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출연은 내게 전율과 자유를 준다”
  • 김원식│미국통신원 ()
  • 승인 2014.03.1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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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대 여학생의 고백…‘벨 녹스 신드롬’으로 포르노업계 돈방석

“토머스 바그리 씨. 우리 성인물에 출연해주신다면 기꺼이 1만 달러(1000만원)를 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여성 포르노 스타를 고르실 수 있습니다. 한 달에 약 1000달러(100만원) 이상을 쓰고 계시는 귀하는 우리의 소중한 고객이자 우리 산업을 발전시킬 훌륭한 남성이기 때문입니다.”

3월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근거를 둔 유명 성인물 제작업체 CEO인 마이크 클리치는 미국 명문인 듀크 대학의 신입생 토머스 바그리(19)에게 편지를 보냈다. 사연은 이랬다. 포르노 열성팬인 바그리는 지난 1월 새로 나온 성인물을 감상하다 깜짝 놀랐다. ‘벨 녹스(Belle Knox)’라는 이름의 신인 여자 배우가 아무리 뜯어봐도 함께 수업을 듣고 있는 미리암 윅스 같았기 때문이다. 바그리는 이 사실을 주변 학생들과 소셜 네트워크 등에 퍼트렸다. 결과적으로 바그리의 추측은 옳았다. 벨 녹스라는 신인 포르노 배우는 듀크 대학에 다니는 신입 여대생이었다. 동료 학생들 중 일부는 “충격적”이라고 했다. 반면 “개인 사생활을 굳이 밝힐 필요가 있느냐”며 거꾸로 바그리의 신상을 터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가 월 1000달러 정도를 성인물을 내려받는 데 쓰고 있다는 비밀도 세상에 알려졌다. 거꾸로 비난 받는 신세가 된 바그리에게 클리치는 이처럼 구원(?)의 손길을 보냈던 것이다.

ⓒ CNN 캡처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80%는 포르노”

바그리와 달리 포르노 배우라는 사실이 드러난 여대생 윅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그녀는 ‘로렌’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지난 2월 듀크 대학 학보인 ‘듀크 크로니클’과 인터뷰하며 “6만 달러에 달하는 학비를 감당하고자 가명으로 포르노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 정도에서 멈췄다면 괜찮았지만 그는 이 인터뷰에서 “성인영화는 내 예술적인 충동의 배출구로서 나는 이 일 자체가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말했다. “포르노 촬영은 내게 전율과 자유를 안겨준다”며 포르노 예찬론까지 폈다. 그러자 이번에는 로렌을 둘러싼 ‘신상 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전국적인 관심을 몰고 왔다. 누리꾼들이 점점 실체에 접근하자 윅스는 3월4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자신이 ‘벨 녹스’ 등 가명을 사용한 포르노 배우라고 공개했다. 윅스는 “학생으로서의 정체성과 포르노 배우로서의 정체성은 각각 다르다”며 “오늘, 나는 포르노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세상에 공개한다. 그 이름은 벨 녹스이며 이 자부심을 안고 나아가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윅스의 당당함은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윅스는 미국 CNN 방송의 간판 앵커인 피어스 모건이 진행하는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이 포르노에 출연한 배경과 입장을 상세히 밝혔다. 그는 포르노물을 보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여성 배우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사회의 이중 잣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80%가 포르노일 것이다. 거의 모든 싱글이 포르노를 시청하고 있는데 나를 비난하는 것은 위선이다.”

윅스는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번에는 언론이 윅스의 신상 털기에 나섰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윅스의 아버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최근 돌아온 미군 의료 장교인 케빈 윅스(54)이며 딸이 포르노 배우라는 사실에 부모가 매우 당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윅스는 CNN에 출연해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미리 이야기해주지 못한 것이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데일리메일과 인터뷰를 가진 한 친척은 “이것은 가족에겐 비극”이라며 “윅스의 아버지는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방금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왔는데 얼마나 황당하고 가슴이 아프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데일리메일의 이러한 보도에 윅스는 다시 발끈했다. “그 친척은 과거에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며 “나의 부모는 화가 나지 않았다. 나만 비난하고 내 가족은 조용히 놔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언론과 여론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화제 주인공 학생에게 포르노 출연 제의

이번 사건을 미국에서는 ‘녹스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논쟁도 뜨겁다. 그가 명문대를 다니지 않았다면 이렇게 주목을 받았겠느냐는 냉소적 시각이 팽배하다. 일부 여성단체는 “성폭력과 여성 학대를 미화할 수 있다”며 언론의 지나친 관심에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하지만 이번 신드롬에서 손 안 대고 코 풀 듯 이익을 보는 쪽은 미국 포르노 산업이다.

윅스가 ‘벨 녹스’라는 이름으로 포르노 스타가 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수백 달러에 불과하던 편당 출연료는 이미 수천 달러 이상으로 뛰었고 출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전 출연 작품 9편은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3월10일 새로 출시된 성인물 역시 인기몰이 중이다.

미국의 포르노 산업 규모는 연간 수백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며 미국 성인 중 4000만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포르노 사이트를 방문하는데 이는 정기적으로 야구장을 찾는 사람보다 10배나 많은 숫자다. 직장인의 5분의 1 이상이 회사에서 포르노를 내려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명문대생이 포르노 배우라니…”에서 시작한 이번 신드롬을 세상에 알린 사람은 바보가 됐고, 배우는 스타덤에 올랐으며, 가만히 앉아 구경하던 포르노 업계는 돈을 벌고 있는 쪽으로 결말이 날 듯하다. 미국 포르노 산업이 벌어들이는 수입 규모는 미국의 ABC·CBS·NBC 등 방송보다, 프로야구·미식축구·프로농구의 수입을 합한 수치보다도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구나 포르노 업계는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바그리에게 1만 달러를 제안한 마이크 클리치는 지난 2월 상당한 미모로 화제가 되었던 아만다 녹스(26)에게도 2만 달러를 제의하며 포르노 영화에 출연해줄 것을 제안한 적이 있다. 아만다 녹스는 이탈리아에서 룸메이트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하다 무죄 판결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왔는데 이탈리아 법원이 항소심에서 다시 유죄 판결을 내려 세계적인 화제를 몰고 온 여성이다.

클리치는 최근 학비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소송을 걸어 유명해진 레이철 캐닝(18)에게도 “학비를 내고 싶다면 나에게 연락하라”는 트윗을 날려 비난이 일기도 했다. 윤리적·법적 논쟁들이 포르노와 배우들을 둘러싸며 벌어지는 동안 포르노 산업의 수익금은 차곡차곡 적립되고 있는 것이 미국의 또 다른 현실이다.


레이철 캐닝 소송 사건이란 


레이철 캐닝이라는 미국의 한 여학생은 지난해 10월 부모를 상대로 자신의 학비와 생활비 5306달러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미국 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자신이 18세 성인이 됐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났다는 것이다. 이에 그의 부모는 딸을 내쫓은 것이 아니라 통금 시간과 집안일 돕기 등 규칙이 싫다며 스스로 집을 나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뉴저지 주 가정법원은 3월4일 “부모는 레이철 캐닝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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