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위, SK하이닉스 2위, LG생활건강 3위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05.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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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케미칼·LG전자·현대차·두산인프라코어 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생활건강, 한화케미칼, LG전자, 현대자동차, 두산인프라코어, SK텔레콤, 기아자동차, LG디스플레이.

이들 10개 회사는 한국의 대표 굿 컴퍼니라고 부를 수 있다. 시사저널이 지난 1년 동안 HR컨설팅그룹인 인싸이트그룹(대표 오승훈)과 함께 개발한 굿 컴퍼니 지수(Good Company Index·GCI)의 상장사 분야에서 이들 기업이 톱10에 꼽혔다(전체 인덱스는 62~63쪽 참조).

지난해 열린 ‘2013굿 컴퍼니 컨퍼런스’에서 시사저널은 한국형 GCI 개발을 약속했다. 굿 컴퍼니란 경제·사회·윤리적 가치의 극대화를 통해 기업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기아차·국민은행·현대건설, 20위 안에

지난해 굿 컴퍼니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로리 바시 박사는 “굿 컴퍼니 지수가 애플·페덱스·아마존·디즈니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를 우리 기업에 적용하면 굿 컴퍼니 지수가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굿 컴퍼니 지수를 누가 어떻게 발표할 것인가. 시사저널은 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한국의 여러 언론이 기업 관련 지수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신력 부문에선 의문 부호가 남겨지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시사저널의 GCI는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를 우선으로 꼽았다. GCI 산정의 기초 자료도 기업 간 비교가 가능한 공개 문서에 집중했고 평가 영역은 기업 활동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윤리적 가치로 나누어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측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제적 가치의 주요 지표로는 매출액 증가율이나 영업이익 증가율 등이 포함됐고, 사회적 가치의 주요 지표로 활용된 요소로는 연간 교육 투자 비율, 복리후생 제도 운영 현황 등이, 윤리적 가치의 주요 지표로는 동반성장 지수나 준법경영 여부가 포함됐다.

2014 GCI는 국내 300개 상장사와 코스닥 기업 100개사, 공기업 3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조사에서 대상 기업을 코스피 300, 코스닥 100으로 한정했지만 실제 조사 대상 기업이 코스피 238개사와 코스닥 95개사에 그친 이유는 지주사, 투자회사, 외국계 법인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계 법인의 경우 공개하고 있는 자료와 기준, 화폐 단위 등 세부 사항이 국내 기업과 차이가 있는 탓에 공정한 비교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일단 이번 조사에서는 제외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극화 뚜렷

상장사 분야에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대기업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삼성·현대기아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계열사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하지만 5대 그룹 간에도 차이가 있었다. 상위 100위권에는 삼성그룹 계열이 10개사, LG그룹 계열이 7개사, SK그룹 계열이 6개사, 현대기아차·롯데 계열이 6개사씩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상위 30위권의 톱 랭커에는 SK가 5개 계열사를 포진시켜 기업의 윤리적·사회적 역할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롯데그룹 계열사 중 최고 순위는 14위에 오른 롯데칠성이었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기업문화에 대해서는 ‘정년 보장은 다른 그룹보다 안정적이지만 복리후생은 짠 보수적인 회사 풍토를 지녔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결과도 이런 세간의 평가와 어느 정도 부합됐다. 

롯데칠성이 개별 요소 리스트에서 톱30에 꼽힌 유일한 분야는 사회적 분야(17위)다. 이와 관련해 GCI 개발을 담당한 인싸이트그룹 김도원 상무는 “사회적 가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이 낮은 점수를 받은 기업보다 경제 지표가 높은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사회적 가치 상위 10개 기업과 하위 10개 기업을 비교해보면 경제적 가치 분야에서 코스피 기업은 평균 2.1점 높았고 코스닥 기업은 1.2점, 공기업은 1.1점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피 GCI 상위권을 대기업이 휩쓴 것은 국내 기업의 양극화 현상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 공세에도 고유 업종으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온 기업도 있다. 모기업의 부도로 흔들렸던 코웨이가 13위에 올랐고, 화장품 위탁 제조업체인 코스맥스가 30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자화전자가 50위에 오르는 등 전공이 확실하면서 탄탄한 중견기업들이 관심을 끌었다.

GCI를 통해 신뢰할 만한 지수가 나온다면 기업은 그것을 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더욱 분발할 것이다.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이다. 시사저널은 기업 관계자의 고견을 들어 굿 컴퍼니 지수를 계속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이번 시사저널의 GCI 발표가 우리나라 기업이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자극제가 되길 기대한다.


굿 컴퍼니 인덱스 이렇게 개발했다  
김세희 인싸이트그룹 선임 매니저


2014년 현재, 한국 기업은 주어진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을까. 굿 컴퍼니 인덱스(Good Company Index) 개발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됐다.

GCI 개발의 대전제는 기업의 ‘역할 변화’다. 변화된 환경에 기업이 어느 정도 부응하고 있는지, 현재 역할 수준을 짚어보는 것이다. 기업의 가장 큰 역할은 경제적 가치 창출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고, 윤리적으로 책임 있는 경영을 해나가는 기업이 경제적 성과에서 더욱 긍정적인 결과물을 창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경제민주화’ ‘윤리경영’ ‘착한 소비’ 등이 화두로 떠오르며 기업의 성과 창출 과정에서 공정성과 도덕성 등이 강조되는 경향이 생겨났다.

GCI 개발에서도 이에 맞춰 주요 접근 영역을 설정했다. 기업의 의미 있는 역할을 사회적 가치, 윤리적 가치에 대한 책임 이행으로 설정했다. 종속 변수로도 볼 수 있는 경제적 가치 창출에 대한 책임 역시 세 가지 주요 접근 영역 내에 포함시켰다. 단, 재무적 성과에 의해 전체 인덱스가 좌우되지 않도록 가중치를 낮게 설정했다.

또 기업이 각 이해관계자별로 취할 수 있는 책임을 검토·분석해 키워드화한 후 측정 지표 구성을 위한 진단 영역으로 설정했다. 예컨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안에는 ‘내부 구성원’이라는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기업이 이 내부 구성원에 대한 책임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측정하기 위해 ‘공정한 대우’ ‘개인의 발전 지원’ 등의 진단 영역을 설정했다. 그중 ‘일하기 좋은 근무 환경 제공’이라는 진단 영역 내에서 ‘복리후생 제도 운영 현황’을 점수화해 구체적 측정 지표로 삼았다. 접근 관점-이해관계자-진단 영역-측정 지표로 이뤄지는 4단계 구조다.

구체적 측정 지표는 인싸이트그룹이 그동안 수행한 조직 진단 툴과 해외 유사 서베이, 그 밖의 참고 문헌들을 종합해 풀 형태로 정리한 후에 측정 가능성, 지표 영향력, 공통 적용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측정 지표는 대상별(코스피·코스닥·공기업)로 23개 안팎으로 구성됐다. 점수화는 서열화 방식을 기준으로 했고, 일부 측정 지표에 대해서는 등급화 및 감점 방식을 혼용했다. 인덱스가 개발되기까지 현실적인 한계도 있었다. 대상 기업을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에 제약이 있었고, 기업 자체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창구가 제한적이었다. ‘굿 컴퍼니’에 대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뚜렷한 의식은 있었지만 그것을 측정하고 가시화할 수 있는 도구는 다소 부족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해 이러한 한계를 하나씩 보완해나간다면 GCI가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 같은 굿 컴퍼니를 발굴하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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