시네마 매점을 운영했던 유원실업, 서울 동숭동 대학로 공연예술 극장 유니플렉스 등 3개의 법인이 그것이다.

유원실업의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 사업은 연매출 200억원대의 알짜 사업이었지만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비난이 일자 매점 운영권을 롯데쇼핑이 회수했다. 연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유기개발도 롯데백화점 식당가에서 냉면집과 롯데리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요식업계에선 유명 백화점 식당가 입점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행운’으로 본다. 뒤집어 말하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후 롯데백화점에 있는 22개의 매장 운영권을 유기개발이 지속적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미씨 모녀의 사업체 중 롯데와 무관한 것은 유니플렉스다. 유니플렉스는 지난해 10월 대학로 복판에 문을 연 공연장 3개로 이뤄진 극장이다. 이 회사의 이사는 유기개발·유원실업처럼 서미경씨와 그의 오빠인 서진석씨다.

유니플렉스가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롯데그룹이 잠실롯데월드에 뮤지컬 전용관인 샤롯데극장을 운영하는 한편, 합정동에 롯데카드 아트센터를 운영하는 등 공연 사업 쪽 외연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롯데 쪽에서는 “향후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 유니플렉스와 샤롯데 사업의 연관성은 없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철저히 롯데쇼핑을 위주로 하는 부동산 개발과 관련돼 있다. 롯데쇼핑이 입점한 건물에 롯데시네마가 들어가고, 롯데시네마에서 상영할 영화를 확보하기 위해 제작을 하고 있다. 롯데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롯데의 주력인 롯데쇼핑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공연계에선 유미씨 모녀의 공연장 개관을 대관에 중점을 둔 부동산 사업으로 보고 있다. 대관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미씨의 현재 직업은 공연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유미씨가 롯데호텔 고문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이유에 대해 롯데 측에선 “현재 일본에서 롯데쇼핑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니플렉스의 부동산 가치는 높다. 유니플렉스는 760.4㎡다. 지하 5층, 지상 6층의 이 신축 공연장 건물은 평가액이 300억원대에 달한다. 유미씨 모녀는 유니플렉스 다음 블록에 278.7㎡ 규모의 주차장도 갖고 있다. 대학로의 3.3㎡당 상가 매매 가격이 8000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녀는 대학로에 37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셈이다.

유미씨 모녀는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바로 옆 명품 거리에도 606.2㎡짜리 땅을 갖고 있다. 이 땅은 2007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유미씨 모녀에게 증여한 것이다. 이 땅의 호가도 3.3㎡당 8000만~1억원 선이라 최소 150억원대로 평가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딸 유미씨 생모 서미경씨의 1970년대 모습. ⓒ 시사저널 포토
대학로의 유니플렉스 300억대 호가

서씨 몫으로 된 또 하나의 재산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대지 659㎡짜리 롯데캐슬벨베데레 빌라. 애초 이곳은 신 총괄회장의 서울 숙소로 알려진 단독주택이었다. 바로 이웃에 서미경씨의 집이 있었다. 하지만 두 필지를 더해 4층짜리 대형 고급 빌라가 완성됐다. 이 빌라의 토지는 모두 서미경씨 소유였다가 2008년 7월 건물 완공 시점에 토지의 100분의 1을 유미씨에게 증여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하 1층부터 4층까지의 건물에 대해서는 두 모녀가 각 50%씩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완공 당시 이 땅의 공시지가는 땅값만 31억원 선이었지만 이 지역의 3.3㎡당 매매가가 최소 3000만원대 이상임을 감안했을 때 건축비까지 100억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빌라 2층에는 서미경씨의 오빠인 서진석 유원실업 대표가 살고 있고, 3층에는 신유미씨가 사는 등 5채의 집에 서씨 일가가 살고 있다. 서씨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이성진씨(88)도 이 집에 주소를 두고 있다.

이성진씨는 명목상 서미경씨의 초기 재산 형성에 중요한 고리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유원실업 본사가 있는 서울 반포동 미성빌딩은 이성진씨가 1982년에 사들였다. 이 터의 건축물에 서미경씨가 공동 소유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1991년이다. 그때도 이성진씨는 서미경씨와 같은 집(벨베데레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미성빌딩을 2002년에 롯데건설이 사들였다가 2012년에 유원실업에 되팔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빌딩의 매각가는 67억원. 대지만 656.6㎡인 이 건물의 호가는 80억~100억으로 평가받고 있다. 호가와 매각가의 차이에 대해 롯데그룹 쪽에선 “당시 감정평가사의 가격이 그렇게 나왔다. 특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수많은 부동산 중에서 대로변도 아니고 방배동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음식점으로 쓰이는 건물을, 하필 오너 일가로부터 샀다가 콕 짚어낸 듯 오너 일가에게 되판 이유에 대해 롯데 쪽은 “매입 당시 시내에 사무실이 필요해서 샀다가 2012년 건설 불경기 때 팔았다”고 설명했다.

2002년 10월 미성빌딩을 매각한 서미경씨는 2003년 8월 방배동 851번지 일대에 대지 면적 758.2㎡짜리 건물을 사들였다. 유기개발 본사로도 쓰였던 이 건물의 현재 호가는 90억원 선이다. 이 건물도 롯데와 관련이 있다. 1997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이 가압류했던 건물로 1998년 이 아무개씨가 낙찰받은 뒤 2003년 서미경씨가 ‘매매’ 형식으로 확보했다.

신유미씨는 롯데캐슬벨베데레가 완공된 뒤에도 주소지를 한남동에 있는 롯데기공 소유의 주택에 두고 있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에선 “신 총괄회장이 한남동 집을 롯데기공에 증여하기 전부터 유미씨가 주소지를 그곳에 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유미씨 모녀는 자신들을 향해 쏠리는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주식회사 체제였던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을 2009년 ‘유한회사’로 바꿔 회사 실적 공개를 피했다. 하지만 올해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법인은 유한회사라고 해도 경영 사항을 공개하도록 법 개정이 준비되고 있다. 법이 바뀔 경우 경남 김해시 일대에 신 총괄회장이 증여한 7만6991㎡(2만3330평)에 달하는 토지의 실체 등 두 모녀의 재산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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