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안방’에서 진짜 일내는 거 아냐?
  • 서상현│매일신문 기자 ()
  • 승인 2014.04.0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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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보수층 끌어안으며 철옹성 공략

대구시장 후보 경선 때문에 서울과 대구를 자주 오가는 새누리당 한 의원실 보좌관은 “대구 분위기가 참 묘하다. 한마디로 이상 기류”라며 이런 말을 했다.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타면 대부분 선거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새누리당 후보보다 김부겸을 이야기하는 기사가 많더라. 8명이나 되는 새누리당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름은 잘 모르면서 김부겸이라는 이름은 친숙한 듯 ‘김부겸이가’ ‘부겸이가 말이야’ 하면서. ‘대구가 바뀌려면 미꾸라지를 풀어놔야 한다’느니, ‘그래도 그 친구(김부겸) 대구에서 뼈를 묻겠다는 심정인가 보네’ 하며 허허 웃기도 하더라. ‘여기가 새누리당 텃밭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0.42%.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대구 수성 갑에서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거둔 성적표다. 10명 중 4명 이상은 김부겸을 찍었다. 상대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신의 거물급 중진 이한구 의원이었다. 김부겸 후보는 총선 패배 후에도 대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3월24일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08년 18대 총선 때 대구 수성 을에 무소속으로 도전해 “대구에 뼈를 묻겠다”고 했다가 낙선한 뒤 2010년 경기도지사로 출마했던 유시민 전 장관과 대조된다.

3월24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한 상인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구에 박정희 컨벤션센터 만들 것”

김부겸 후보는 대구 지역 곳곳을 다니며 “저는 어르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빨갱이가 아닙니다”라고 읍소하고 있다. 신당 출범 이전 민주당을 향한 색깔론·종북론·빨갱이론을 차단하는 ‘통합 행보’다. 김 후보 캠프의 이헌태 대변인은 “대구 식자층 중에서는 아직도 ‘민주당은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김부겸은 이번에 (대구시장에) 돼야 한다’고도 한다. 김 후보가 (당과) 따로 분리된 느낌”이라며 “색깔 전쟁에서 벗어나야만 민생 공약 대결, 시민 행복 대결이 가능하다. 우리는 그것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이 아닌 ‘김부겸 정책’으로 프레임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3월24일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국가 수호’의 상징인 대구 앞산 충혼탑을 찾았다. 보통 야권 후보는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두류공원 2·28 학생의거기념탑부터 방문했다. 이런 패턴을 그가 깬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김 후보의 입에서 직접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정치권 반응은 한마디로 ‘뜨악’이다.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대구시는 반겼고, 야권 우호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는 보수 표심 자극을 위한 쇼라고 비판한다. 김 후보는 청도 새마을운동 발상지,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결혼식을 올렸던 계산성당을 연결하는 관광 상품도 이야기했다. “광주에는 김대중 컨벤션센터가 있는데 왜 대구에는 박정희 컨벤션센터가 없느냐”는 김 후보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상생과 화해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김부겸 후보를 향한 대구 정서의 변화 움직임이 심상찮은 데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대구가 한국 정치의 중심지로 부활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통으로 알려진 한 관계자는 “김부겸이 (대구에서) 치고 올라오는 것은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에서도 대구 출신 대권 주자를 키워놓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출신인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후보가 대구시장에 당선되거나 아주 선전하면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대권 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5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TK(대구·경북)는 역차별 논란으로 지역 발전을 담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고향에서 여야 지도자가 모두 나올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졌다”며 “하늘이 준 기회다. 우리는 이를 부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부겸 후보는 대구에 ‘절반의 인지도’는 확보해놓은 상태다. 한 번 출마했던 수성구에서는 오히려 김 후보가 다른 새누리당 예비후보들과의 일대일 가상대결에서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화이트칼라층이나 젊은 학부모가 많은 달서구 지역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서구·달성군 등 노년층이 많은 곳에서 인지도 상승 요인을 만들고, 언론 노출을 최대화해 대구 비전을 구체적으로 밝히면 승산이 있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김 후보 캠프의 기획·전략 관계자는 “일단 최대한 친절하게 간다. 종편 채널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김부겸의 생각’을 알리고 있다”며 “지금 나와 있는 여야 후보 모두를 합해도 김부겸같이 오랜 기간 대구 발전을 공부한 이가 없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대구시장 예비후보들이 3월20일 국회 사랑재에서 서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원진, 이재만,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서상기, 일곱 번째가 권영진 후보. ⓒ 연합뉴스
여당 “잡아놓은 고기에 먹이 줄 필요 있나”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에서는 전·현직 국회의원과 구청장 출신 등 8명의 후보가 경선 컷오프를 두고 고만고만한 싸움을 벌였다. 1,2차 컷오프에서 서상기·조원진 의원과 권영진 전 의원 그리고 이재만 전 구청장 등 4명이 경선 후보가 됐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누구 하나 크게 치고 나와 김 후보를 따돌릴 유력 후보로 조명받지 못하면서 지역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K 출신의 새누리당 전략통 인사는 대구 상황에 대해 이런 말을 던졌다. “대구시장은 항상 중앙 정치권으로서는 부담이 없거나 쉽게 대할 수 있는 그런 만만한 사람이 됐다. 그게 대구의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 여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데도 당에서는 여전히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 잡아놓은 고기에 먹이를 줄 필요가 있느냐며….”

개혁적 성향을 가진 2030세대와 40대 중 합리적 보수층, 5060세대 중 중도층이 김부겸 후보의 주 타깃이다. 무엇보다 김 후보의 진정성을 엿본 일부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모여든다. SNS의 여론 확장성에 대해선 이미 검증이 끝났다. 페이스북의 ‘김부겸의 파란우체통’은 그야말로 팬 페이지다. 대구라는 고인 물에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개설되고 있다.

 

알림 

본지 3월25일자 ‘안철수 바라보다 배신의 상처 깊어졌다’ 기사에서 ‘심상정 원내대표가 3월20일 밝힌 “새정치민주연합의 경기도지사 경선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발언’ 내용은 “경기도지사 후보를 지원할 수도 있다”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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