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형님, 이젠 길 비켜주시죠”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3.2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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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김두관 , 범친노 차기 주자로 부각…박영선·이광재도 잠재력

‘친노’ 진영은 2007년 말 노무현 정권의 퇴장과 함께 ‘폐족(廢族)’을 선언했다. 그러나 5년 후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2012년 대선은 친노의 부활을 선포할 절호의 찬스였다. 친노는 재기를 위한 카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영원한 비서실장’ 문재인 의원을 내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문재인 후보의 대선 패배 후 친노의 입지는 더욱 좁아들었다.

‘비노’의 반격에 완강히 버티던 친노 당권파는 대선 패배의 덫에 걸려 전면에서 물러나야 했다. 지금 친노라는 꼬리표는 친노 진영 내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노무현 정권 초기 청와대에 몸담았던 영남권의 한 친노 인사는 “지금 친노라는 것은 (비노 진영에서) 공격의 대상으로 삼기 위한 딱지일 뿐”이라며 “자신이 친노라고 불리는 순간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군들 꼬리표 달기를 원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나 친노는 여전히 유효한 ‘정치 코드’다. ‘패권주의’로 비판받는 친노와 ‘노무현 정신’으로 상징되는 친노를 대하는 시각이 판이하게 다른 탓이다.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당내 갈등을 빚는 계파로서 친노와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을 계승하려는 친노는 구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말하는 친노는 엄밀히 말하면 ‘친문’(親문재인)이다. 친노와 친문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친노 일각에서는 친문은 퇴장하고 있지만, 친노의 시대는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피력하기도 한다. ‘포스트 문재인’ 시대를 예고하는 움직임은 노 전 대통령 정신의 계승을 자임하는 원조 친노들의 움직임에서 감지된다.

2010년 2월24일 이광재 당시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왼쪽)와 반갑게 웃으며 악수 하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안철수 견제” 목소리 높이는 안희정 지사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이장에서 시작해 최연소 군수(남해)를 거쳐 경남도지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여당 텃밭인 경남에서 야당 성향의 무소속으로 기적을 일궈낸 그를 두고 사람들은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친노 주류의 견제를 받은 그가 친노 진영에서 설 자리는 정작 없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12년 대선에 도전했지만, 친노 주류가 조직적으로 민 문재인 의원에게 밀렸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3월11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튼 재단 후원을 받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6개월간 연수한 후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올해 3월로 귀국 시기를 연기했다. 김 전 지사가 귀국 시기를 조율하자, 야권 일각에서는 경남도지사 재출마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최근에는 김 전 지사의 ‘7월 재보선 출마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지사 측근 그룹 일각에서 김 전 지사가 귀국한 이후 7월 재보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 공식적인 논의 단계는 아니지만 전국구 정치인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수도권 출마가 필요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장관의 지역구인 경기 김포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전 지사의 경기 김포 출마설은 측근 그룹 일각의 아이디어 중 하나로 보인다. 김 전 지사의 한 측근은 “6월 지방선거는 물론 7월 재보선 출마 계획도 현재로선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지사가 ‘수도권 출마’라는 모험을 감행할 경우 ‘범(凡)친노’ 진영뿐만 아니라 야권에서 그의 정치적 위상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007년 말 친노의 ‘폐족’을 선언한 인물이다. 그는 충남도지사 당선 후 문재인 의원과 일정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7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여부를 두고 문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당시 “국민은 대통령기록물의 공개와 전임 대통령을 현재의 정쟁에 끌어들여 공격하는 일에 대해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회의록 공개를 주장한 문 의원을 비판했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귀국 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그런 그를 두고 일각에서는 ‘친노 색깔 빼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을 ‘김대중·노무현의 적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친노 진영의 상징적인 존재임을 자임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후 문재인 의원을 대신해 안철수·김한길 체제를 견제할 대안으로 안 지사가 부각되고 있다. 안 지사는 3월2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령이나 문구를 바꾸는 것이 새 정치는 아니다”며 “국민께서 요구하시는 새 정치는 멋있는 문구는 아닌 것 같다”고 신당 창당 주도 세력을 비판했다. 일단 지방선거 재선이 눈앞의 과제지만, ‘충청 대망론’을 외치는 안 지사가 범친노 진영을 대표하는 야권 대권 주자로서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천정배·박영선·이광재 행보도 주목

범친노로 통하는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과 박영선 의원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안철수 의원과의 교감설이 도는 천 전 장관이 향후 신당에서 역할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야권에서 선명성이 강한 박영선 의원은 민주당 내 쇄신파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하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포스트 문재인’ 시대를 열 친노의 ‘히든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친노를 향해 연일 각을 세우는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한다”며 친노를 자임하고 있지만, 친노 진영 내에서는 노골적인 ‘문재인 때리기’로 인해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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