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심하게 기울어 화물 내리기 힘들었다”
  • 이규대·조유빈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4.04.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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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항운 하역 담당자 등이 직접 겪은 세월호의 실상

무엇이 세월호를 침몰시킨 것일까. 이토록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 단초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향후 유사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기되는 질문이다. 세월호 침몰이 불가항력의 요인으로 유발된 재난이 아닌, 해운 산업 및 사회 전반의 구조로부터 잉태된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고위험 시스템은 사고 발생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특별한 속성을 지닌다.” 찰스 페로(Charles Perrow) 미국 예일 대학 사회학 교수가 쓴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에 나오는 단언이다. 1984년 출간된 이 책은 최근 100여 년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주요 대형 사고들을 사례 중심으로 연구한 결과물로, 각종 사고 연구의 필독서로 꼽힌다. 그 말 그대로였다. 연안 해운업계 사정에 밝은 다수 실무자와 접촉해본 결과, 세월호 침몰은 업계 특유의 ‘고위험 시스템’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사고에 가까웠다.

항운업계 실무자들은 세월호 사고가 예고된 재앙이었다고 말한다. ⓒ 해양경찰청 제공
‘경제적 효율성’ 압박에 ‘사고 위험’ 뒷전

페로 교수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실수와 오류가 다수 중첩되며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정상 사고(Normal Accident)’ 이론이다. 대형 사고는 우연히 돌출하는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상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탄생하는 ‘정상’적인 사건이라는 것이다. 특히 해상 사고에 대한 그의 분석에서는 ‘생산 압력’이라는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페로 교수는 “선장의 능력은 일정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따라서 빡빡한 일정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선박은 떠다니는 자본이고, 해운 산업의 이익 추구 활동은 발전 산업의 이익 추구 활동처럼 규제를 받지 않는다. 모든 현대의 산업 활동과 마찬가지로 해상운송도 돈을 계속 불려야 불어난다”고 지적했다.

페로 교수는 역사적으로 선박 안전과 관련되는 장비들이 크게 개선돼왔음에도 이것이 충돌 및 좌초 사고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에 주목한다. 그 이유를 ‘경제적 효율성’에 대한 업계 시스템 차원의 압박에서 찾는다. 이것이 선사와 선장으로 하여금 크든 작든 위험을 감수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1974년 미국 국가연구위원회 조사단이 해운업계에서 일하는 3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서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무려 99.6%가 ‘배에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항해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40년 전 자료지만, 이는 2014년 현재 한국의 연안 해운 환경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현재 화물선에서 일등항해사로 근무 중인 정 아무개씨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도 배 운항을 평가하는 체계가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시성(定時性)이다. 배 운항 평가 체계에서 낮은 등급을 받으면 회사의 등급이 떨어지고 운항 수입률이 떨어질 수 있다. 내가 일하는 화물선의 경우 ‘부두 사용료’까지 지급하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다.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씨에 따르면 최근 여객선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유류비 상승, 여객 수요 감소로 위기를 맞자 화물을 최대로 선적해 수익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선사 입장에서는 운임을 인상할 수 없다. 최근 저가 항공이 늘어나면서, 가격까지 높이면 수요가 더욱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물 운송에서 수입을 확보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청해진해운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해본 결과, 그러한 추세가 뚜렷했다. 2011년 청해진해운의 경영은 결정적인 위기를 맞는다. 2010년 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나 2011년에는 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여객 수입이 160여 억원에서 120여 억원으로 감소한 데 반해, 유류비는 96여 억원에서 113억원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손님은 급감하고 비용은 급증한 셈이다. 이후 여객 수입은 110억~120억원 수준으로 정체된다. 유류비는 2013년 150억원 수준까지 치솟는다. 이에 대해 청해진해운은 화물 운송 수익을 확보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2010년 120억원 수준이던 화물 수입이 2013년 190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약 50억원이 뛰었다. 화물 운송을 통한 수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하역 목록엔 항상 무게 줄여서 표기

페로 교수의 ‘생산 압력’ 분석과 최근 해운업계 전반의 사정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무리한 화물 과적이 세월호 침몰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배가 급격하게 기울며 침몰하게 된 정황을 놓고 볼 때, 세월호의 복원성(수면에 똑바로 서 있던 배가 외부 힘 때문에 기울어졌을 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려는 성질)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화약이 자욱한 공간에서 불꽃이 발생하면 폭발로 이어지듯, 세월호는 침몰에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4월2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는 복원성을 상실할 정도로 화물을 과적(過積)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선급이 2013년 1월24일 실시한 ‘세월호 선박 복원성 검사 결과’ 자료다. 이에 따르면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구조 변경을 승인하면서 ‘화물량은 구조 변경 전 2437톤에서 987톤으로, 여객은 88톤에서 83톤으로 축소해야 복원성이 유지된다’고 전제했다.

청해진해운 측은 사건 발생 직후 “중량 톤수(3963톤)보다 적은 3608톤을 실어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선박복원성 측면에서 보면 적정 무게보다 3배나 많은 화물을 적재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한국해운조합은 “4월15일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서 화물 657톤, 차량 150대가 축소 보고됐다”고 밝혔다. 결국 복원성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수준을 훨씬 넘어선 화물이 세월호에 적재됐던 것이다.

시사저널은 이러한 과적 및 축소 보고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제주항의 항운하역 노동자인 고 아무개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역 노동자들은 무게를 기준으로 하역비를 산정해 지급받는다. 그런데 하역 목록상에서 화물의 무게가 실제보다 항상 적었다. 부산-제주 라인이나 목포-제주 라인은 그렇지 않았는데 인천-제주 라인만 그랬다. 이 때문에 우리들 사이에서는 행정 당국 등과의 유착 관계를 강하게 의심하는 등 불만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화물선 일등항해사 정씨는 “계측 시설이 있어 (선박) 내부에서 무게를 확인하도록 돼 있지만, (일반적으로) 적는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씨는 세월호의 ‘안전 불감증’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여러 정황을 증언했다. 이 밖에도 청해진해운 측의 선박 관리는 ‘기본’이 안 돼 있었다는 것이 현장 실무자들의 주된 평가다. 제주항에서 하역 장비 기사로 일하는 김 아무개씨는 “(청해진해운의) 세월호와 오하나마호는 특히 열악하고 불량한 환경으로 유명했다. 먼지들이 너무 많고 눈이 따가울 정도로 매연이 발생했다. 선내에서 작업하고 나온 이들 사이에서 ‘(일하고 나면) 죽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결국 세월호 침몰은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는 업계 특유의 구조에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안이한 안전 의식이 결합돼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페로 교수가 지적하듯, 문제의 뿌리에는 ‘경제적 효율성’에 대한 압박이 있다. 이것이 ‘안전’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사고 재발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인 셈이다. 업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참사는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원인이 지속적으로 누적돼 탄생한, 우리 손으로 만든 ‘괴물’이다. 

 

“짐 묶을 기본적인 장치도 없었다”  
세월호 담당한 제주항 항운하역 노동자 고 아무개씨 인터뷰


고 아무개씨는 10년여 동안 제주항에서 하역 노동자로 일해온 인물이다. 2013년 초 운항을 시작한 세월호는 이틀에 한 번꼴로 인천과 제주를 오갔다. 고씨는 세월호가 인천항에서 싣고 온 화물을 제주항에 내리고, 인천항으로 떠나는 세월호에 짐을 싣는 일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하역 과정에서 경험한 세월호의 문제는 무엇이었나.

작업할 때 배의 균형이 심각하게 맞지 않았다. 일단 세월호가 제주항에 도착하면, 배의 오른쪽을 항구에 댄다. 배 우현 쪽 짐부터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배의 오른쪽이 가벼워지면 배가 왼쪽으로 너무 심하게 기울었다. 더 이상 짐을 빼낼 수가 없을 정도로 기울어서, 지게차로 (좌현의 짐을 우현으로 일부) 옮기고서야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제주에서 인천으로 떠나는 세월호에 화물을 실을 때는 어땠나.

선수 위쪽에 화물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지 않나. 가로 4열에 세로 7행이다. 짐을 실을 때는 내릴 때와는 반대로 바다 쪽, 즉 좌현부터 싣는다. 그런데 1열씩 좌부터 우까지 짐을 맞춰 싣지 않으면 안 됐다. 좌현 쪽에 조금만 무게가 실리면 배가 심하게 기울어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선사의 여객선과 비교할 때 세월호가 심각한 수준이었나.

제주항을 드나드는 배 중에서는 (그 정도로 심한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인천과 제주 사이를 운항하는 청해진해운 배가 두 척이다. 세월호와 오하나마호다. ‘쌍둥이’ 배라고 할 수 있는데, 둘 다 균형이 현저하게 좋지 않았다.

세월호의 짐 고박(움직이지 않도록 묶는 것)이 부실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평소에도 그랬나.

세월호에는 고박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장치가 안 돼 있다. 고박을 하려면 짐을 적재하는 각 열마다 아래에 고리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포승줄을 엮어 고정시키는 식이다. 그 고리가 누락된 것이 많았다. 배에 적재하는 차량들의 바퀴에 괼 고임목도 부족했다. 다른 배에서는 차량의 네 바퀴에 모두 괸다. 세월호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유독 세월호에서 이렇게 문제가 심각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배가 많이 노후한 탓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선주나 하역회사, 그 안에서 일했던 우리들을 포함해 안전에 대한 기본 교육이나 ‘마인드’가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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