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에 ‘태양의 빛’ 선사하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03.2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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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태양광 모듈 640장 기증…김승연 회장 아이디어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태양광 업계가 된서리를 맞았다. 세계 태양광 시장을 이끌던 유럽 정부의 보조금 축소와 시장 불황이 겹치면서 글로벌 태양광 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를 냈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던 국내 대기업 역시 사업을 접거나 투자를 축소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 반대였다. 불황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경쟁력 있는 태양광 업체들을 인수했다. 김 회장은 2010년 8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던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를 4300억원에 인수했다. 2012년 10월에는 파산 신청을 냈던 독일의 큐셀(현 한화큐셀)도 사들였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실장이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기획 및 전략마케팅 실장을 맡았다. 그만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화큐셀이 지난해 말 스위스 다보스 콩그레스센터에 설치한 태양광 모듈. ⓒ 한화그룹 제공
태양광 사업 진출 초기만 해도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태양전지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2012년 초 15달러까지 떨어졌다. 태양광 사업에 거액을 투자한 한화케미칼은 2012년 적자로 전환했다. 시장에서는 태양광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태양광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적자에 허덕이던 한화큐셀의 실적도 지난해 9월 흑자로 돌아섰다. 한화그룹에 인수된 지 1년여 만이다. 태양광 계열사를 거느린 한화케미칼도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2년보다 17배나 증가한 979억원을 기록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20달러 선을 회복했다. 태양광 시장조사 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3월12일을 기준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은 22.6달러다.

태양광 사업 역발상 투자로 시장 선점

태양광 사업의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글로벌 에너지 분석 기관 글로벌데이터는 태양광 에너지 시장이 2020년까지 18.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수요도 유럽 중심에서 중국, 미국, 일본, 중남미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태양광 시장 수요는 2014년 이후 매년 1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불황기에 태양광 사업에 대대적으로 투자자한 것이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화케미칼은 올 상반기까지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과 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 셀·모듈(한화큐셀 및 한화솔라원), 발전 시스템(한화큐셀 및 한화솔라원)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가 완성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스위스 다보스에 태양광 모듈 640장을 기증했다. 한화큐셀은 다보스 포럼이 열리는 다보스 콩그레스센터(Davos Congress Centre)의 지붕에 기증한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다보스 프로젝트 역시 김 회장과 장남인 김동관 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철 한화큐셀 대표는 “다보스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기증해 한화큐셀 모듈의 우수성을 세계 정상과 경제 리더들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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