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종편 ‘마법’에 걸리나
  •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 승인 2014.04.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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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안정기 들어서…50대 이상 유권자에 큰 영향 미칠 듯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로 6·4 지방선거 관련 이슈가 언론 보도에서 사라지면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세월호 사태가 선거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면서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기회를 잡았다는 듯 시사·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종편들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종합편성을 포기하고 시사·보도 전문 채널 같은 편성을 하면서 시청률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18대 대선 기간 동안 종편은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정치인과 정치평론가를 출연시켜 갑론을박을 벌이고, 대선 후보 유세까지 생방송하는 등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하면서 대선 방송에 ‘올인’하는 행태를 보였다. 특히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사이에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은 90%를 넘어 종합편성채널이란 이름을 무색하게 했다.

종편의 이러한 시사·보도 프로그램 대량 편성 전략은 개국 후 1년 동안 1%에도 못 미치던 시청률의 상승을 불러왔다. 대선이 정점이었던 2012년 12월10일부터 16일 사이 종편 시청률은 채널A 1.1985%, MBN 1.1976%, TV조선 1.0837% 등 모두 1%를 넘겼다. 결국 대선 기간 동안 종편의 영향력은 급격히 확대됐고 여당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송을 내보냈던 종편은 투표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종편이 지난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 시청자층인 50대 이상 유권자의 영향이 컸다.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율이 진보 성향을 가진 젊은 세대를 크게 앞질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론에 발표된 18대 대선 당시 연령대별 투표율을 살펴보면 50대의 투표 참여율은 무려 82%를 기록했고 60대 이상 투표 참여율도 80.2%에 이른다. 반면 젊은 세대인 20대 후반의 투표 참여율은 65.7%에 머물렀고, 30대 초반의 투표율 역시 67.7%에 머물러 50~60대와 비교해 크게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종편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주로 시청하는 50대 이상 유권자들이 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채널A는 대선 당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출연시켜 안철수 후보에 대해 “한마디로 젖비린내 난다”거나 이정희 후보에 대해서는 “싸가지 없는 며느리”라고 막말을 하는 내용 등 원색적인 비난을 방송에 내보냈다. 반면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눈이 살아 있다”는 등의 칭찬으로 일관하는 방송을 노골적으로 내보냈다. 종편들이 18대 대선 기간 동안 보수 성향의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보도 태도를 보이면서 시청자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심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종편 4사 합계 평균 시청률 5% 돌파

문제는 이러한 종편의 악영향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 대선 때보다 종편의 사회적 영향력이 더 커져 그 폐해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청률 조사 기관인 닐슨 코리아가 전국의 유료 방송 가입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청률 조사에서 종편 4개사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합계 시청률이 4%를 돌파해 평균 1%를 넘었고, 지난해 7월부터는 종편 4개사 모두 평균 시청률 1%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종편 4사의 합계 평균 시청률이 5%를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시청률 조사 결과는 종편이 이제 일정한 궤도에 올라 안정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종편의 주 시청자인 60대 이상 노인층의 종편 사랑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시청률 조사 기관 TNmS가 지난 1년간 세대별 시청률 기록을 조사한 결과 60대 이상 연령층의 종편 시청률이 종편 평균 시청률의 2.5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경향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종편을 가장 선호하는 60대 이상의 25.8%가 방송 뉴스를 주로 종편을 통해 본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모노리서치가 지난해 7월 전국 성인 남녀 1073명을 대상으로 정치 뉴스를 소비하는 경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1.3%가 ‘KBS·MBC·SBS 등 지상파 TV’를 통해 정치 뉴스를 소비한다고 밝혔고, 응답자의 19.8%는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 응답자의 13.9%는 ‘일간종합신문’을 통해 정치 뉴스를 소비한다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12.6%의 응답자가 ‘JTBC·MBN·TV조선·채널A 등 종편 채널’을 통해 정치 뉴스를 소비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종편에서 정치 뉴스를 소비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 50대가 18.3%, 60대 이상이 16.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다른 연령대보다 종편을 통해 정치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주 시청자층으로 종편 프로그램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50대 이상 유권자들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도 큰 변수다. 6·4 지방선거에서 5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은 18대 대선 때보다 0.7% 늘어난 40.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투표율 역시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종편 보도가 이번 6·4 지방선거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영방송까지 정권 봐주기 행태

지난 대선에서 종편을 이용해 톡톡히 재미를 본 여당과 보수 진영은 6·4 지방선거에서도 종편을 이용해 유리한 선거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종편에 특혜를 베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3월27일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TV조선·채널A·JTBC·MBN 등 종편 채널에 선거 후보자 방송 연설과 대담·토론회 개최 권한을 주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여당과 보수적인 정치 세력에게 우호적인 종편에 선거후보자 방송 연설과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는 권한을 줘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만들도록 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근거 없는 주장, 편향된 의견, 막말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내 우리나라 방송 저널리즘을 황폐화시켰다. 그런데 종편의 주 시청자층인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종편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후보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모기업인 보수 신문의 논조를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전달하면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진보 진영에 상처를 입히기 위한 ‘선전 방송’의 역할을 하고 있는 종편은 정치적 편향성이 있는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종편의 주 시청자층인 50대 이상의 유권자는 더 늘어나고, 종편 보도에 대항해 유권자들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공영방송은 정치권력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6·4 지방선거에서 여당과 보수 세력은 공정성이 무너진 공영방송과 종편을 앞세워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을 집중 공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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