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김문수 협공, ‘친박’ 숨통 죈다
  • 서상현 매일신문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4.04.23 11: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14 전대에서 차기 당권 노릴 전망…친박계는 ‘박심 피로감’으로 위기

오는 7월14일 치러질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친박(親박근혜)’ 대 ‘비박(非박근혜)’의 물러설 수 없는 당권 투쟁의 장이다. 당내 주류인 친박 인사로는 최경환 원내대표가 타천으로 거론되기 시작했고, 비주류 ‘큰형님’ 김무성 의원은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상태다. 여기에 친박 대표 주자로 서청원 의원이 오래전 시동을 걸었는데, 최근 비박계에선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판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친박계에서 둘, 비박계에서 둘이 각각 등장하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서청원·최경환 사이에 교통정리가 되어야 친박계의 결집이 가능하고, 김무성·김문수 둘 다 나오면 비주류 대열이나 쇄신파, 중도파의 표가 갈려 당권 쟁취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오래전부터 정설로 떠돌던 서청원·김무성 의원의 당권 양강 구도가 좀 식상했는지, 요즘 여의도에선 최경환 원내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핫이슈 메이커로 떠올랐다. 최 원내대표는 ‘서청원 피로감’에 대한 대안으로 회자된다. 그의 한 측근 인사는 “서 의원의 후광을 밝혀줬던 ‘박심(朴心)’이란 것이 요즘 정체불명·출처불명이란 이야기가 있다. 즉 서 의원의 당권론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며 “아무래도 당을 이끌어가기엔 일단 나이가 많고, (정치자금법 위반 등) 이미지가 좋지 못하며, 그 주변부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말들이 퍼지면서 (의원들에게서) 설득력을 잃은 듯하다”고 전했다. 실제 최 원내대표도 공·사석에서 당권 주자 이야기가 나오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허허실실 내지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풍문을 엿들으며 정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월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서청원·이재오·김무성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왼쪽부터 시계 방향). ⓒ 연합뉴스
홍준표 후보 선출에 친박계 불편

변수는 김문수 지사의 파괴력이다. 최근 일부 보도에서는 김 지사가 6·4 지방선거로 이가 빠진 지역구를 노린 후 곧바로 7·14 전당대회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재입성에 이은 속전속결 대망론 시나리오다. 서청원이냐 김무성이냐의 양강 구도에 최 원내대표와 김 지사가 등장하면서 4강 구도가 됐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독 튀는 이가 바로 김 지사다. 새누리당 내에서 전략가로 통하는 한 인사의 분석이다.

“넷 중 김 지사만 사실상 유일한 대권 주자다. ‘MS(김무성) 대망론’도 있지만 그간 (대선을) 준비해온 것이나 인지도, 살아온 스토리 등을 다 고려해봤을 때 MS는 김 지사보다 한 발짝 늦거나 좀 처진다. ‘김문수 당권론’이 영 소설이지만은 않은 것이, 김 지사는 경기도지사 경험에다 고향이 TK(경북 영천)란 강점이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가 아주 선전한 데는 다른 당권 주자들과는 차별화된 이미지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지사의 당 대표 출마설은 당 안팎의 이런저런 분위기가 우호적이기 때문에 더욱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일단 일반 국민 여론에서는 친박인지 비박인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정몽준 의원, 경기도지사 후보 남경필 의원, 이미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된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나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은 모두 ‘비박’ 인사들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기관의 여권 당권 주자나 차기 대권 주자 적합도 등의 조사에서 김 지사 이름이 상위에 랭크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보인다. 대중성이 계파 색채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김 지사 측에선 친박계가 전폭적으로 민 것으로 알려진 김황식 서울시장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추격하는 일이 버거워 보인다는 데 큰 의미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김 지사 때문만은 아니다. 4월15일 경남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반영된 당심(黨心)에 ‘반(反)친박’ 정서가 녹아 있다는 데 친박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홍준표 지사가 친박계의 노골적인 협공과 지역 국회의원의 비토 분위기 속에서도 당당하게 지사 후보로 선출되면서 협공에 나선 친박계가 아연실색했다는 후문이다. 여의도를 떠다니는 정보지에는 경남도지사 후보로 박완수 전 창원시장을 민 친박계 일부가 홍 지사로 결정되는 결과가 나오자 ‘X 씹은 표정을 지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홍준표의 개인 능력이다. 개인의 인지도가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누른 것”이라며 “경남도지사 경선은 당심이 더는 일차원적이지 않고 비선형(非線型)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밑바닥 당원의 생각이나 대의원 마음이 친박계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 국회의원 입김으로 예전처럼 줄 세우기가 불가능해지고 있는 기류가 엿보인다는 얘기다. ‘친박의 위기’로까지 읽히는 최근의 여권 상황에는 두 가지가 녹아 있다고 한다.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남경필 예비후보와 맞붙게 된 정병국 예비후보(왼쪽)가 4월8일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김황식 당 대표 출마설도 나돌아

첫째가 ‘박심 피로감’이다.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장관이 인천시장 후보로 차출(?)되는 듯한 모습에서 정치권은 박심을 읽었다. 정갑윤 의원이 울산시장 출마를 접었을 때도, 서상기 의원이 막판에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을 때도 박심 논란이 일었다.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근혜’ 하면 일치단결해 바람 부는 대로 움직였던 당원과 대의원들이 요즘엔 ‘박심’에도 대동단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권력으로서의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미래 권력으로 군림할 때보다 정치적 무게가 덜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체불명·출처불명의 박심에 대한 의심이다. ‘이것이 박심이오’라고 했을 때 검증할 방법이 없다. 또 너도나도 박심 운운하는 통에 ‘정설로서의’ 박심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피어오른다. 여의도 정가에선 “이번 지방선거에는 박근혜 마케팅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박근혜 후광 효과를 기대한 친박계 후보가 코너에 몰려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거기다 오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쟁취 변수는 다른 데에도 있다. 하나는 ‘김황식’ 변수다. 여권 일각과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김황식 후보가 만약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패할 경우, 전당대회에서 ‘임기 1년의 당 대표’로 추대될 것이란 말이 떠돈다. 김 후보로서도 집권 여당의 당 대표를 맡는다면 그 경력에 나쁠 것이 없을 것이란 말이 있다. 다른 하나는 ‘1인1표제’ 도입 여부다. 1인1표제가 시행되면 당내 친박과 비박 간 권력 분포 지형이 그대로 표출돼 새로운 계파가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