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소형 전투기보다 전투력 뛰어나다
  • 김형자│과학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4.16 15: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세계 97%가 군사용 무인기 미국, 2030년까지 곤충 크기 무인기 수만 대 뿌릴 계획

최근 무인기(드론)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경기도 파주에 이어 군사 요충지인 서해 백령도 그리고 비무장지대에서 직선거리로 130여 ㎞ 떨어진 강원도 삼척에서 북한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찰용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무인기의 정체와 군사용 목적의 위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전에서 무인기가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은 1982년 레바논 전쟁 때부터다. 당시 이스라엘군의 진격로였던 베카 계곡에는 시리아군이 막강한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었는데, 이스라엘 공군은 자체 개발한 무인기 ‘스카우트(척후병)’를 베카 계곡으로 날려 보내 적의 레이더 기지 위치를 파악했고 전쟁을 일방적인 승리로 이끌었다. 이 일을 계기로 미국 등 세계 각국은 무인기 개발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은 2000년대 이후 아프가니스탄·이라크·파키스탄 등에서 벌인 대(對)테러 전쟁에 빠짐없이 무인기를 투입했고, 파키스탄에서만 3000명이 넘는 테러리스트를 무인기로 사살했다.

(왼쪽부터) 미국 공군의 드론 MQ-9리퍼. 미 해군의 무인 전투기 X-47B 한 대가 버지니아 주 해안의 조지 H.W 부시 핵항공모함 갑판에 착륙하고 있다. ⓒ AP 연합
무인기는 적진을 정찰하거나 타깃을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는 군사용으로 먼저 개발됐다. 지금은 무인기 공격 기술이 기본 군사 무기처럼 보편화된 상황이다. 아마존이 무인기를 이용한 택배 서비스 계획을 발표하면서 민간 활용이 높은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세계 무인기 시장의 97%는 군사용이고 민간용은 3%에 불과하다. 민간용은 산불·홍수·지진 같은 재난재해 감시, 항공 촬영, 농약 살포 등 다양한 목적으로 운용된다.

현재 세계의 무인기는 미국(66%)과 이스라엘(23%)이 주도하고 있다. 그 뒤를 프랑스·독일·스웨덴 등 유럽 국가가 따르고 있고, 한국·일본·중국 등이 가세하고 있다. 무인기 1등 국가인 미국에서는 무인기를 ‘드론(drone)’이라고 부른다. 수벌처럼 윙윙 소리를 내며 날아다닌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언제든 원하는 지역 정찰 가능

미국을 비롯해 이스라엘·유럽 등 무인기 선진국들이 최근 관심을 갖는 부분은 더 높은 고도를 비행할 수 있는 ‘고(高)고도 무인 정찰기’다. 지상에서 1.5㎞ 상공까지는 초저고도, 6㎞까지를 저고도, 13.7㎞까지를 중고도, 그 이상을 고고도라 한다. 보통 6~13.7㎞까지의 고도는 국제선 항공기 등이 계기판을 통해 조종하는 계기 비행을 하는 영역이다. 고고도 무인 정찰기는 이보다 높은 성층권을 비행한다. 따라서 민간 항공기와 고고도 무인 정찰기가 만나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 또 고고도 무인 정찰기가 활동하는 고도는 지상에서 발사하는 요격미사일이 잘 닿지 않는 곳이라 적군의 방해를 받지 않고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기는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무인기는 사람 대신 무선 전파가 유도하는 로봇 비행체다. 일반적으로 GPS(위성항법장치) 위성에서 받은 신호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 비행한다. 저고도 무인기 같은 작은 기종은 위성 대신 지상에서 전파를 쏘아 직접 조종한다. 하지만 고고도 대형 무인 정찰기는 멀리 떨어진 지상 통제소에서 보낸 조종 신호를 위성을 통해 전달받는다. 미리 프로그래밍한 신호를 위성에 쏘면 위성이 그 전파를 받아 무인기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어떤 형태로든 통제를 받아야 하는 무인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당연히 통제를 받지 않는 완전 자율 비행이다.

이미 하늘에서는 정찰위성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또 무인 정찰기가 필요한 것일까. 정찰위성은 평상시에는 600㎞ 고도의 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다가 목표가 정해지면 200?300㎞ 높이로 내려와 목표 지점의 영상을 촬영하고 다시 제자리로 올라간다. 하지만 항상 같은 궤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서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까지 48시간이나 걸린다. 따라서 한 곳을 24시간 감시하기가 어렵다. 반면 무인 정찰기는 언제든 특정 지역의 하늘로 날아가 일정 지점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필요한 순간에 원하는 곳의 영상 자료를 얻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공군의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Global Hawk)’는 한 번에 28시간 이상 비행하며 3000㎞의 동북아 전역을 감시할 수 있다.

오늘날 무인기의 역할은 정찰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은 레이더로도 볼 수 없는 스텔스 무인 전투기 개발에 한창이다. 정찰도 하면서 전투도 할 수 있는 무인기가 주를 이룬다는 얘기다. 미래의 하늘에서는 정말 유인 전투기와 무인 전투기의 대결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한국도 세계 7위 무인기 기술력 보유

미국은 무인기 개발의 대표 국가다. 미국은 약탈자라는 뜻의 프레데터(Predator)와 글로벌 호크 등 대형 무인기 7000여 기를 보유하고 있다. 프레데터는 이라크·보스니아 등에서 활동해온 무인기로 날씨에 상관없이 24시간 비디오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 등 최첨단 장비로 적을 관찰한다. 동시에 전차 파괴용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서운 공격기이기도 하다. 첩보위성에 버금가는 글로벌 호크는 1988년 개발돼 지금까지 가장 활발하게 정찰 활동을 하는 무인기다. 최대 시속 635㎞로 날면서 적외선 탐지 시스템으로 적을 추적해 세계 곳곳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최대 36시간까지 날면서 1분 만에 지름 1만㎞ 원 안에 있는 지역의 정보를 속속들이 알아낼 만큼 뛰어나다.

이스라엘은 미국보다 먼저 무인기를 운용한 나라다. 이스라엘 공군의 최신형 무인기로는 2007년 처음 모습을 공개한 ‘헤론(Heron)’을 꼽을 수 있다. 9㎞ 높이에서 시속 225㎞로 날아 30시간이나 정찰을 할 수 있는 중고도 무인기다. 지금까지 나온 무인기 중 가장 뛰어난 비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사일 공격 능력도 있어 웬만한 소형 전투기보다 뛰어나다. 이란이 개발한 대표적인 원격 조종 무인기는 ‘포트로스(Fotros)’다. 이 무인기는 7.6㎞ 높이에서 30시간 정찰하는 일이 가능하다. 최대 항속거리는 2000㎞. 미사일과 로켓을 장착하면 공격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한국도 지난 2011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틸트로터(tilt-rotor)’ 무인기를 개발해 세계 7위의 무인기 기술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평평한 평지보다 산이 많아 활주로를 만들기가 어렵다. 따라서 뜨고 내릴 때는 활주로 없이 헬리콥터처럼 로터(회전날개)를 수직 방향으로 올리고, 전진할 때는 로터를 내려서 프로펠러 비행기처럼 수평으로 빠르게 비행하는 장점을 가진 틸트로터 무인기가 적합하다. 틸트로터는 미국을 중심으로 지난 50여 년간 개발된 기술이다. 우리는 두 번째로 틸트로터 무인기 기술을 가진 나라다.

미래 무인기 세계의 화두는 새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초소형 무인기다. 새나 곤충 모양으로 위장한 초소형 무인기는 1990년대 초반 미국 국방부에서 군사용 개발을 목적으로 처음 연구를 시작했다.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하는 무인기 ‘검은 말벌’은 16g에 불과하다. 100g도 안 되는 초소형 무인기는 디지털 카메라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와 비슷하다. 휴대전화만 한 크기로 하늘을 날며 영상과 소리를 모아 상대방을 감시하고 수색한다. 미국은 2030년까지 곤충 크기의 무인기 수만 대를 뿌려 근접 정찰을 수행할 계획이다. 세계는 지금 초소형 무인기 연구로 뜨겁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