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기 가슴의 부모가 돼주세요”
  • 김지영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4.04.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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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 200여 명…우리 사회의 지속적 관심 필요

“유일한 세계 공용어는 아이의 울음소리다.” 영국의 아동인권운동가 에글레인타인 젭의 말을 빌리면 아이는 인간다움과 사랑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상당수 어린이가 정당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갓 태어난 신생아가 버려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시 집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버려진 아기의 수는 239명으로 2012년(79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들 대부분은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교회의 베이비박스(Baby-box)에 버려졌다. 하루 평균 0.65명의 아기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부모의 따뜻한 품 대신 가로 70cm, 높이 60cm 상자 속에서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는 곧바로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를 통해 서울시 산하 보육원에 입소하게 된다. 지난해 3월에 태어난 김다은양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서울 ㅂ병원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다은이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에게서 버림받았다. 게다가 다은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역류성 위·식도염을 앓고 있었다. 그래서 음식을 입으로 삼키지 못하고 코에 줄을 달아 영양분을 섭취하며 연명해야 했다. 지금은 배에 구멍을 뚫어 음식물을 투입하는 뱃줄을 달아놓은 상태다.

서울 소재 한 보육시설에서 생활교사가 버려진 아기를 돌보고 있다.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다은이는 매달 한 번씩 뱃줄을 교체하는 힘든 수술을 견뎌내고 있다. 위산이 계속 역류해 하루에 50~60cc 정도의 분유를 먹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지만 신기하게도 울지도 않고 고통스러운 치료를 잘 받고 있다. 버려질 당시만 해도 다은이는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위급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복지단체의 후원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앞으로 1년 정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튼튼한 아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곧 꺼질 것만 같았던 어린 생명이 보여주는 기적 같은 모습을 보며 다은이를 돌보는 사람들은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버려진 아기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베이비박스’는 여전히 뜨거운 논란거리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의 수가 워낙 빠르게 늘어나다 보니 베이비박스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 자체가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한국의 베이비박스는 2009년 12월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됐다. 이 교회의 이종락 목사는 교회 앞에 버려진 신생아가 저체온증으로 숨질 뻔했던 일을 겪고 난 후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게 됐다. 

버려지는 아기 양육기관 환경 열악

베이비박스 운영 첫해인 2010년에 버려진 아기의 수는 불과 4명이었다. 2012년 8월부터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 버려진 아기 수가 급증하고 있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친부모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입양을 신고제에서 재판을 통한 허가제로 변경하는 등의 항목을 두고 있다. 친부모 파악을 쉽게 하고 무분별한 아기 유기를 막자는 취지에서 마련됐지만 10대 미혼 부모들이 신분 노출을 꺼리는 데다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져 오히려 영아 유기 사례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급기야 지난해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는 200여 명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3월 초에는 스웨덴 입양 담당 공무원들이 신생아가 버려지는 베이비박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버려지는 아기들을 양육하는 기관의 열악한 사정 또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 시내 보육시설의 수용 능력은 이미 초과 상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보육교사 한 명이 아기 6.5명을 돌보고 있다. 정부에서는 신생아 한 명에 대한 월 생계비로 18만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분유와 기저귀 값으로만 아기 한 명당 월 20만원은 족히 들기 때문에 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보육원 생활교사인 현윤미씨는 “내가 일하는 보육원만 해도 교사 두 명이 11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며 “모두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이라 더 많이 안아주고 싶은데 애들이 워낙 많다 보니 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3월25일 이제훈 어린이재단 회장(왼쪽)과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이사가 캠페인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베이비박스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시사저널은 아동복지 전문 기관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손잡고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결연 캠페인 ‘베이비박스 후(後)’를 진행한다. 3월25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시사저널은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사에서 ‘2014 베이비박스 후(後)’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베이비박스 후(後)’ 캠페인은 아이들이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두 번 버려지지 않도록 후견인이 되어줄 ‘제2의 부모’를 모집하기 위해 기획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으로 ‘제2의 부모’ 후원 신청을 한 후 아동 명의의 계좌로 후원금을 직접 입금하면 된다. 이 후원금은 유기 아동의 생계비와 치료비 등에 쓰인다. 업무협약을 통해 후원 신청자에게는 시사저널 3개월 무료 구독권을 증정한다. 또 시사저널 1년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구독료의 20%가 자동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금으로 기부된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캠페인의 방향은 베이비박스 찬반 논란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적 지원이 미미해 버려지는 아이들을 돕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올 한 해 300명의 아동에게 결연후원금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이사는 “저출산·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라고 하지만 아이를 낳는 것보다 잘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일반인에게는 후원금 1만~3만원이 그리 큰돈은 아니겠지만 유기 아동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가 달릴 정도로 절실한 만큼 시사저널도 적극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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