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여성성 상실, 걱정 안 해도 된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4.04.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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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조직으로 유방 복원… 인공 보형물보다 만족도 커

유방암 확진을 받은 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유방 제거로 인한 여성성 상실감이다. 어떤 여성에게 이는 죽음보다 치명적이다. 암을 치료하고도 환자는 삶의 의욕을 느끼지 못한 채 남은 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30대 후반에 암을 발견하고 유방암 수술을 받은 임은미씨(47)는 “여자에게 가슴이 없다면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며 “나는 유방을 재건하는 수술을 받아 과거와 변함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다. 과거에는 암을 제거하기 위해 유방 전체를 잘라냈다. 암의 크기가 작아도 재발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그렇게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자의 삶을 고려한 치료법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방암 수술에도 변화가 생겼다. 암의 크기, 위치, 진행 정도에 따라 유방의 일부분만 제거하는 방법이 나왔다. 암의 크기가 유방에 비해 작고, 그 위치가 유두와 1cm 이상 떨어져 있다면, 유방 안쪽에 있는 암 조직만 제거하고 유두와 유방 피부 등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또 과거에는 가슴에 큰 수술 흉터를 남겼지만 최소 절개로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 방법도 고안됐고, 심지어 겨드랑이를 통해 유방의 암을 제거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유방을 최대한 보존하는 쪽으로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유방 전체를 제거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암이 유방보다 크거나 유두에 가까이 있거나 유방 여러 곳에 다발적으로 생겼다면 유방을 보존하기가 쉽지 않다. 유방암은 겨드랑이에 있는 림프절로 잘 이동하는데, 암이 주변 림프절로 전이한 경우라면 암은 물론 림프절도 떼어낸다. 유방 전체를 제거할 경우, 유방을 다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또 일부분만 제거했더라도 유방 모양이 변형되는 경우가 있어 유방 재건 수술은 거의 모든 유방암 수술 환자에게 필수적인 절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용뿐만 아니라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되찾게 해줄 목적에서다. 이런 배경으로 유방 재건 수술이 유방암 수술의 일부가 되는 추세다.

ⓒ 시사저널 박은숙
자가 보형물 유방 재건술 효과 커

새로운 유방을 만들기 위해 인공 보형물을 개발했고 현재도 널리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인공 보형물은 어디까지나 이물질이어서 모양과 촉감이 자신의 유방만큼 자연스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 암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인공 보형물에 변형이 생기기도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자가 보형물이다. 환자 자신의 조직을 이용하므로 기존 유방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다. 유방 주변을 5cm로 작게 절개한 후 피부와 유두를 보존한 채 유방암만 제거한다. 만일 암이 유방보다 큰 경우라면 수술 전에 항암제를 사용해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한다. 암세포를 제거한 뒤 환자의 복부 근육과 지방 조직을 떼어내 유방을 만든다. 그러나 현미경을 이용할 정도로 고난도 수술인 데다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또 요즘은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환자는 10명 중 4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자기 조직을 이용해 유방 재건술을 받는 환자는 20~30% 남짓이다.

임우성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외과 교수는 “유방 재건 수술을 받는 환자가 많지 않아서 이 수술을 배우려는 의사도 적다”며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는 몇몇 대학병원에서만 이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콩 성분, 유방암 예방에 효과

서양에서는 주로 50~60대 여성에게서 유방암이 많이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이보다 젊은 40~50대에서 발병률이 높다. 심지어 20~30대 젊은 여성 환자도 서양에 비해 많은 편이다.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연령대별로 진단하는 것이 첫 번째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30대 여성은 매월 스스로 유방을 만져보면서 살피면 되고, 40세 이후부터는 2년마다 유방 촬영이나 의사의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다. 또 나이와 상관없이 유방에 예전과 다른 증상이 생기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방암을 일으키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여성호르몬(에스크로겐)이다. 여성호르몬은 여성성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유관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탓에 유방암 발병 확률을 높인다. 그렇다고 해서 에스트로겐이 직접적으로 암을 유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초경이 이르고 폐경이 늦으면 여성호르몬에 많이 노출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유전, 환경, 늦은 출산과 저출산, 모유 수유의 감소, 비만, 방사선 노출, 음주, 연령 등도 유방암의 원인이다.

여성호르몬 작용을 억제하는 데는 운동이 좋다. 일주일에 격렬한 운동을 300분 이상 하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18.9% 감소하며, 또 다른 여성호르몬(프로게스테론)도 23.7%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폐경 후 여성들이 일주일에 3회 이상, 1회 평균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유방암 발생 위험을 50%나 줄인다는 보고도 있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 좋다. 운동 강도는 숨이 차기 시작하지만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 등에 땀이 조금 나는 정도가 적당하다.

유방암 예방에는 적정 체중 유지가 우선이다. 많은 연구를 통해 비만이 유방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콩이 유방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콩 속 성분(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여성호르몬으로 유방암을 일으키는 여성호르몬을 조절해 암 예방 효과를 낸다. 중국 쑤저우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콩 음식과 유방암 발생률을 여러 논문을 통해 추적 조사한 결과 콩을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방암 발생률이 0.75배 적었다. 특히 이소플라본은 20% 정도의 유방암 감소 효과를 보였다.

고지방식은 피해야 하지만 육류를 전혀 먹지 않는 습관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고기 중에서 기름이 많은 부위보다는 살코기 위주로 찜이나 조림 형태로 먹는 것이 좋다. 또 음식을 조리할 때는 동물성 기름보다 올리브유·들기름 등 식물성 기름으로 조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 올리브유는 유방암 세포의 공격성을 감소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술은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므로 유방암 재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여성이 유방에 통증을 느껴서야 병원을 찾는다. 혹시 암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지만 유방암은 대부분 통증이 없다. 통증보다는 손으로 만져지는 멍울이나 유두 분비물 등과 같은 증상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증상이 없는 통증이라면 유방암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유방암을 발견하는 초기 증상의 대부분은 갑작스럽게 가슴에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다. 유방 위쪽에 대부분 발생하며 겨드랑이에도 생길 수 있다.

유두 분비물도 살펴볼 일이다. 맑은 물이나 우윳빛이 아니라 핏빛이나 진물 같은 분비물이 나올 수 있다. 길원호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유방암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전체의 30% 이내이고, 이마저도 종양이 많이 커져서 주변 신경, 근막, 피부 등에 자극을 줄 정도로 진행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자가 보형물을 이용한 유방 재건 수술을 권하는 임우성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외과 교수를 만나 이 수술에 대해  들어봤다.

유방을 보존하는 유방암 환자는 얼마나 되나.

현재 유방암 환자의 60%는 유방을 보존한다. 정기 검진으로 조기에 암을 발견하므로 암 크기가 작아서 가능한 일이다. 유방을 보존하기 위해 수술 후에 하던 항암 치료를 수술 전에 많이 하게 됐다. 항암제로 암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하면 유방을 보존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유방을 제거한 후 유방 재건을 원하지 않는 환자도 있나.

유방 재건 수술은 아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일반 성형수술처럼 미용 목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방 재건은 유방암 치료의 일부라서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로 환자의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유방 재건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유방을 재건하면 혹시 환자의 생존율이 떨어지거나 암 재발률이 높아지지는 않는가.

유방을 제거했을 때와 유방을 제거한 후 재건했을 때를 비교하면 생존율이나 재발률에서 차이가 없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유방을 재건하는 편이 환자에게 이익이다.

자가 보형물을 이용한 수술이 까다롭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자가 보형물을 이용한 유방 재건술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작은 혈관을 자르지 않은 상태의 복부 지방을 그대로 유방으로 옮겨오는 방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그 혈관들을 자른 복부 지방을 유방으로 옮겨와 유방에 있는 혈관과 연결하는 것이다. 혈관이 없으면 혈류 부족으로 지방이 죽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혈관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는 유방을 눌러야 유방 촬영이 가능해 환자가 고통스러운데, 유방암 진단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나.

현재 초음파 검사와 유방 촬영이 주된 진단법이다. 이런 영상진단은 해상도가 좌우하는데 초음파 진단기의 해상도가 많이 높아졌다. 고해상도에 3D로 촬영하는 촬영기(토모신세시스)가 나와서 작은 암도 찾아낸다. 앞으로는 유두 분비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해서 암세포를 찾아내는 진단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부 밝혀진 유전자가 있지만 그 외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암 발생을 예측하는 단계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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