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20승 고지 정복 가능하다
  • 김경윤│스포츠서울 기자 ()
  • 승인 2014.04.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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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6경기 방어율 2.12로 작년보다 낮아 박찬호 18승 넘어설지 주목

많은 투수는 데뷔 2년 차에 좋지 않은 성적을 낸다. 일명 소포모어 징크스(2년 차 징크스)다. 구종이 노출되고 투구 패턴이 샅샅이 해부되면서 첫해보다 좋지 않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다. 여기, 소포모어 징크스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선수가 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27)이다. 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호투를 펼치며 14승8패, 방어율 3.00을 기록했다. 올해도 류현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끈질기게 괴롭혔던 각종 징크스를 스스로 무너뜨리며 새로운 도전의 역사를 쓰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매섭게 승수 쌓기에 몰입하고 있는데, 류현진의 올 시즌 최종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류현진은 4월24일(한국시간)까지 총 6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1패, 방어율 2.12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24일 호주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개막전에서 5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쳐 첫 승을 신고했고, 3월31일 샌디에이고와의 본토 개막전에서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4월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선 2이닝 6자책점으로 흔들렸지만 12일 애리조나전과 18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각각 7이닝 무실점으로 2승을 추가했다. 22일 필라델피아전에선 6이닝 2자책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으나 승리를 추가하진 못했다.

4월11일 원정경기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역투하는 류현진. ⓒ AP 연합
강해진 정신력…날카로워진 2, 3구종

류현진의 올 시즌 출발은 지난해보다 좋다. 그는 지난해 6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3승1패, 방어율 3.35였다. 승수는 같지만 내용이 다르다. 그는 지난해 초반 6경기에서 매 경기 실점했다. 올해는 실점을 한 경기가 2차례에 불과하다. 22일 필라델피아전에서 기록이 깨지기 전까지 18.1이닝 무실점을 이어가는 등 특급 피칭을 펼쳤다.

류현진은 지난해 많은 징크스를 달고 살았다. 대표적인 것이 ‘원정경기 징크스’와 ‘경기 초반 징크스’다. 그는 지난해 홈경기에서 방어율 2.32를 기록했지만 원정경기에선 3.69였다. 경기당 1.37점을 더 허용했다는 의미다. 올해는 다르다. 오히려 올 시즌 원정경기 4차례 등판에서 26이닝 무실점을 기록할 만큼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 초반 구위도 나쁘지 않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준비 과정을 철저히 소화했다. 지난해보다 2주 먼저 몸만들기에 들어갔고 체중 감량에 집중했다.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끊고 성실히 개인 훈련을 소화해 몸무게를 116kg에서 100kg대 중반까지 줄였다. 국내 프로야구 한화 소속 시절, 류현진의 몸 관리에 도움을 줬던 조대현 트레이닝 코치에 따르면 류현진의 투구 밸런스는 몸무게 103~104kg에서 가장 좋다.

준비 과정을 거쳐 빅리그 2년째를 맞은 류현진은 강한 정신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23일 경기에서 주루 플레이를 하다 오른쪽 엄지발톱이 들리는 부상을 입었는데, 8일 만에 등판해 7이닝 무실점 호투했다. 2010년 비슷한 부상을 입었던 빅리그 선배 LG 봉중근은 “발톱이 들리면 몸의 균형을 잡기가 무척 어렵다. 류현진이 좋은 감각과 정신력으로 호투를 펼친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도 성장했다. 류현진은 직구와 체인지업 위주의 투구 패턴을 보완하기 위해 2구종인 커브와 3구종인 슬라이더를 가다듬었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인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지난해 류현진은 커브의 피안타율이 0.290에 달했고, 슬라이더도 0.236을 기록했다. 올 시즌엔 커브 피안타율 0.167, 슬라이더 0.191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커브와 슬라이더를 10번 던져 안타 2~3개를 맞았다면, 올해는 안타 1~2개만 허용한다는 의미다.

슬라이더의 구속도 좋아졌다. 지난해 슬라이더 평균 구속은 131.6㎞였다. 올 시즌에는 133.8㎞까지 끌어올렸다. 다저스 포수 페데로위츠는 4월22일 경기 후 “류현진의 슬라이더가 위력적으로 변했다. 자신의 패턴을 알고 있는 상대 타선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의 페이스와 몸 상태를 유지한다면 지난해에 기록한 14승을 넘어 20승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메이저리그는 팀당 162경기를 소화하는데, 다저스는 21경기를 마쳤다. 남은 경기는 141경기다. 다저스가 5선발 체제를 이어간다면 28번 정도의 등판 기회가 주어진다. 승률 5할을 유지한다면 17승을 거두게 되고, 6할을 기록한다면 20승 고지를 밟을 수도 있다. 한국 출신 메이저리거 중 가장 많은 승리를 따낸 선수는 박찬호(은퇴)다. 2000년에 18승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박찬호의 대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류현진의 승수 쌓기엔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그중 하나가 ‘등판 로테이션’이다. 류현진은 팀 사정에 따라 4일 휴식 후 5일째 경기에 나설 때가 있고, 5일 휴식 후 6일째 경기에 등판하기도 한다. 류현진의 투구는 휴식 기간에 따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류현진은 4일 휴식 후 경기에 나섰을 때 성적이 확연히 떨어졌다. 14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4패, 방어율 3.26을 기록했다. 5일 휴식 후 등판한 9경기에서는 7승1패, 방어율 2.12를 마크했다. 올 시즌도 휴식일에 따른 성적 차이가 크다. 5일 이상의 휴식을 취한 후 등판한 4경기(첫 등판 포함)에서는 26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고 3승을 따냈다. 그러나 4일 휴식 후 등판에서는 8이닝 10실점(8자책)으로 방어율이 9.00에 이른다. 승리도 없다. 투수의 출전 권한은 류현진이 아닌 돈 매팅리 감독에게 있다. 4일 휴식 후 등판은 피해갈 수 없는 환경이다. 류현진이 휴식 기간 중 빠른 회복력을 보여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구위 좋아 기대만큼 성적 낼 것”  
은사 김인식 감독이 말하는 류현진


류현진을 프로 데뷔 때부터 지켜본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그의 올 시즌 성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류현진은 꾸준하다. 최근까지 구위와 투구 패턴, 구종의 위력을 살펴봤는데,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류현진이 많은 승수를 쌓기 위해선 ‘동료 선수의 도움’과 ‘운’이 필요하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는 “다저스는 비시즌 동안 수비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키스톤 콤비(유격수와 2루수)의 수비 도움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올 시즌 다저스의 주전 유격수는 핸리 라미레즈, 2루수는 디 고든이 맡고 있다. 라미레즈는 실책을 벌써 5개나 기록할 만큼 불안한 수비를 보이고 있다. 4월23일 필라델피아전에서도 1회 유격수 땅볼을 포구 실수로 놓쳐 류현진에게 위기를 안겼다. 고든은 지난겨울 신시내티로 이적한 마크 엘리스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아직까진 별다른 문제점을 보이지 않지만, 다른 주전 야수보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불안하다.

불펜 투수도 불안하다. 켄리 젠슨은 마무리 투수로는 다소 높은 방어율인 3.75를 기록 중이다. J. P. 하웰, 크리스 페레즈 등 필승조 투수가 혹사 논란을 일으킬 만큼 많은 투구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류현진에게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느긋함이 필요하다. 원래 성격이 유한 선수라 큰 걱정은 안 한다”고 말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공을 던지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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