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의 습격
  • 윤길주 편집국장 ()
  • 승인 2014.04.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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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Drone·무인항공기)이 무시무시한 정체를 드러낸 것은 그리 오래지 않습니다. 2011년 5월 드론은 파키스탄 은신처에 숨어 있던 국제 테러 집단 알카에다의 두목 오사마 빈 라덴을 찾아냅니다. 워싱턴 지휘부는 곧바로 해군 특수부대를 보내 빈 라덴을 사살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드론 공포’가 엄습하고 있습니다. 파주·백령도·삼척에서 북한이 날려 보낸 소형 무인기가 발견됐습니다. 북한 무인기들이 날아다니며 청와대를 포함해 군부대, 원자력발전소, 항만 등을 촬영한 겁니다. 북한의 무인기 활용은 예고됐습니다. 지난해 3월20일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자폭형 무인 공격기’ 훈련 장면을 내보냈습니다. 이를 참관한 김정은은 “남반부 작전지대의 적대상물 좌표를 빠짐없이 파악해 무인 타격 수단에 입력시켜놓을 것”을 지시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도 김정은은 “현대전에서 무인기를 적극 활용하라”며 무인 타격기를 공개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군은 골동품 수준이라며 무시하다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자원·인구 등 모든 것이 위협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위협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무인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소형 무인기는 새로운 위협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공개적으로 무인기 타격을 호언한 김정은의 말을 흘려버렸다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그래놓고는 급조된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방공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무인기 사태가 불거지면서 국방부는 서둘러 저고도 탐지 레이더를 해외에서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외국 무기상들이 카탈로그를 들고 쫓아오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레이더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겁니다.

국토교통부도 슬쩍 숟가락을 하나 얹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인비행장치 신고 의무와 비행금지구역 내 비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요즘 규제 개혁이 화두인데 거꾸로 가는 듯합니다.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은 드론으로 택배 서비스를 할 계획입니다. 이 회사 CEO 제프 베조스는 “조만간 비행 로봇이 배달 트럭만큼 흔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의회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효과가 크다며 상용 무인기 사용 허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연방항공청(FAA)도 상용 무인기를 허용하는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드론’을 검색하면 수많은 동호인 모임이 나옵니다. 무선 무인 로봇을 조종하는 방법, 어디서 어떻게 구매할지 등이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이걸 정부가 규제하겠다는 것입니다. 국방에 구멍이 뚫렸는데 애꿎은 산업, 취미활동에 화풀이하는 격입니다. 

한 번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십만 명의 젊은이가 청춘을 바치고, 연간 35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군 지휘부는 청춘의 희생과 혈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군 당국은 본질을 통찰해야 합니다. 우리가 허둥대는 모습을 북한은 이쑤시개를 쑤시며 느긋하게 즐기고 있을 겁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전략에 투철할수록 전술은 유연히 하라”고 했습니다. 우리 군의 전략은 투철한 것인지, 전술은 유연한 것인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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