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심 팔기’ 언론 플레이, 대통령 욕되게 하는 것”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4.03.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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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출사표 낸 이혜훈 최고위원

민주당에서 최근 자체적으로 서울시장 후보 가상 맞대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정몽준-박원순 대결에서는 39.7%-40.5%, 김황식-박원순은 35.8%-43.9%가 나왔다. 이혜훈-박원순은 32.5%-45.2%로 조사됐다. 새누리당의 세 경선 후보 가운데 정몽준 후보가 오차 범위 내 접전으로 가장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김황식, 이혜훈 후보 순이다. 다른 여느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후보는 12.7%포인트 차로 박 시장에게 뒤졌지만 만만찮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 후보는 8.1%포인트 차였다. ‘2강 1약’이라며 정몽준-김황식 대결로 몰아가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이 후보 측은 점잖게 반론을 편다. ‘2강 1약’이 아니라 ‘1강 2중’ 또는 ‘3중’이라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열세이면서도 이 후보는 자신감에 넘쳐 있는 모습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얼마 전 “대권을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서울시장은 더 이상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 후보 등 이른바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경쟁자들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후보는 서울시장이 되면 대선과 상관없이 임기를 마치겠다고 했다.

내가 그런 문제제기를 했던 건 역대 시장들 중에서 대권에 대한 욕심 때문에 무리하게 대권 스케줄에 맞춰 시정 사업을 했고, 그러다 보니 이게 왜곡돼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다는 점이다. 이걸 지적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을 말하는가.

불필요한 대형 건축물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돈만 수천억 날린다거나, 대형 사업을 진행하면서 원칙적인 스케줄을 무시하고 대권 일정에 지나치게 맞춘다거나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게 무리한 대권 욕심 때문이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이 3파전 구도로 가고 있다. 여기서 ‘박심(朴心)’ 논란이 불거졌다. 얼마 전 이 후보도 ‘박심 마케팅’을 제기했다.

특정 후보를 돕는다는 분들이 나서서 “대통령이 누구를 낙점해서 민다”는 식의 언론 플레이를 자꾸 했다. 이건 대단히 잘못된 거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에서 엄정 중립을 유지하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그런데 책임 있는 분들이 뒤에서 “실제로는 대통령이 누구를 민다”는 말을 하고 다니면,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말밖에 안 되지 않나. 이는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재오 의원 등 과거 친이계였던 분들이 나서 “친이와 친박이 분열되는 것”이라며 문제제기를 했다. 계파 싸움이 가속화되는 해당 행위가 벌어지는 셈이다. ‘박심’이 잘못 됐다는 게 아니라 ‘박심 마케팅’, 즉 ‘박심 팔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실제 ‘박심’은 없다고 보는 것인가.

나는 대통령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 3명 중 이 후보의 경쟁력이 제일 약한 것으로 나오는데 극복할 방안이 있나.

지금의 여론조사는 인지도 조사라고 본다. 인지도가 높은 후보는 시간이 가도 더 오르지 않는다. 반면 인지도가 낮은 후보는 시간이 지나면서 확장성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 경선의 장이 펼쳐지면 지지율은 충분히 상승할 것으로 본다.

최근 정몽준 후보와의 ‘빅딜설’이 나돌고 있다.

나도 그게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웃음)

정몽준 후보와 평소 친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경선에서 정면대결이 불가피한데 그를 어떻게 평가하나.

정 후보는 ‘밑바닥 현장형’은 아니다. (시민들이)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을 좀 더 평가해주지 않을까.(웃음)

김황식 후보와는 평소 친분이 있나.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 후보와는 몇 번 식사를 같이 한 정도다. 그분이야말로 자기가 주도해서 일을 해보신 적이 없다. 총리도 대통령이 결정한 것을 수행하는 정도에 그쳤다. 국회의원만 해도 지역구에서 자신이 스스로 다 결정해야 하는데, 김 후보는 자기 결정을 하신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경제 분야는 아마 해본 적이 더 없을 것 같다. 지금 서울의 과제에선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겠다는 결심은 언제 했나.

주변 분들로부터 권유는 지난해 봄쯤부터 있었다. 그때는 국회의원 생각이 더 강해서 고사했는데, 이쪽으로 마음이 확 쏠린 것은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상보육 데모를 할 때부터였다. 그때 굉장히 분노했다. 박 시장은 “무상보육에 대한 지금의 중앙정부 지원 20%로는 무상보육을 중단할 수밖에 없으니 40%로 올려달라”고 대통령을 공격하더라.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중앙정부가 원칙적으로는 20%를 지원하고 있지만, 80%를 충당해야 하는 지방정부에서 이를 감당하지 못해 지원 중단 사태가 일어나면 안 되니까 예비비 등을 끌어당기고 해서 실제로는 20% 이상을 메워주고 있다. 박 시장이 그렇게 말하기 불과 몇 개월 전인 2012년만 해도 중앙정부에서 43%를 지원했다. 그런데도 40% 이상을 내놓으라고 데모하는 건 일종의 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민을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대권 놀음이다. 자신을 대통령과 동등하게 자리매김해서 스스로의 격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래서 대권 놀음을 하는, 이른바 ‘대권 시장’은 떠나라고 한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이기도 하지만 여당의 지도부(최고위원)이기도 하다. 지금 여당 역할에 대한 국민의 비난 목소리도 많다.

여당은 국민과 대통령 사이에서 중간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이 보시기엔, 여당이 대통령의 뜻을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은 좀 하는 것 같은데, 거꾸로 국민의 아쉬움을 대통령에게 전달은 잘 못하는 것 같다고 보시는 것 같다. 바른 소리를 잘 못하고 눈치만 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그런 면이 있다.

지방선거 이후에 당 내분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본다. 나 역시도 지도부의 한 사람이지만 ‘나 홀로’ 신세라 여러 가지 얘기를 해도 다수가 나랑 너무 다른 생각을 해서…. 당 지도부가 국민과 너무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어서 답답할 때가 많다.

앞에서 서울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경제라고 했는데, 아무리 서울시장이라 해도 지방정부의 수장이라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경제 살리기’는 결국 중앙정부의 몫이라는 얘기가 있다.

서울은 다른 지방과 달리 대한민국 경제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경제가 살아야 중앙 경제가 산다. 지난 1년 동안 박근혜정부가 경제를 제대로 못 살린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서울시장이 경제를 방치한 데도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경제는 중앙정부의 몫이라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전국 17개 광역시·도가  각자 경제 성적표를 내는데, 당연히 규모나 중요도로 보면 서울이 1등을 해야 맞다. 그런데 실제 성적표를 보면 5등이다. 경제 성장률은 7등이다. 이는 서울시장이 얼마나 잘못했는가를 보여주는 성적표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 시정에 대한 비판인가.

그렇다. 박 시장은 서울 경제 활성화에 대해서는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 주거 문제만 해도 그렇다. 사실 지금 서울에서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뉴타운’ 문제는 전임 시장이 잘못한 부분이 많아서 재앙이 되어 있다. 하지만 박 시장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전임 시장이 잘못했다고 그냥 방치하면 안 되는 것이다. 뉴타운 지구가 지정돼 있으면 신축이나 개보수가 안 된다. 주민들은 폐가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시장이면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2년간 방치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뉴타운을 추진하고 싶어 하면, 그렇게 되도록 걸림돌을 없애주어야 한다. 반대로 주민들이 해제를 원하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해제되도록 실질적 지원을 해줬어야 한다. 그렇게 안 하다가 3개월, 6개월 남겨두고 “해제한다”고 선포만 내린다. 박 시장은 주거 문제에 대해 상당히 무책임한 시정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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