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전 총리, 법조인이면서 민주주의 절차 무시해서야”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3.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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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 선언한 정몽준 의원

2012년 6월 기자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던 정몽준 의원(7선·서울 동작을)과 인터뷰를 했다. 당시 정 의원은 의욕이 없고 지쳐 보였다. 3월12일 기자는 2년 만에 정 의원과 마주 앉았다.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시장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다. 2012년 당시와 비교하면 천양지차였다. 답변에 활기가 넘쳤다. 정 의원은 “피곤한 것은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때는 재미가 없었으니깐. 지금 재미있다고 하면 오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서울시장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적극적으로 반문을 하거나, 농을 섞은 말로 분위기를 띄웠다. 경쟁자인 김황식 전 총리나 박원순 시장 등에 대해서는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 시사저널 이종현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이 3파전 구도로 사실상 확정됐다. 새누리당 경선 등록 시한을 연기한 것을 두고, 당 지도부가 김황식 전 총리를 배려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 후보도 ‘내통’이라는 격한 표현을 썼는데.  

격하긴, 적절한 표현이지. 김 전 총리는 입당도 안 한 분인데 출마를 하려면 공식적으로 (당에) 요청을 해야 했다. ‘앞으로 입당을 하겠고, 출마를 할 텐데 미안하지만 내 일정이 이러니깐 (등록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공식 서류라도 보내야 하지 않나. 민주주의는 흔히 절차라고 한다. (김 전 총리가) 절차를 허무는 게 되지 않나. 그분이 법조인인데 잘못한 것 같다. 당 대표한테든 누구한테든 (공식 요청을) 해야 했다.

비공식적으로 김 전 총리 쪽과 당 지도부가 (출마와 관련한) 교감이 있을 거라는 말이 있다.

지도부 누구를 말하는가.

이른바 ‘친박 당권파’를 말한다.

아, 왕당파. 나도 왕당파에 포함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웃음) 하여튼 그런 게 좋은 건 아니다.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모든 분에게 개방하고 공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특정인과 의사소통을 비공개로 은밀하게 하면 안 좋은 거다. 

유정복·서병수 등 친박 후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격려성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장관을 그만두고 인사하러 온 사람에게 잘하라고 말한 것인데, 그렇다고 ‘잘 못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사석에서 한 (대통령의) 발언이 외부에 공개되니깐 그게 문제다.

당내 경선 룰과 관련해 시끄럽다. 제주에서는 100% 여론조사 경선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새누리당은 13일 제주도지사 경선에 100%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확정했다).

제주도는 새누리당으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지역이다. 원희룡 전 의원의 지지율이 높으니 (100% 여론조사 경선) 주장을 할 수도 있다. 부산도 그렇다고 한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의 지지도가 높은데 중앙당에서 (특정 후보를 미는 식으로) 무리하게 하면 선거 자체가 어려워지지 않겠나.

당헌·당규상 ‘2(대의원) : 3(당원) : 3(선거인단) : 2(일반인 여론조사)’라는 룰이 원칙이다. 서울시장 경선은 원칙대로 가나.

서울도 (제주 못지않게) 새누리당에 어려운 지역이다. 지난 대선 때도 서울에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지지 않았나. 지금은 대선 때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가 민심을 존중하고 잘 반영해 (경선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룰을 말하기는 좀 그렇다.

민심을 더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의 경선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럴 수도 있겠고….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한 조직이다. 정치인이 입에 달고 하는 말이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다. 그래 놓고 민심하고 유리된 무슨 꿍꿍이를 하면 안 된다.

서울시장 경선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하여튼 (경선 룰에 대해) 논의 기구를 만들어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당직자라고 해서 (임의로) 무조건 툭툭 던지면 안 된다.

이혜훈 후보와 어제(11일) 시내 모처에서 만난 사진이 공개됐다. 최근에는 동작을 지역으로 이사를 한 이 후보와의 빅딜설이 돌기도 했다. 

(빅딜설을 부인하는) 이 후보의 말이 설득력이 있지 않나. 이 후보가 몰래 이사 온 것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온 것이다. (이사를 한 때는) 내가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할 때도 아니다. 

이 후보와의 만남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당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함께) 했다.

어떤 점을 말하는가.

여러 가지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방선거보다 전당대회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마치 전당대회를 위한 세 확장의 기회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걱정이라는 점이다. 집안도 중심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새누리당은 큰 조직인데 (지금은) 좀 중심이 없어 보인다.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나.

중요한 이야기는 (공식) 회의에서 하는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회의에서 하고, 중요한 것은 다른 데서 하면 안 된다.

박원순 시장과 벌써부터 마치 핑퐁게임처럼 시정과 관련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용산 재개발 건이 회자됐다. 한마디로 말해 이렇다. 세상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고,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못하는 것이다. 나는 단계적으로 분할해 점진적으로 하면 (용산 재개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용산 재개발은 서울시가 규모를 2배로 늘려놓은 것이다. 물론 박 시장 본인이 늘린 게 아니라고 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똑같다.

또 서울 시내 100곳의 (개발 가능) 유휴 부지가 있고 그중에 30곳에서 (민간 사업자가)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2곳만 허가를 했다. 허가를 하면 주변 땅값이 오르니 못해주겠다는 식이다. 특혜 시비가 문제라면 공공성이 강한 곳부터 우선적으로 해주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박 시장과 비교해 본인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박 시장은 그동안 그 부분에 무관심했다는 말인가.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각종 조사에서 보면 서울 시민의 관심은 좋은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에 있다. 그런데 (박 시장 체제 후) 서울시에 대한 평가를 보면, 마을공동체와 소통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게 (마을공동체와 소통) 서울 시민이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거기다 소통은 방법이지 (시정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박 시장은 본인이 관심 있는 것은 열심히 했는데 진짜 중요한 것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주 시사저널 여론조사도 그랬고, 여전히 오차 범위 이내지만 박 시장에게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다.

여론조사는 추세를 보는 것이다. 시사저널 기사도 잘 봤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해설 기사를 보면 (본선에서) 내가 많이 이길 것 같다. 당내 경선이든 본선이든 내가 시장이 되면, 서울시의 분위기는 상당히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박 시장은 ‘갈등 도가니를 없앴다’고 하는데, 갈등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갈등이 일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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