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주자 1위 아닌가, ‘친안 계파’ 당연히 생길 것”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4.04.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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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비서실장 문병호 의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공동대표의 선택은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 갑)이었다. 새정치연합은 4월14일 문 의원을 안 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초선 대표에 재선 비서실장”이라고 수군거렸으나, 당내에서는 “아직 당내 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안 대표가 현실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한 것 같다”는 평가가 많다. 문 의원은 민주당 시절 인천시당위원장과 국정원개혁특위 간사를 지냈고, 현재 새정치연합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맡는 등 당내 활동 영역이 넓다. 안 대표가 이런 문 의원을 통해 당내에 빨리 뿌리내리기 위해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친노(親노무현)’를 중심으로 한 구(舊)주류 진영에서는 “민주당 시절부터 ‘안바라기’의 대표적 의원이었다”며 문 의원을 비판하는 이도 있다. ‘안바라기’란 무소속 안철수 의원만 바라보는 민주당 내 일부 의원을 일컫는다. 문 의원의 비서실장 발탁을 계기로 ‘친안(親안철수)파’가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월17일 문 의원의 입장을 들어봤다.   

 

ⓒ 시사저널 이종현
안철수 대표와 사전 교감 등 친분이 있었나.

통합신당 출범 전에는 안 대표와 차 한 잔 마신 적 없다. 저쪽(친노)의 핵심 인사들은 ‘문병호가 대선 전부터 안철수를 지원하는 것 같더니, 그때부터 무슨 소통이 있었구나. 드디어 그 증거가 드러났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웃음).

비서실장 발탁 사실은 어떻게 알았나.

안 대표가 비서실장을 구하는데, 당내 기반도 없고 초선이다 보니까 비서실장은 재선급에서 구해야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얘기는 얼핏 들었다. 나는 17대 초선 때 정세균 대표 비서실장을 해봤다. 그래서 대표 비서실장이란 자리가 참 빛도 안 나면서 힘든 자리라는 점을 잘 안다. 일요일(4월13일) 저녁에 당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안철수 대표가 나를 지명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묻더라.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소 고견을 듣는 주변 분들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다들 “맡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 그러던 차에 마침 또 안 대표로부터 직접 전화가 와서 “저를 좀 도와달라”고 하시기에 바로 수락했다.

정세균 대표 시절 비서실장과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를 텐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정세균 대표 등 경륜이 많은 분이 대표를 하면 내가 할 역할이 없을 테지만, 안 대표는 당에서 낯설기 때문에 비서실장 역할이 대단히 중요할 것 같고, 또 비서실장이 하기에 따라 상당히 변화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 일요일 안 대표와의 통화에서도 비서실장 제안을 수락하면서 이런 주문을 했다. “내가 수행이나 일정 관리 이런 것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정무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안 대표가 야당 대표로서나 또 향후 대권 주자로서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고, 안 대표도 흔쾌히 동의했다.

아무튼 최근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로 안 대표가 다소 어려운 상황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자꾸 뭘 하다가 뒤로 빠지는 듯한 모습이 반복된 면은 있다. 이런 모습은 정치에서는 좋지 않다. 국민들은 되든 안 되든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무공천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추진했다가 퇴각했다는 이미지로 비춰지면서 새 정치가 다소 훼손된 측면이 있다.

새정치연합 내에 계파 부분은 분명히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특히 ‘친노’를 중심으로 한 구주류와 안 대표의 관계가 향후 원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당내 계파는 필요하다고 보고, 또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우리 당만 해도 의원이 130명인데, 계파 없이 모두 일사불란하게 한목소리로 갈 수 있겠나. 다양한 당내 목소리를 위해서도 계파는 필요하고, 계파가 해체될 수도 없다. 문제는 계파가 아니라 패권주의다. 우리 계파가 아니면 안 된다는 패권주의에 빠지면 안 된다. 경쟁과 협력이 공존해야지, 우리가 당권을 잡으면 우리가 다 독식한다는 식의 패권주의는 절대 안 된다. 과거 ‘친노’가 패권주의 식으로 당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비판을 받은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친안파’란 용어도 이미 등장했다.

물론 안철수 계파도 당연히 생길 것이다. 현재 당 대표이고 야권에서 차기 대권 주자 1위 아닌가. 내가 통합신당 출범 전부터 안철수 의원더러 자꾸 (민주당)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밖에서 보면 ‘친노’가 마치 민주당을 꽉 잡고 있는 것같이 보이지만, 실제 핵심 친노는 얼마 되지 않는다. 내가 판단하기로, 아마 당내 50% 이상은 특정 계파가 없는 중도다. 의원들은 기본적으로 차기 대권 주자에게 쏠리기 마련이고, 또 거기에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안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오면 당장 ‘친안’이라는 최대 계파를 만들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저 밖에서 보기에 ‘아, 민주당은 친노가 있으니까’ 하고 막연히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통합신당이 출범하고 안철수 의원의 지난 한 달간 대표로서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아직은 정치적으로 더 성숙해야 하고, 경륜도 더 쌓아야 한다고 본다. 순수한 면이 있다. 어제 내가 진도(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를 처음 공식 수행했는데, 가방을 들고 오셨길래 웬 가방이냐고 물으니 “오늘 저녁에 자고 내일 올지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진정성 있는 행보를 하려고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닌. 사실 정치인들은 언론에 노출하고 폼 잡는 것을 좋아하는데, 보이지 않게 뭔가 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이건 안철수 정치의 대단한 장점이다. 하지만 정치는 또 대중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이면도 봐야 한다. 내 진심만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이 내 진심을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모든 사고를 국민의 입장에서 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도울 일이 있다고 봤다.

안 대표 주변에는 과거 새정치추진위원회 관계자 등 기존 측근 그룹이 많이 포진해 있는데.

앞으로 조율해나가야 할 부분인데, 소위 측근 그룹은 내가 솔직히 잘 모른다. 내 연수원 동기인 강인철 변호사 정도만 잘 안다. 안 대표가 그동안 측근 의견에 많이 좌우된 면이 있었는데, 조직이 커질수록, 또 좀 더 큰일을 하려면 반드시 공식 라인을 통해서 모든 것이 결정돼야 한다. 물론 참모나 비선 그룹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들의 의견은 당연히 들어야 하지만, 결정은 공식 라인을 거쳐서 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소통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더라. 회의도 하고 토론도 하지만 결정은 결국 혼자 한다는 거다. 토론 단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 결정에 따르는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

당장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도 갈등이 불거지고 있고, 7월 재보선에서도 공천을 둘러싸고 계파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철수 진영’에서 5 대 5 통합 정신을 요구하며 후보를 내려고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자기 파벌 몇몇 챙기기 위해 ‘내 사람 심기’ 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엄격히 말해 현재 당내 역학 구도는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이 8 대 2 정도라고 본다. 안 대표는 이를 무리하게 자기 사람 심기를 통해 5 대 5로 맞추려 할 게 아니라, 8을 모두 자기 사람으로 껴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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