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선율, 봄밤을 녹이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04.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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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5년째 4월에 막 올린 교향악축제

해마다 봄이 오면 두 개의 축제가 클래식 팬을 설레게 한다. 4월의 교향악축제와 5월의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두 축제 모두 저렴한 티켓 가격에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들의 실력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실 있는 음악제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화와 함께하는 2014 교향악축제’는 1989년 창설 이후 국내 최대의 교향악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재정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교향악축제는 2000년 한화가 후원자로 나서면서 기틀을 잡았고 국내 클래식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오고 있다.

사실 광역시급을 빼면 클래식 시장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는 게 우리나라 음악 시장의 현실이다. 하지만 교향악축제가 활성화되면서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교향악단을 만들어 음악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부천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원시립교향악단, 경기 필하모닉오케스트라 같은 내실 있는 오케스트라가 존재감을 보여주는 데 교향악축제가 한몫했다.

ⓒ 한화 제공
올해는 18개 교향악단이 참가해 지난 4월1일부터 18일까지 매일 한 팀씩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음악의 성찬을 차려냈다. 올해 주목받았던 것은 KBS교향악단과 부천시향, 경기 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이었다. 개막 공연을 맡은 KBS교향악단은 4월1일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요엘 레비 지휘자의 지도력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18일 폐막 연주를 맡은 부천 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은 1988년 부천 필하모닉을 직접 창단하고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이끈 임헌정 지휘자의 고별 공연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임 지휘자는 최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또 다른 도전을 예고한 상태다.

부담 없이 국내 최정상 연주 즐겨

4월12일 열린 경기 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은 국내 국공립 오케스트라 사상 처음으로 여성 예술감독(상임지휘자)으로 부임한 성시연 지휘자의 공연이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성 지휘자는 서울시향 시절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고정 팬이 많다. 올해 교향악축제에서도 그의 티켓 파워는 빛을 발해 올해 교향악축제 기간 중 가장 많은 2300명 넘는 관객이 몰렸다.

연주 일자가 ‘세월호 사건’ 발생 뒤로 잡혀 있던 수원시립교향악단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앙코르곡으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Nimrod)’를 연주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 곡은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의 장례식 등에서 추모곡으로 쓰였다.

이번 교향악축제에는 3만여 명의 관객이 찾아와 봄 선율을 즐겼다. 2000년 이후 15년간 누적 관람객이 35만명에 달한다. 지방 교향악단은 예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필살기를 준비하고, 그 덕분에 음악 팬은 우리나라 지방 교향악단의 실력을 한자리에서 체감할 수 있다. 기업 후원으로 클래식 팬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미덕이다. 내년에는 교향악축제 무대에서 어떤 지휘자와 협연자가 빛을 발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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