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세론’이냐, 김황식 ‘굿바이 역전 히트’냐
  •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
  • 승인 2014.04.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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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 공고해져…‘당심’이 마지막 변수

지난해 말, 여야를 막론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초강세를 기록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박 시장의 서울시장 재선은 당연한 듯 보였다. 그러자 정몽준 의원 차출설이 나왔다. 하지만 정 의원은 1월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내가 직접 후보가 되는 것보다, 능력 있고 자격 있는 후보들을 돕는 것이 내 역할이 아닌가 한다”며 출마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렇지만 정 의원을 향한 새누리당의 러브콜이 계속됐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정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것으로 본다.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으로 서울시장에 나와야 한다”고 압박했고, 김재원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차출이 아니라 징발할 수도 있다”고까지 강도를 높였다.

김황식, 2월 한 달 외유가 결정적 실책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몽준 예비후보가 4월3일 열린 김황식 예비후보의 ‘서울시장 탈환을 위한 출정식’에 참석해 김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정몽준 의원이 포함된 서울시장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는 1월 중순부터 발표되기 시작했다. CBS의 1월22일 여론조사(유·무선 전화 면접 700명, 임의 번호 걸기 방식,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7%포인트) 여야 다자 구도에서 정몽준 의원은 10.4%로, 1위 박원순 시장(35.9%)과 큰 격차를 나타냈다. 3위 김황식 전 국무총리(8.0%)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여야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도 박원순 51.9%-정몽준 31.3%로 격차가 20%포인트가량 됐다. ‘차출’이나 ‘징발’이 필요한 후보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정 의원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건 다름 아닌 김 전 총리의 미국 출국이었다. 지지율이 상승하던 김 전 총리는 2월14일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고, 그사이 정 의원의 약진이 시작됐다. 결과론이지만 김 전 총리 캠프 입장에서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1개월간의 외유가 결정적 실책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 전 총리 출국 직후인 2월15일, 한국경제가 실시한 여론조사(유·무선 전화 면접 1000명, 임의 번호 걸기 방식, 신뢰 수준 95%, 오차 범위 ±3.1%) 결과, 정 의원은 ‘안철수 신당’ 후보를 포함한 3자 간 가상 대결에서 36.1%의 지지율로 박 시장(38%)을 1.9%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신당’ 후보가 포함된 구도이긴 했지만, 박 시장과 정 의원의 가상 대결 격차가 오차 범위 내로 좁혀진 것이다.

그로부터 10일이 지난 2월25일, 정 의원이 처음으로 박원순 시장을 앞서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MBC가 실시한 ‘안철수 신당’ 후보 포함 3자 대결 조사(유·무선 전화 면접 700명, 임의 걸기 방식, 95% 신뢰 수준, ±3.7%포인트)에서 정 의원은 41.3%의 지지율로, 박 시장(35.0%)을 6.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총리가 없는 경기장에서 혼자 종횡무진했다. 정 의원은 결국 2월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 직후, “이번 주 일요일(3월2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겠다. 이제 고민 끝 행복 시작”이라며 서울시장 당선에 자신감을 피력했고, 3월2일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정몽준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그날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을 예고한 날이었다.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합당을 발표한 날이었는데, 다분히 박원순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정몽준 의원을 겨냥한 택일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때문에 정 의원 출마 선언 소식은 그날 뉴스에서 상당 부분 묻혀버렸다. 하지만 상승세를 탄 정 의원의 지지율을 꺾지는 못했다. 더욱이 정 의원은 리얼미터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3월10~1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 유·무선 RDD 자동 응답 방식,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포인트)에서 18.8%로 1위를 기록해 2위 안철수 의원(17.1%)보다 1.7%포인트 높게 나왔다. 서울시장이 되면 유력 차기 대권 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정 의원의 대선 주자 1위가 던져준 의미는 제법 컸다.

TV토론 이후에도 지지율 변화 감지 안 돼

3월14일. 김황식 전 총리가 한 달 만에 귀국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같은 당 정몽준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 적절한 출마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 있다. 출마는 늦었지만 역전 굿바이 히트를 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의 귀국 이후, 그가 말한 대로 지지율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한 달가량 외국에 체류하면서 증발한 지지율을 만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경제가 김 전 총리의 입국 직후인 3월14~16일 실시한 여론조사(조사 규모 600명, 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4.0%포인트) 결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정몽준 의원 36.3%, 김황식 전 총리 19.7%로 3월5~7일 조사(정몽준 44.3%, 김황식 17.6%)보다 두 사람 간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발표된 국민일보의 3월17일 여론조사(조사 규모 1000명,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서 정 의원과 김 전 총리를 모두 알고 있다고 응답한 인지층을 대상으로 한 새누리당 후보 적합도 결과 정 의원 39.7%, 김 전 총리 38.4%로 오차 범위 내인 1.3%포인트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전 총리가 인지도를 끌어올릴 경우 정 의원과의 지지율 차이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후 김 전 총리의 상승세는 주춤해졌다. 김 전 총리 스스로 김기춘 실장과의 통화 사실을 밝히면서 ‘박심(朴心)’ 논란을 자초했고, 이혜훈 후보의 컷오프 여부를 두고 경선 일정까지 취소하고 칩거하며 강경 대응을 했지만 오히려 지지율은 상승하지 못하고 정 의원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결과들이 소개됐다.

‘정몽준 대세론’ ‘총리 징크스론’이 그때부터 회자되기 시작했다. 1차 TV토론을 앞둔 4월8일 정몽준 의원 측은 “대세론이 무너질 일 없다”고 주장한 반면, 김황식 전 총리 측은 “TV토론이 김 전 총리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TV토론 이후 지지율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고, 이후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해 선거운동과 여론조사 등이 잠정 중단됐다.

결국 김 전 총리가 기댈 언덕은 당심(黨心)밖에 없어 보인다. 남은 기간 당심을 얻어 굿바이 히트를 칠 가능성도 있지만, 경기 종반부로 가는 상황에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는 생물이기에, 진짜 역전이 가능할지 아니면 이대로 승부가 끝날지 여부는 김 전 총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과연 김황식은 정몽준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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