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유리 천장’ 무섭게 깨지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02.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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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검사장·치안정감 탄생…여검사·여경, 요직 속속 진출

여성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검찰에서도 ‘여풍’이 거세다. 그 첫 신호탄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검사장이 탄생했다. 2013년 12월19일 발표된 검사장급 간부 인사에서 조희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19기)은 검사장급인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임명됐다. 1948년 검찰 창설 이래 무려 65년 만이다.

검사장은 2000여 명의 검사 중 49명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로 ‘검찰의 꽃’으로 불린다. 이런 자리에 여성이 올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에서도 마침내 여검사를 가로막았던 ‘유리 천장’이 깨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에서 ‘여검사 전성시대’라는 말이 회자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여검사의 임관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08년에는 검사 임용자 76명 중 여성이 41명(53.95%)을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성 비율이 역전됐다. 지난 2월5일 열린 2014년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도 여검사가 전체 43명 중 23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서 전체 검사에서 차지하는 여검사의 비중도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4년 2월 현재 전체 1931명의 검사 중 여성은 508명으로 25%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여검사들이 핵심 보직에도 대거 진출하고 있다. 지난 1월10일 발표된 고검 검사(부장검사)급 인사를 살펴보면, 여검사들이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나 기획부서 보직에 많이 배치된 것을 알 수 있다.

(왼쪽)조희진 서울고검 차장검사 ⓒ 시사저널 임준선 (오른쪽)이금형 부산 경찰청장 ⓒ 연합뉴스
여검사, 핵심 보직 대거 진출

이영주 수원지검 부부장(22기)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파견직을 끝내고 부천지청 차장검사에 임명됐다. 차장검사는 부장검사를 통해 사건을 보고받아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중요한 자리다. 김진숙 서울고검 검사(22기)는 대검 검찰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래기획단장·형사정책단장을 맡아 검찰의 주요 기획 업무를 맡게 된다. 이들은 조희진 검사장에 이어 여검사 서열 ‘넘버 2’로 불리며 제2의 여성 검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최초의 여성 지검장 시대와 함께 지청장에도 여검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최정숙 수원지검 형사3부장(23기)은 통영지청장, 노정연 서울지검 공판2부장(25기)은 공주지청장, 이노공 서울지검 공판3부장은 영동지청장에 임명됐다.

법무부나 대검에서도 여검사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법무부 인권정책과장에 안미영 대전지검 형사3부장(25기), 여성아동인권과장에 홍종희 검사(29기), 대검찰청 피해자인권과장에 박지영 서울중앙지검 부부장(29기)이 임명됐다. 박소영 안산지청 부장검사(27기), 황은영 서울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26기)도 눈에 띈다.

‘기수별 승진’을 채택하고 있는 검찰의 인사 문화로 볼 때 여검사들의 간부직 진출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여검사 중 부장검사 이상 직급의 검찰 간부는 3% 남짓이지만, 간부직에서 성 비율 역전이 일어나는 일도 꿈만은 아니다.

경찰에도 역시 여풍이 솔솔 불고 있다. 검찰에서 첫 여성 검사장이 탄생했다면, 경찰에서는 첫 여성 치안정감이 나왔다. 경찰 창설 68년 만이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인 치안총감 다음 직급으로, 경찰청 차장, 서울청장, 경기청장, 부산청장, 경찰대학장 등 5명뿐이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태극무궁화 3개의 주인이 된 이는 이금형 부산청장이다. 이 청장은 경찰 역사상 두 번째 여성 경무관과 첫 여성 치안감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지금껏 경찰 고위직에 여경의 진출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청장을 시작으로 향후 여경의 고위직 진출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1월9일 발표된 경찰 경무관 인사에서 경찰 역사상 네 번째 여성 경무관이 탄생했다. 김해경 경찰청 보안과장(현 대전경찰청 1부장)은 2004년 1월에 승진한 김인옥 전 제주경찰청장(2008년 퇴직), 이금형 청장, 설용숙 대구경찰청 2부장에 이어 경무관에 올랐다. 경무관이란 군으로 치면 별(장성급)을 다는 것이다.

올해까지 여경 비율 10% 목표

경무관 다음 직급인 총경에서도 여성 파워가 돋보인다. 89명의 총경 승진 인사에서 여성은 3명으로 이광숙 충북경찰청 경정, 김경자 서울 영등포경찰서 경정, 김숙진 경찰청 경정(이상 당시 직급)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여성·청소년 업무에 두각을 나타내며 박 대통령의 4대악 척결을 현장에서 뒷받침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이로써 여성 총경은 이은정 경찰청 보안1과장, 윤성혜 서울청 수사관(파견), 박영덕 광주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장, 송민주 동해경찰서장, 송정애 충남경찰청 홍보담당관, 이성순 화순경찰서장 등 9명으로 늘어났다. 2008년 여성 총경은 단 한 명에 불과했고, 경무관 이상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현재 여경의 고위직 상황은 치안정감 1명, 경무관 2명, 총경 9명으로 5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여경들의 양적 성장 역시 주목할 만하다. 여경은 1946년 창설 당시 여경 간부 16명 및 여경 1기생 64명으로 출발했다. 이후 여경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 초기였던 2008년 여경의 수는 5641명으로 전체 경찰의 5.8%를 차지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의 경우 7814명, 7.6%로 늘어났다. 경찰은 오는 2014년까지 여경 비율 10% 확보를 목표로 매년 경찰대와 경찰간부후보생 선발 인원의 10%, 신임 순경 선발 인원의 20?30%를 여성으로 배정하고 있다.

양적 성장은 여경의 업무 영역 확대로 이어졌다. 1989년 경찰대학 여학생 입학을 시작으로 1999년 여기동대가 창설됐고, 2000년에는 경찰특공대 여경 배치 및 여성 간부후보생 채용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남성의 역할로 치부됐던 수사·경비 등의 분야에 여경들이 대거 진출했다. 2008년 형사 분야에 종사한 여경은 1030명으로 18.3%에 그쳤다. 경비 분야는 145명으로 2.6%였다. 그러나 2013년에는 형사(수사) 분야가 1535명으로 19.6%까지 증가했다. 경비 역시 412명인 5.2%로 크게 늘어났다. 


여성 법관, 10년 내 남성 법관보다 많아진다  


대법원은 2월12일 ‘부장판사의 리더십 향상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 배경으로 “남성 부장판사는 여성 배석판사들과의 관계에 대해, 여성 법관들은 남성 참여관과의 관계에 대해 어려운 점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식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법원에 불고 있는 여풍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서울고법 법관 171명 중 여성 판사는 16명(9%)이며, 중앙지법의 경우 319명의 판사 중 79명(24.7%)이 여성 법관이다. 고법과 지법의 여성 부장판사도 7명이나 된다. 전체 법관 수로 따져봤을 때도 4명 중 1명이 여성이다. 판사·검사·변호사 중 판사의 여성 비율이 가장 높다.

여성 법관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즉시임용 방식으로 법관에 임용되는 마지막 기수인 2013년 수료자(42기) 중 28명이 여성이고 남성은 4명에 불과했다. 이미 2006년부터 여성 신임 법관의 수가 남성을 추월했다. 향후 10년 내에 전체 법관의 성비가 뒤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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