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뒤집는’ 일만 남았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3.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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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전 총리, 긴 잠행 끝 귀국…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본격화

지금 여당이 기대하는 것은 경선 대박이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야권은 한명숙 후보로 이미 기정사실화됐지만, 여당은 당내 40대 기수론의 선두 주자들인 오세훈·원희룡·나경원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예선전에서 혈전을 치른 오세훈 후보는 경선 승리 여세를 몰아 본선에서 한 후보에게 신승을 거뒀다. 당시 민주당의 패인 분석은 경선 흥행몰이에서 밀렸다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김황식 전 총리의 3월14일 귀국은 여당에 호재다. 현재 지지율 선두인 정몽준 후보와 확실한 경쟁 구도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전 총리가 긴 잠행 끝에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3월6일 서울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박원순 시장과의 맞대결에서 37.8%의 지지율로 박 시장(47.9%)에게 오차 범위를 벗어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이 박 시장과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가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당내 기반이 약한 김 전 총리로서는 그나마 친박 진영의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친박 외곽 조직을 담당해온 ‘원조 친박’ 이성헌 전 의원이 김 전 총리 캠프에서 총괄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김 전 총리와 관계를 맺어온 일부 친이계 인사들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박심(朴心)’ 논란이 불거지면서 친박 지도부가 노골적으로 김 전 총리를 지원하기는 어려운 양상이 돼버렸다. 박심 논란이 재연될 경우 정몽준·이혜훈 후보 등 경쟁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3자 구도에서 ‘비박’ 연대가 이뤄지기라도 하면 김 전 총리 측으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전 총리, 반전 카드 차곡차곡 준비해왔을 것”

김 전 총리가 자력으로 ‘정몽준 대세론’을 잠재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본격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나타날 수 있는 그의 ‘표 확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김 전 총리가 대법관-감사원장-국무총리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데는 출신 지역(전남 장성)과 이명박 정부 당시 2년5개월간 총리직을 맡아오면서 보여준 대응 능력이 작용했다. 김 전 총리가 당내 경선에 본격 뛰어든 후 존재감을 드러내며 본선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면 반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은 “김 전 총리는 법조 엘리트 출신으로 행정관료 인상이 강한 것으로 비쳤다”며 “하지만 김 전 총리를 만나보면 남다른 스킨십을 갖고 있어 행정가보다는 정치인 쪽에 더 가까운 인물”이라고 말했다. 친박 내부 사정에 밝은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전 총리 측은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하기 전부터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두고 선거 기획팀을 운영하는 등 출마 전략을 짜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을 역전시킬 카드를 준비해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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