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별을 따는 여자’ 확 늘었다
  • 김지영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4.02.26 15: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위직 진출 100여 명 달해…최초 은행장도 탄생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경제계에서도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 최초의 은행장인 권선주 기업은행장을 필두로 여성들이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으로 대거 승진했다. 은행권뿐 아니라 삼성·LG·GS 등 대기업에서도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고위 간부직에 오른 여성만 100여 명에 이른다.

가장 먼저 ‘여풍’이 몰아친 곳은 금융권이다. 지난해 12월30일 기업은행 창립 114년 만에 첫 여성 행장이 탄생했다. 신한·하나·우리·국민 등 4대 시중 은행에서도 고위직 임원 자리에 여성들이 줄줄이 올랐다. 신한은행 최초 여성 임원인 신순철 부행장보와 외환은행 최초 내부 승진 여성 임원인 최동숙 영업지원본부담당 전무가 대표적이다. 하나은행에서는 지난해 말 창립 이래 두 명의 여성 전무가 나왔고, 우리금융그룹(2명)과 KB국민은행(1명)에서도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왼쪽)ⓒ 시사저널 임준선 (오른쪽위부터)ⓒ 연합뉴스, ⓒ 연합뉴스, ⓒ 뉴시스
수협은 지난해 4월10일 강신숙 부행장을 여성 최초로 비등기 임원에 선임했다. 농협에서는 임원은 아니지만 본부 부서장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인 문갑석 수탁업무부장을 발탁했다. 임원은커녕 과장급 이상 관리직에 여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한 SGI서울보증에서도 최초로 오현주 지점장을 선임했다. 미래에셋그룹에서도 이례적으로 지난해 11월 3명의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공기업에서도 여성 파워가 거세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철도공사 설립 114년 만의 첫 여성 수장인 최연혜 사장을 필두로 한국은행도 창립 63주년 만에 서영경 부장이 여성 최초로 첫 1급인 부총재보에 올랐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해 신설한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보)에 오순명 우리모기지 대표를 임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홍보실장(1직급)에 박찬희 스타벅스 홍보문화수석을 영입했다. 또 한국전력기술은 올해 처음으로 2명의 여성 고위 간부를 배출했고,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여성 기관장을 발탁했다.

대기업도 앞다퉈 여성 임원 배출

대기업에서는 삼성이 깃발을 들었다. 삼성그룹은 2014년 정기 인사에서 15명의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2012년 9명, 2013년 12명을 뛰어넘는 사상 최다다. 보수적 기업 문화로 유명한 롯데에서도 올해 첫 여성 영업관리 임원이 탄생했다. 김지은 롯데백화점 해외패션부문장이 주인공이다. 롯데그룹은 2010년 박기정 글로벌 패션디자인센터 디렉터(이사)를 첫 여성 임원으로 영입한 적이 있지만, 영업관리직에서 여성 임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도 송승헌 롯데마트 이사와 박선미 대홍기획 이사가 승진했고, 한유석 대홍기획 글로벌비즈니스팀장이 새롭게 여성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범(汎)LG가에서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여성 인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LG전자에서는 5년 만에 세 번째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GS는 그룹 출범 10년 만에 최초로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을 발탁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에서는 총 5명의 여성 임원이 배출됐고, 이랜드의 경우 지난해 말 승진 임원의 절반가량이 여성이었다. SK그룹·포스코(각 3명), 신세계·CJ그룹(각 2명), 금호(1명), 코오롱(1명) 등에서도 여성 임원이 나왔다.

“정권 눈치 보기 식 인사” 비판도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제계 여풍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코드 인사’가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선주 행장은 지난해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해온 박근혜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실제로 권 행장은 취임 후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발맞춰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창조 금융’을 하겠다는 포부를 여러 차례 밝혔다.

정권 눈치 보기 식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여성 임원을 발탁하려다 보니 전문 분야와 동떨어진 인사가 단행됐다는 것이다. 아시아나 최초 여성 임원인 한현미 전무는 비전문 분야 임원으로 승진한 경우다. 간호학을 전공한 한 전무는 줄곧 아시아나의료원에서 일하다가 박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12년 12월24일 고객 서비스 관련 업무 분야 전무로 승진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여성 임원을 우대하라는 회장님의 속내가 반영된 것 같다”고 전했다. 농협 첫 여성 부서장인 문갑식 부장도 지역에서 개인 금융만 담당해왔다. 농협 관계자는 “부서장은 보통 개인과 기업 금융 등을 다양하게 거친 인사가 맡는데 이번에는 여성 인력을 우대하자는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 신임 금융소비자보호처장에 임명된 오순명 처장 역시 35년 경력의 금융 전문가지만 감독기관 업무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임원의 진출이 대기업의 경우 마케팅 분야, 금융권과 공기업의 경우 고객 커뮤니케이션과 홍보 분야에 집중돼 있는 점도 유심히 살펴볼 부분이다. 이들 분야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진출이 많은 직종이다. 대기업 중 여성 임원 발탁에 가장 적극적인 삼성은 신임 여성 임원 대다수가 마케팅 전문가다. TV 마케팅 전문가 양정원 상무를 비롯해 생활가전 마케팅 전문가인 송명주 상무, 삼성전자 최초 여성 주재원 출신인 연경희 삼성전자 상무 등이 여기에 속한다. SGI서울보증은 아예 지난해 고객 민원 관련 부서를 새로 만들어 총괄 관리자를 여성으로 임명했다. 공기업의 경우도 한국수력원자력·한국거래소·한국가스공사 등이 처음으로 여성을 임원으로 등용했는데 직책은 모두 홍보 책임자였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이번에 홍보실장에 여성을 임명하기로 정하고 후보자를 물색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