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TV를 진짜 ‘바보상자’ 만들었다
  • 김원식│뉴욕 통신원 ()
  • 승인 2014.04.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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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터넷 광고 시장 428억 달러…지상파와 케이블 앞질러

“인터넷 광고 시장 규모가 지상파 TV 시장을 앞지른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것은 100%가 넘는 상승률을 보인 모바일 시장의 급성장을 반영하고 있으며, 작은 디지털 스크린이 그만큼 소비자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난 4월10일 미국 인터넷광고협회(IAB) 랜달 로텐버그 대표가 2013년 처음으로 인터넷 광고 시장 규모가 지상파 TV를 앞질렀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지난해 인터넷 광고 시장 규모는 전년(2012년) 대비 17%나 증가한 428억 달러(약 44조5000억원)를 기록해 단일 규모로는 최고의 광고 시장으로 등극했다. 2위를 차지한 지상파 TV 광고 시장(401억 달러)과 3위를 자치한 케이블TV 광고 시장(344억 달러)을 처음으로 제쳤다. 신문(180억 달러)과 라디오(167억 달러)를 합친 시장보다 월등한 성장세를 보였다.

인터넷 광고 시장은 경기 침체기였던 2008년에만 소폭 하락했을 뿐, 이후 2009년부터 다시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인터넷 광고 시장 급성장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장 확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과거 데스크톱 컴퓨터를 통해 집에서만 인터넷으로 접속하던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했다는 얘기다.

미국 광고 시장에서 달러가 점점 TV에서 인터넷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 Reuters
지상파와 케이블 합치면 TV가 1위 반론도

실제 올해 초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Pew Research)’ 센터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내 성인 3분의 2 이상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광고 수입이 급증한 데는 페이스북·구글·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모바일 비중을 늘리며 광고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들 사이트의 광고 수입 규모는 2012년 34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71억 달러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결국 사용자가 몰리는 곳에 광고, 즉 돈이 몰린다는 사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광고 시장의 변화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TV의 등장 이래 ‘바보상자’라고 불릴 정도로 일반 시민의 삶을 압도하던 TV의 시대가 점점 저물어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른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과 모바일 기기들의 급성장에도 TV는 변하지 않는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TV 대세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역설적으로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 시장이 단일 규모로 최고를 차지했지만, 이는 TV 시장을 ‘지상파’와 ‘케이블’로 나누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위를 차지한 지상파 TV의 광고 시장과 케이블TV 광고 시장을 합치면 745억 달러로 아직까지 대세는 TV 광고 시장이라는 것이다. 지난 2월에 발표된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 닐슨(nielsen)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가 월평균 185시간을 TV 시청에 사용하는 반면, 온라인에는 27시간, 모바일 기기에는 34시간을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TV가 소비자들의 삶을 좌우하는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인터넷과 모바일 확산에도, 2012년 179시간이던 월평균 TV 시청 시간이 지난해에는 6시간이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기존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모바일 기기로 바뀌면서 온라인 시장의 규모가 다소 커지는 추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 TV 시장을 압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TV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인터넷 속도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 발전으로 집집이 배치되어 있는 거추장스러운 ‘바보상자’는 점점 설 땅을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TV 역시 결국 인터넷과 연결되고 온라인화되면서 기존의 지상파나 케이블TV의 입지는 줄어들 것으로 이들은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도 웹TV 등으로 변화 꾀해

인터넷 광고 시장의 급성장은 미국에만 한정된 현상이 아니다. 인터넷 강국으로 알려진 한국에서도 2012년부터 인터넷 광고 시장이 지상파 TV 광고 시장을 제치기 시작했다. 특히 모바일 광고 시장은 지난해에 4160억원 규모로 전년(2012년 2159억원)보다 93%나 증가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세기,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든 또 하나의 창조물인 인터넷에서 뉴스는 물론 사회적 소통과 쇼핑 등 모든 일상생활을 영위해가고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광고와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야후(Yahoo) 등의 부진에서 보여지듯 온라인 시장의 미래가 온통 장밋빛으로만 물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른바 ‘웹(Web)TV’ 분야에 투자를 늘리면서 공격적인 경영을 시도하고 있는 이유도 역설적으로 TV의 위력을 증명해주고 있다. 야후는 미국 ABC 방송의 유명 뉴스 앵커인 카티 코릭을 스카우트해가며 자체적인 야후뉴스 서비스를 웹TV 형태로 제공하는 등 기존 TV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아마존닷컴 등 거대 업체들도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웹TV 형태로 서비스하는 등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웹TV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유명 음료업체인 ‘레드불(Red Bull)’ 등은 지난해 지상파 TV 광고가 아니라 웹TV 등 온라인 프로그램에 대한 후원과 광고로 매출이 급증하는 등 짭짤한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은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소비자를 따라다닌다는 돈은 앞으로 과연 어디로 흘러 들어갈까. 미국 광고 시장의 판세 변화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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