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고 싶은 내 얼굴, 이젠 잊어줘
  • 김중태│IT문화원 원장 ()
  • 승인 2014.04.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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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폐쇄 서비스 급부상 개인정보 유출 대란이 만든 신풍속도

금융기관의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개인정보 유출 방지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정보 수집과 관련한 논란이 세계를 들쑤셨다. 수시로 터지는 각종 개인정보 유출과 보안 관련 사건은 개인정보 및 기관의 보안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켰고 사람들의 불안감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욕구로 전이되고 있다. 잊혀질 권리, 폐쇄형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내세우는 서비스 등 새로운 산업군이 등장하고 있는 배경이다. 온라인에 떠도는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걸러내기 위한 ‘트러스트 서비스’도 점차 새로운 산업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혜성처럼 떠오른 ‘스냅챗’도 사람들의 사생활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면서 성장한 회사다. 스냅챗은 페이스북이 제시한 10억 달러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페이스북이 30억 달러로 올려서 인수 제안을 다시 했지만 또 거절했다. 중국의 텐센트는 스냅챗에 40억 달러를 주겠다고 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신생 벤처가 4조원이 넘는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은 그만큼 스냅챗이 자신의 성장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개인정보 유출 불안 업고 급부상

스냅챗은 미국의 10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메신저 서비스로,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2011년에 설립된 스냅챗은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한 몇 초 뒤에는 자동 삭제되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하루 3억5000만건의 메시지나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내가 올린 사진이 몇 초 뒤에 삭제되는 기능은 사람들이 SNS에 요구했던 ‘잊혀질 권리’다. 파티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있다고 말하면 친구들이 믿지 않으니 인증샷을 보내서 친구들에게 확인시켜주고 싶지만 내가 예쁘지 않게 나온 인증샷이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것이 싫은 10대들에게 몇 초 뒤에 자동으로 삭제되는 스냅챗의 기능은 큰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냅챗이 10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페이스북에선 10대층의 이탈이 가속화됐고 페이스북 CFO가 10대층의 페이스북 이탈률이 상승한다고 말하자마자 순식간에 빠져나간 주가만 180억 달러일 정도로 10대층의 확보 여부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30억 달러를 제안하면서 10대에게 인기 있는 스냅챗을 인수하려 한 것이다.

비트토렌트챗도 주목받는 서비스다. P2P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비트토렌트(BitTorrent)에서는 P2P 형식의 메신저인 비트토렌트챗(BitTorrent Chat)을 개발하고 있다. 비트토렌트챗의 특징은 서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화가 끝나면 대화 내용이 모두 지워지며 어떤 서버에도 저장되지 않는다. 또한 암호화된 키를 교환해야 대화가 시작되는 등 보안에도 신경을 썼다. 이런 새로운 유형의 메신저가 주목받는 이유는 NSA의 정보 탈취 논란에 불안을 느낀 사용자들 사이에 자신의 대화 내용 유출을 막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정보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믿을 만한 정보만을 유통시키고자 하는 욕망도 점차 커지고 있다. 큐레이션이 이러한 욕구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만 정확하게 선별해주거나 해당 정보가 진실인지 여부를 알려준다. 과거와 다른 점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컴퓨터가 선별해주거나 소셜 큐레이션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냅챗이 잊혀질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온 앱이라면 국내 벤처가 만든 사진 앱인 ‘두팔’은 진실(trust)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온 앱이다. 두팔 앱의 ‘무보정샷’은 즉석에서 촬영한 사진만 보낼 수 있는 기능으로 남의 사진을 도용하거나 포토샵 등으로 보정한 사진을 보내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델 에이전시에서 모델 지원용 사진을 받고 면접을 보면 과도한 보정으로 인해 실물과 완전히 다른 사람을 대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팔의 무보정샷으로 사진을 받는다면 이렇게 보정된 사진의 제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서비스가 보여준 것처럼 사람들은 개인정보가 온라인으로 퍼지거나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스냅챗·두팔과 같은 서비스가 등장했으며 최근에는 폐쇄형 SNS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패스(Path)’가 폐쇄형 SNS로 주목받고 있다. 2010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패스는 친구 수를 150명으로 제한함으로써 자신이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을 막고 있다. 한국에서는 밴드가 폐쇄형 SNS의 선두 주자로 성장하고 있다. 밴드는 한국의 네이버에서 만든 서비스로, 모르는 사람과 친구를 맺고 정보를 주고받는 페이스북과 달리 지인하고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폐쇄형 SNS다.

미국 10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스냅챗’ 애플리케이션.
밴드는 2012년 8월에 앱을 출시했는데 출시 1년 만에 약 1500만 내려받기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13년 8월을 기준으로 밴드의 월간 앱 구동 수가 15억회에 달하고 있어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밴드를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밴드는 검색 기능도 없으며, 아는 사람의 초대가 있어야만 가입이 가능한 지인형 SNS로, 일단 가입이 되면 일정표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이와 유사한 서비스로 SK컴즈가 내놓은 ‘데이비’, 카카오톡이 내놓은 ‘카카오그룹’ 등이 있는데 이들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진실을 알고 싶은 욕망, 산업으로 성장

폐쇄형 SNS의 특징은 모임 구성원 수가 적다는 점이다. 밴드의 경우 1000명까지도 가입이 가능하지만, 1개 모임의 평균 멤버 수는 8.2명에 불과하다. 아주 가까운 지인 몇 명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아예 가족만 사용할 수 있는 폐쇄형 SNS인 패밀리리프(Family Leaf)가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단 두 사람만을 위한 커플 앱도 등장했다. 국내 벤처인 VCNC가 만든 ‘비트윈’이라는 앱은 연인끼리만 사용하는 커플용 SNS다. 이 앱은 둘만의 메신저 기능은 물론이고 둘만의 사진 앨범, 둘의 일정 공유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2011년 11월에 출시된 비트윈은 500만 내려받기가 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커플 앱 서비스로 성장 중이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40억원의 투자 유치 성공 등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만든 서비스지만 한국 이용자는 60%이며, 일본(11%)·동남아(10%)·중국(8%)·미국(4%) 등 해외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비트윈과 같은 커플 앱도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노출하거나 공유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나온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다.

초기 인터넷 시절에는 온라인을 통해 많은 정보가 공유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서비스였다. 하지만 정보가 범람하는 지금은 내가 원하지 않는 정보의 유통을 막고 싶어 하고 내게 필요한 정보 혹은 진실된 정보만 공유하기를 원하고 있다. 잊혀질 권리, 진실의 공유라는 사람들의 욕구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진실과 보안, 폐쇄형 SNS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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