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vs 정병국, 김상곤 vs 원혜영 동지는 간데없고 적으로
  • 김현일│대기자 ()
  • 승인 2014.04.02 09: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야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쇄신파 동지’ ‘40년 지기’ 승부

6·4 지방선거에서 예선이 본선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경기도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두 진영 모두 맞수들이 벌이는 당내 경선이 예사롭지 않다. 새누리당의 맞수는 남경필 의원과 정병국 의원이다. 두 사람 외에 원유철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도 후보로 나서고 있으나, 관심은 역시 ‘남·원·정’ 트리오로 정치적 동지임을 자처했던 남 의원과 정 의원 간 다툼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과 원혜영 의원이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여기에 얼마 전까지 김 전 교육감과 노선을 같이하며 지원해온 김진표 의원이 가세해 팽팽한 삼각구도를 이루고 있다.

행사장에서 만난 ‘웬수 동지’.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 공천 경합 중인 정병국(왼쪽)·남경필 의원이 3월12일 수원시 장안구청에서 열린 지사 후보 초청 강연회장에 나란히 자리했다. ⓒ 연합뉴스
‘남경필 대 정병국’ 맞대결 가능성도

차기 대선을 겨냥하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방선거 불출마를 공식화한 이후 정병국 의원은 경기도지사 꿈에 부풀었다. 당내 경쟁자인 원유철 의원이나 김영선 전 의원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컸다. 그랬던 정 의원에게 ‘동지’ 남경필 의원의 전격적인 출마 선언은 날벼락이었다. 중앙당이 중진 차출, 엄밀하게는 ‘승산 있는 유력 후보 동원령’을 내리고 ‘남경필 후보’를 흘릴 때만 해도 설마 했던 정 의원이다. 무엇보다 정 의원에게 경기도지사 출마를 적극 권유한 당사자가 바로 남 의원이었기 때문이다. 남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는 것으로 나름의 교통정리가 돼 있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깊숙한 연대를 가질 만큼 오랜 기간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두 사람의 정치 배경과 시발은 다르다. 남경필 후보는 선친의 수원 선거구를 물려받아 1998년 보궐 선거에서 당선한 이후 내리 5선에 이르렀다. 남 후보의 선친은 운수회사와 지방 언론사를 소유한 지방 부호였고, 그 덕택에 외국 유학(미국 예일 대학)도 다녀오고 국회의원도 비교적 ‘쉽게’ 됐던 남 후보였으나 초반의 의정 생활은 편치 못했다. 그가 쇄신을 말하면 ‘오렌지족’이라는 비아냥거림과 “쇼맨십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도 출신 내력 등과 무관치 않다.

4선의 정병국 후보는 YS의 가신 그룹인 ‘상도동계’ 말단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다. 상도동계 선배인 전임 의원이 스캔들로 지역구를 넘겨줬기에 정 후보의 경우도 여의도 입성은 비교적 수월한 편이었다. 두 사람은 1999년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를 결성해 소장파들과 개혁 목소리를 함께 냈다. 지역주의 청산, 계보 정치 타파를 외치고 여야를 망라하는 386연대를 추진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 중진 물갈이론’을 주창하고 최병렬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의 사퇴를 이끌어내면서 차세대 리더 그룹으로 부각됐다.

이들은 ‘새정치수요모임’도 주도했다. 18대 들어 정 후보는 친이계로, 남 후보는 쇄신파로 각기 다른 길을 걷기는 했지만 19대 들어 다시 뭉쳤다.

정 후보는 남 후보가 3월5일 최고중진회의연석회의에서 출마 결심을 밝히자 즉각 “현장에서는 ‘(중진 차출론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공박했다. 또 한 방송에 출연해 “처음에 나보고 도지사 나가라고 했던 사람도 남 의원이다. 조금 거북하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3월21일 열린 한 민주당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들. 왼쪽부터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원혜영 의원,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김진표 의원. ⓒ 뉴시스
김상곤-원혜영 신경전 속 김진표 기세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는 남 후보가 절대 우세다. 3월25일 CBS의 여당 경기도지사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남경필 후보 27.7%, 정병국 후보 5.5%, 원유철 후보 4.1% 등으로 나타났다. 3월23일 서울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도 남 후보 31.7%, 정 후보 6.6%, 원 후보 5.4%, 김영선 후보 5.3% 등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공천 향방을 대충 짐작하게 한다. 때문에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후보 단일화 얘기가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남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탓에, 2~4위 후보인 정병국·원유철·김영선 3인이 연대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남 후보와 정 후보는 이 가능성에 대해 모두 고개를 흔든다. 정 후보는 “기본적으로 단일화라고 하는 방법론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고 밝혔고, 남 후보도 “정 후보와 당당하게 경선하자는 쪽으로 결론 냈다”고 밝혔다.

정치적 동지 간 갈등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상곤 전 교육감과 원혜영 의원은 40년 지기의 운동권 동지다. 서울대 69학번인 김 전 교육감은 서울대 71학번인 원 의원의 2년 선배다. 각기 정당과 시민운동권에 있으면서 교분을 가져왔다. 그런 두 사람이 지금은 야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를 놓고 힘겨루기 중이다. 원혜영 후보는 김상곤 후보가 ‘무상버스’ 공약을 내걸자 “허구적 주장에 불과하다. 무상 시리즈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일갈했다. 정치판에는 적과 동지가 따로 없다고 한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이런 마당에 경기도지사 후보 재수생인 김진표 후보가 기세를 올리고 있어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은 열기를 더한다. 4년 전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당시 유시민 후보에게 0.96%포인트 차로 석패한 김진표 후보는 김상곤 후보가 보·혁 구도의 프레임에 갇히면 제2의 유시민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진보-보수 대결 양상으로 싸움을 전개해서는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좌클릭’이 강한 김상곤 후보로는 경기도 탈환이 불가능하고, 경제 전문가인 자신이라야 길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렇듯 원혜영·김진표 후보 모두 ‘친안(親안철수)’ 인사인 김상곤 후보를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정작 문제는 김상곤 후보의 지지도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 언론 여론조사는 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김진표 31.2%, 김상곤 23.3%, 원혜영 20.1%라고 보도했다. 안철수 위원장의 러브콜을 받으며 한때 지지율이 급상승했던 김상곤 후보가 막상 출마를 결심하자 내리막길을 걷는 모습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김상곤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에서는 40% 넘는 지지도를 확보해 김진표(24.6%), 원혜영(17.3%)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서울(1050만명)을 능가하는 인구 1200만명인 경기도는 국회의원 지역구도 서울보다 4개 많은 52개에 이른다. 서울시장에 버금가는 중요성 때문에 이인제·손학규·김문수 등 역대 경기도지사들은 모두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여야의 경기도지사 후보 당내 경선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