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가 납치해 숨겨진 섬에 착륙했다?
  • 김원식│미국통신원 ()
  • 승인 2014.03.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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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항공 실종 미스터리…CNN “인도양에 수장됐을 수도”

“이렇게 넓은 수색 범위는 내 평생 처음 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뉴욕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지역에서 사라진 한 사람을 찾는 것과 같다.”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의 수색에 나섰던 미 해군 7함대의 윌리엄 마크스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충을 이렇게 토로했다. 광활한 미국 땅에서 ‘김 서방’을 찾는 것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138억 년 전의 우주 생성 비밀까지 풀 수 있을 정도로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 어쩌다 비행기 추락 사건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지난 3월8일 승객과 승무원 등 239명을 태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는 이륙한 지 1시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건 발생 직후 비행기가 항공 레이더에서 사라진 남중국해 일대에 대해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졌지만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했다. 이후 군사 레이더와 인공위성을 통해 발견한 자료를 토대로 이 비행기가 7시간가량 비행했을 가능성이 커졌고, 수색 범위는 카자흐스탄과 인도양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3월21일 현재 여전히 안갯속이다. 점점 미증유의 영구 미제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MH370기의 귀환을 염원하며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 AFP연합
더욱 미스터리한 것은 비행기에 대한 의문이 어느 하나도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닷속이든 깊은 산속이든, 또는 추락했든, 은폐됐든지 간에 ‘누가’ ‘왜’ ‘어떻게’에 대한 의문이 하나도 풀리지 않고 있다. 기장과 부기장은 물론 희생자인 239명 모두가 용의자가 된 웃지 못할 비극을 의문의 눈길로 바라보는 시선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CNN “누군가 인도양으로 몰고 갔다”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과거에 실종된 비행기들의 사례가 언론에 재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여성 비행사 중 최초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했던 아멜리아 에어하트 실종 사건이다. 그는 1937년 7월2일 뉴기니 섬에서 출발해 남태평양을 횡단하다 하울랜드 섬 부근에서 실종됐다. 실종되기 직전 교신에서 “하울랜드 섬을 찾을 수가 없다. 연료가 떨어졌다”는 말을 남겨 불행한 결말을 예고했다. 2012년 에어하트가 몰았던 비행기 추락 잔해물로 추정되는 사진이 발견되자 미국 정부는 실종된 지 75년 만에 재수색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리타 국제공항을 이륙한 바리그브라질항공 소속 화물기는 실종된 지 35년이 경과했지만 지금까지 기체의 파편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 바리그브라질항공 967기는 1979년 1월30일 오후 8시23분 나리타 국제공항을 이륙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파나마를 거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갈 예정이었다. 이륙한 지 30분이 지나 항공관제탑에 보낸 통신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두절된 채 사라졌다. 당시 이 화물기에는 20톤 정도의 정밀 기계와 일본계 화가의 작품 53점(약 12억 달러 상당)이 실려 있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미국과 일본을 잇는 노선 주변에서 수색 작업이 진행됐지만 발견할 수 없었고, 지금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항공 전문가들 중 일부는 “기체가 일본 해구 심해에 수몰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번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와 가장 근접한 실종 사건은 52년 전인 1962년에 있었다. 플라잉타이거항공 소속 여객기 739기는 107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채 괌에서 이륙해 필리핀으로 향했다. 그런데 중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번 실종 사건처럼 어떤 이상 신호도 없었다. 당시 실종된 이 비행기 노선 항로에 있었던 해상에서 리베리안 유조선 선원이 “하늘에서 강력한 섬광을 봤다”고 진술했으나, 미군 1300명 이상을 동원한 광범위한 해상 수색에도 잔해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미국 민간항공국은 “사고 원인을 알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려 영구 미제 사건이 됐다.

지상에 있는 신문 기사까지 읽을 수 있다는 초정밀 군사 인공위성, 모든 폭발과 진동을 감지한다는 최첨단 장치들이 보급돼 있는 2014년 현재지만, 실종 이후 2주를 넘긴 상황에서도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한 CNN은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는 실종기가 누군가에 의해 인도양 쪽으로 날아갔고 바다에 수장됐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 잔해는 물론 흔적을 찾을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이럴 경우 누군가 자살을 하기 위해 비행기를 몰고 날아갔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아직 이 누군가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고 자살 동기도 드러나지 않은 것이 사건의 실체를 더욱 미궁으로 빠뜨리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 테러 이용 가능성에 바짝 긴장

미스터리만 남다 보니 새로운 상상력을 동원한 가능성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고 지금도 존재할 것이란 얘기는 그래서 특히 흥미롭고 자극적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왜 비행기가 멀쩡한 상태로 사라져야 했는지가 의문인데 테러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광활한 인도양에 흩어져 있는 섬들 중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건설되었던 비행장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실종된 기종은 보잉 777-200인데 연료를 거의 소모해 기체를 가볍게 할 경우 1㎞ 남짓한 도로에도 착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실종기가 인도양의 어느 섬에 착륙한 후 은폐됐다면 인공위성으로도 탐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럴 경우 실종기가 인도양이나 북부의 산악 지역에 추락한 것이 아니라 테러리스트에 의해 고의적으로 납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 같은 가능성을 상정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번 실종 사건이 발생한 직후 이스라엘 영공에 들어오는 민간 항공기들의 정보를 해당 국가가 이전보다 빠른 시점에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란 걸 증명한 셈이다.

만약 이 실종기가 인도양으로 향했을 경우 이 지역을 감시하는 레이더망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딘가로 다시 떠올라 향하는 것도 포착하기 어렵다. 테러리스트들이 확보한 민간 항공기가 9·11 때처럼 테러에 이용될 가능성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실제 있었다. 공항에 서 있던 비행기가 갑자기 무단 이륙해 실종된 황당한 사건이 그것이다. 2003년 5월25일 앙골라의 루안다 국제공항에 있던 미국 아메리칸항공 소속 보잉 727기가 관제탑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이륙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비행기에는 기장과 동료 승무원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제탑과의 교신에 어떤 응답도 없었고 이번 실종기 경우처럼 자동응답장치를 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은 비행기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광범위하게 수색했지만 이 비행기의 행방은 끝내 찾지 못했다.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말의 가능성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정보기관들은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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