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박원순-정몽준 대접전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4.03.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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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경필, 인천 송영길 우세
시사저널·미디어리서치 최대 격전지 수도권 1500명 여론조사

독일의 문인 토마스 만은 “정치를 혐오하는 국민은 혐오스러운 정치를 가질 자격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민심의 선택이 결국 우리의 정치 수준을 이만큼이라도 끌어올렸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6·4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민심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받고 싶어 한다.

3월2일 야권에서 터진 통합 신당 창당 선언은 휴일의 정적을 깨뜨렸다. 위기감을 느낀 여당에선 정몽준·남경필 의원과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장관 등 중진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야권에서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신당 후보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다. 선거 최대의 승부처이자 격전지인 수도권에서부터 바람이 일고 있다.

‘3자 구도’가 예상됐던 이번 지방선거는 여야 ‘양자 구도’로 재정립됐다. 따라서 영남은 여당, 호남은 야당이 우세한 ‘동여서야(東與西野)’ 현상은 이번에도 재현될 전망이다. 이런 지역구도 속에서 최대 승부처는 결국 수도권이다. 시사저널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연합의 통합 선언으로 판세가 요동치기 시작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세 곳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핵심 포인트는 ‘통합 신당 출현’이라는 야권의 컨벤션 효과와 ‘중진 차출’이라는 여권 컨벤션 효과의 충돌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서울시 제공
2일 통합 신당 선언 직후 스포트라이트는 야권의 몫이었다. 3~4일 여러 언론 매체에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통합 신당의 지지율은 새누리당에 육박했다. 컨벤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KBS가 3월4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42.9%)과 신당(39.7%)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 범위 내인 3.2%포인트에 불과했다. 거센 추격에 여당이 사정권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5일 새누리당의 남경필 의원과 유정복 전 장관이 잇따라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2일 정몽준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와 더불어 수도권 빅3의 중진 차출 퍼즐이 완성된 순간이다.

여야 정당 지지율 격차, 다시 조금 벌어져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5~6일 이틀간에 걸쳐 수도권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묘한 변화의 흐름이 나타났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43.9%로 조금 오른 반면, 신당 지지율은 37.0%로 조금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이틀 새에 지지율 격차가 3.2%포인트에서 6.9%포인트 차로 벌어진 것이다. 물론 6.9%포인트 차 역시 오차 범위 내 접전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컨벤션 효과가 ‘통합 신당’에서 ‘여당 중진’으로 살짝 옮겨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선거판은 갖가지 변수에 따라 향후에도 몇 번씩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모든 것이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접어든 셈이다.

시사저널의 이번 여론조사는 서울·경기·인천 지역 각각 500명씩, 총 1500명을 대상으로 3월5일과 6일 양일간에 걸쳐 실시됐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서 조사를 담당했고, 조사 방법은 듀얼 RDD 방식의 CATI(전화 면접) 조사로 이뤄졌다. 듀얼 RDD는 유선(집전화)과 무선(휴대전화)을 같은 비율로 모두 접촉하는 방식으로 가장 객관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CATI 프로그램은 면접원이 응답자와 일대일 전화 조사를 진행하면서 조사의 전 과정을 컴퓨터가 통제하는 방식으로, 면접원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비표본 오차를 최소화하고 응답률을 높이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4.4%포인트이며 95% 신뢰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 서울 지역

야권의 통합 신당 후보로 확실시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힘은 여전했다. 여권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모두 우세를 지켰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세졌다는 점이다. 이번 시사저널의 서울시장 후보 가상 맞대결 여론조사 결과, 여당의 세 후보 가운데 정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에 맞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정몽준 의원,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 신당 후보로 박원순 시장이 출마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는가’란 질문에 서울 시민은 47.0%가 박 시장을, 44.4%가 정 의원을 각각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근소한 우세를 지켰지만, 지지율 격차는 2.6%포인트로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이다.

새누리당에서 정 의원이 아닌 다른 후보가 등장할 경우에는 박 시장이 오차 범위를 벗어나서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황식 전 총리 대 박 시장’ 맞대결에서는 박 시장(47.9%)이 김 전 총리(37.8%)를 10.1%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혜훈 최고위원 대 박 시장’ 대결에서는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박 시장 55.6%, 이 최고위원 30.6%였다. 

당초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 구도는 2강 1약으로 점쳐졌다. ‘비박’(非朴) 정 의원과 ‘친박’의 지원을 받는 김 전 총리가 팽팽한 접전을 벌일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일단 정 의원이 한 발짝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의 경우 3월2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지만, 김 전 총리는 출마 의사를 표명만 했을 뿐 아직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김 전 총리가 3월 중순 미국에서 귀국하고 공식 출마 선언을 한다면 두 후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연령별 여야 지지율 격차는 극명하게 갈렸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드러난 ‘저야고여(低野高與)’ 현상은 여전했다. ‘정몽준-박원순’ 맞대결 구도에서 박 시장은 20대와 30대층에서 6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정 의원은 20%대에 그쳤다. 반면 50대와 6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는 정 의원이 6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박 시장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18.1%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여론의 바로미터는 40대로 나타났다. 40대층에서 박 시장은 57.0%로 정 의원(33.1%)을 크게 앞서며 전체 우위를 점했다. 따라서 여권에서는 40대층의 표심 공략에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보면 강북 지역의 ‘동북권’에서 박 시장이 53.5%로 정 의원(38.9%)을 꽤 앞섰다. 나머지 지역은 오차 범위 내 접전이었다. 다만 여당 우세 지역으로 평가받는 강남 지역 ‘동남권’에서는 정 의원(48.1%)이 3.2%포인트 차 우세를 나타낸 반면, ‘서남권’에서는 4.1%포인트 차 우세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의 지역구(동작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41.5%로 통합 신당(38.1%)과 초박빙의 접전 양상을 나타냈다. 현재까지는 통합 신당의 컨벤션 효과가 제일 크게 나타나는 곳이 서울 지역이다. 하지만 ‘지지 정당이 없다’거나 ‘모르겠다’고 한 응답자도 16.9%나 돼 부동층을 흡수하기 위한 여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지역

여당 내 쇄신파의 상징으로 수원 지역(수원병)에서 5선을 차지한 남경필 의원의 관록이 돋보였다. 이번 수도권 여론조사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지역은 경기도다. 여야에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신당 창당 선언 이후 잇따라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두 유력 후보의 출사표가 일으킨 파장은 컸다. 기존 후보들을 순식간에 앞서며 여야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에서는 정병국·원유철 의원, 김영선 전 의원이 이미 출마 선언을 했으나 남 의원의 지지율에 훨씬 못 미치는 모습이다. 야권 후보군과의 가상 맞대결에서 남 의원만이 유일하게 모두 우세를 나타냈다. 야권 역시 기존 민주당의 김진표·원혜영 의원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고 지역을 누비고 있으나, 현재 양상은 김 교육감이 남 의원과 맞서 경쟁력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사저널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 남 의원은 통합 신당 김 의원과의 가상 맞대결에서 47.9% 대 33.2%로 14.7%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 의원은 원 의원과의 맞대결에서는 51.5% 대 30.0%로 격차를 20%포인트 이상 더 크게 벌렸다. 남 의원과 김 교육감의 맞대결에서는 46.5% 대 33.2%로, 이 역시 남 의원의 우세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3.3%포인트로 야권 세 후보 가운데서는 가장 근접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김 의원과 불과 1.4%포인트 차에 불과해 향후 야권 세 후보 간 경선 과정에서 합종연횡 등 새로운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과 달리 경기에서 여당의 남경필 의원이 야권 후보에게 확실한 우세를 점하는 데는 역시 40대층의 민심이 크게 작용했다. 경기 지역 역시 20~30대의 야권 우세, 50대 이상의 여권 우세 현상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40대층에서는 남 의원이 43.4%로 신당의 김상곤 교육감(38.5%)을 4.9%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 의원이 지금 40대의 젊은 후보라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전 지역에서 남 의원이 오차 범위를 벗어나 크게 앞섰다. 특히 북부권에서 남 의원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김 교육감은 학생(56.4%)과 화이트칼라(41.7%)에서 남 의원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는 서울과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서울은 여야가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이었으나, 경기는 새누리당이 48.9%로 통합 신당(34.4%)을 14.5%포인트 차로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 인천 지역

수도권 빅3 중에서 인천은 현재 유일하게 야권이 굳건한 우세를 지키고 있는 곳으로 나타났다. 서울처럼 오차 범위 내의 근소한 우세가 아니라 확실한 우세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장관이 3월5일 장관직을 사퇴하고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한 직후 실시된 시사저널 여론조사에서 유 전 장관은 36.4%의 지지율로 송영길 시장(47.1%)의 벽에 막힌 형국이다. 격차는 10.7%포인트 차였다.

그나마 가장 뒤늦게 뛰어든 유 전 장관의 경쟁력이 제일 강했다. 여당 후보군으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나설 경우, 35.0% 대 48.5%로 송 시장과의 지지율은 13.5%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이 나섰을 경우 역시 33.2% 대 49.6%로 16.4%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측에서는 “유 전 장관의 지역구가 경기 김포 지역이어서 아직 인천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되지 못한 점이 있지만, 인천 태생으로 초·중·고(송림초·선인중·제물포고)를 모두 인천에서 졸업한 인천의 아들이라는 점이 알려지면 양상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인천 지역(연수구)에서 5선을 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차출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야권에서는 인천시장 후보 출마 선언을 한 문병호 민주당 의원(부평갑)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인 박호군 전 인천대 총장이 송 시장에 도전할 인물로 꼽힌다. 문 의원이 경선 완주 의사를 밝힌 만큼 야당도 경선이 불가피할 전망이고, 박 위원장의 출마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지만, 송 시장의 재선 도전이 유력하다는 게 민주당 안팎의 분위기다.     

연령별로 보면 만 49세인 젊은 송영길 시장에 대한 40대층의 지지율이 역시 높다. 52.8%로 유 전 장관(25.6%)에 비해 더블스코어 이상 앞서고 있다. 지역별로는 자신의 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계양구가 속한 ‘동부권’과 연수·남동구의 ‘남부권’에서 모두 5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반면 중앙권과 서부 도서권에서는 근소하게나마 유 전 장관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송 시장의 고민은 따로 있다. 인물 경쟁력에서는 현재 새누리당 후보군에 비해 앞서고 있지만, 정당 지지도에서 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민주당이 새정치연합과 통합 선언을 하면서 신당 지지율이 38.0%까지 상승해 새누리당(42.1%)에 오차 범위까지 따라붙었지만, 이 역시 송 시장의 개인 지지도가 일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인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신당 창당 선언에 대한 의견과 안철수 의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서는 긍정적인 여론보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현실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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